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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파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 왜? 1년 인터뷰…

skidpara 2011. 5. 24. 16:16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2년째가 되는 날이다. 2년 전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진 순간 우리 사회엔 많은 분노와 함께 의심을 남겼다. 현 정부와 검찰, 무차별적인 언론의 받아쓰기 행태에 국민들은 성토했다. 이후 범죄를 처단하는 수사기관의 ‘추상같은’ 엄정함과 공정성은 건건이 의심을 받고 있다. 또 한편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종결됐고, 그 수사기록은 검찰 말대로 ‘영구적으로 봉인’돼버렸다. 노 전 대통령이 왜 죽음의 길을 택했는지 드러내줄 자료가 묻힌 셈이다.

이런 와중에 2년 여 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직접 취재했던 KBS의 김정은 기자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기록물을 최근 내놓았다. 김 기자는 문재인 변호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전해철 변호사, 김선수 참여정부 사개추위 추진단장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과 전원책 변호사와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는 이들을 1년 여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을 깊숙하고 자세하게 들여다봤다.

그가 이런 저작에 나선 배경은 지난 2009년 12월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 철학자 탁석산씨가 “소수파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비극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이것에 관한 논픽션이 열 개, 스무 개 나와야 할 것”이라는 발언한 것을 듣고서였다. 이를 보고 그는 “갑자기 온몸이 전율했다”며 저술을 행동에 옮기게 됐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재단

그는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취재 보도 과정에 대한 자기 반성을 드러냈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5월 23일 새벽이 느닷없이 들이닥친 후에야, 신문과 방송의 그 많은 취재 인력들은 자신들이 왜 대검찰청에 마련된 비좁은 브리핑룸 안에만 꽁꽁 묶여 있어야 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언론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수사기관과 피의자가 된 전직 대통령을 취재함에 있어 보도의 균형감을 놓친 것은 매우 아쉽다.”

이어 그는 당시 언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그는 “왜 언론은 그처럼 자신감있게 전직 대통령의 유죄를 추정하고 나섰을까. 수사 과정에 있는 피의사실들을 왜 그렇게 서로 다투기라도 하듯이 경쟁적으로 공개했을까. 어떻게 모든 언론이 그처럼 한결같이 전직 대통령은 유죄라는 검찰 수사관들의 확고한 판단을 열렬히 지지할 수 있었을까”라며 “이런 의문에 대해 우리는 아직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자문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수사가 표적수사였는지, 이른바 ‘나쁜 빨대’로 표현된 피의사실 공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금품수수 혐의는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 6인의 인터뷰를 통해 재조명했다.

표적수사 여부와 관련해 그는 박연차 게이트의 시작인 국세청의 태광실업세무조사에 주목했다. 당시 세무조사는 2009년 초 도미했다가 최근 귀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작품이다. 김 기자는 한 전 청장의 의혹에 대해 “2008년 초 새 정부 출범 후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은 청장 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 이를 위해선 현 정부 신임이 필요했다”면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MB 정부에서 가능한한 기업 세무조사를 줄이겠다고 공언한 시기에 대대적으로 추진됐던 몇몇 세무조사들이 정치적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태광실업 세무조사였다는 것. 그는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 등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당시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 의해 이뤄졌고, 한 전 청장이 조사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 직보했다는 보도내용을 제시했다.

그는 “2008년 하반기부터 노 전 대통령을 무력화시키기 시작했던 검찰 수사가 사실상 국세청의 조력하에 눈부시게 확장된 점을 떠올려 본다면 의혹은 간단하지 않다”며 “박연차, 정화삼, 노건평 등의 구속을 가져온 ‘세종증권 매각 비리’ 수사, ‘박연차 게이트’ 검찰 수사 모두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들. 김원정 기자

이를 두고 노 전 대통령측 인사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표적수사 의혹이 짙다고 역설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김 기자와 인터뷰에서 “MB 정권 4개월 만에 시작된 촛불 시위로 106일 동안 시위를 당했던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선…‘안 되겠구나, 발본색원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며 “(그런데) 왜 전직 대통령이었을까. ‘민주주의 2.0’ 하면서 봉하마을이 인터넷 홈페이지도 한다고 하지, 사람들 모여들지, 이러니까 전직 대통령의 문제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흐름이 생길 수도 있었겠지요”라고 말했다.

뒷조사 내지 수사대상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도 제시됐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기업인들 조사도 강금원, 박연차 등 온 국민이 다 아는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이자 후원 기업이었다. 그런 사람들부터 마구 쑤시고 털어낸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만이 아니라 한명숙 총리, 이해찬 총리, 이병완 실장 등 모든 사람들이 느낄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행해졌다. 의도적인 표적 수사”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수사망에 엮여들어간 일부 인사의 경우 초기엔 정치자금 제공이 문제됐지만 기소단계에선 횡령 등 기업회계 문제로 끝났다는 점은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끌어내기 위한 별건수사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이사장은 “강금원 회장 건이 문제됐던 것은 정치자금 혐의였으나 조사 끝에 그 부분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결국 회계에 대한 부분을 뒤져서 횡령, 탈세 그렇게 됐다. 박연차 회장 건도 국세청 세무조사 끝에 검찰에 고발된 것은 탈세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표적조사였다는 의혹에 대해 문 이사장은 “정상적으로라면 태광실업은 세무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는 기업이었다. 한창 베트남 진출도 활발했다. 조사를 하더라도 지방청에서 할 일이지 국세청 차원에서 조사할 이유가 없다”며 “한 전 청장이 이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방식부터 이례적. 여기부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문 이사장은 이어 ‘정권이 바뀌자 검찰이 칼을 뽑아 퇴임한 대통령 겨눴느냐’는 김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굉장히 허망하다”며 “참여정부 때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검찰 위상이 크게 올라갔으나 정권 바뀌니까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안희정 지사도 “전임 정권을 목표로 해서 공격하겠다는 작심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에 반해 검찰 입장을 정당화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김 기자는 소개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박연차 사건을 수사하다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의 범죄 혐의가 포착됐다…100만불, 500만불이나 되는 거액의 돈이 제공됐다는 혐의라면 ‘덮는 것’이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다만 우리 검찰이 권력의 치부는 잘 수사하지 못했다거나 권력에 흔들렸다는 기억 때문에 표적 수사라는 의심을 받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전 변호사는 정권이 바뀐 뒤 검찰이 퇴임 대통령을 겨눴느냐는 질문에 “이런 식의 질문은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적인 질문을 넘어 검찰권 전체를 모독하는 질문일 수 있다”며 “모든 비리는 수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표적수사여부는 알 수가 없다. 그냥 추측할 뿐”이라며 “확실하게 뇌물죄라든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주장들을 검증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를 두고 안희정 지사는 “국세청이 해당 기업에 대해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세무조사를 결정했는가를 보면 된다”며 △부산에 있는 기업을 서울청에서 내려가서 조사해야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었는지 △부산 기업인이고 충북에 있는 골프장을 가진 강금원 회장을 왜 대전지검에서 수사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경험을 들어 당시 박연차 수사의 부당함을 성토하기도 했다.

“2008년 10월부터 검찰과 국세청은 무슨 근거로 개인 계좌를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이 열어보나. 특별한 범죄 수사라고 하는 공익적 목표가 분명해야 하는 것이다…나의 경우 제가 이제까지 살았던 모든 전셋집 주인 계좌를 다 뒤졌다. 그게 누구한테 받은 면허이냐. 그런 권리 없다”.

그렇다면 ‘영구 봉인’됐다는 노 전 대통령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측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형(노건평)의 사위인 연철호씨가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았다는 500만 불(50억 원)과의 관련성 △정상문 비서관을 통해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는 100만 불과의 관련성 △시가 1억 원에 달한다는 피아제 시계 선물 △정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 등에 대해 뇌물수수 의혹을 받았었다.

문재인 이사장은 “대가나 특혜받은 것 없이 순수하게 도운 것이라면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500만 불의 경우 퇴임 때 시기도 퇴임 시기에 연철호 씨 쪽에 투자했다는 것 아니냐. 퇴임 이후 무슨 혜택을 주느냐. 그런 것 하나하나를 전부 다 대가성 있는 뇌물처럼 검찰이 몰아갔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연철호씨와 박연차 회장은 잘 아는 사이였고…연씨가 여러 차례 사업계획서를 브리핑하고 계획서를 수정 보완하면서 투자를 받았다.…이런 사실을 언론은 찾아보려고 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 부분도 연씨 개인이 아닌, 연씨가 설립투자회사가 (500만 달러을) 받아서 해외투자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밝혀준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냐 없었냐가 관건이나 끝내 확인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500만 달러중) 200몇십만 달러 정도가 실제로 양자의 협의하에 투자가 이뤄졌고, 한 200만 달러 정도는 여전히 그대로 연씨가 설립한 투자회사 계좌에 그냥 예치가 된 상태였다”며 “(이는) 검찰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끝끝내 박 회장이 노 대통령을 보고 종자돈으로 준 것이라는 식으로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원책 변호사는 “박연차 회장의 투자라고 본다면 상식을 벗어난 답이 되지 않느냐”며 “500만 달러를 노 전 대통령이 전혀 몰랐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권양숙 여사가 정상문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은 사실과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에 대해 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걸었다’, ‘500만달러도 노 전 대통령이 요구해 받은 돈일 가능성이 크다’라는 언론보도는 객관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며 어떤 식으로든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이 통화한 사실조차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 자체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어떻게든 만들어 내려고 한 것…하지만 100만 달러가 범죄라는 사실 자체를 밝히질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이에 대해 “기업인이 대통령측에 100만 달러를 줬다는 것은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상문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 횡령 사실에 대해 문 이사장은 “우리도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정 비서관의 성격이나 충성심 때문에 퇴임 후의 살림살이를 걱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가 첫 보도했던 1억 원짜리 피아제 시계 선물 의혹에 대해 문 이사장은 “선물받은 경위는 박연차 회장이 시계를 노건평씨에 줬고, 노씨가 한참 후에 권 여사에 전달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언론보도를 보고야 알았다. 이는 검찰이 원래 문제삼았던 100만 불, 500만 불 의혹이 뚜렷하게 범죄로 증명되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이 강하게 부인하니 이런 이야기를 흘려서 모욕하고 압박한 것으로 질이 아주 나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말 소환조사받기 전에 이 대통령에게 수사팀 교체를 요구하는 청원 편지를 보내려한 것에 대해 문 이사장은 “우리는 일단 검찰의 기소까지는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구속은 못할 것이고, 불구속기소돼도 무죄는 문제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말씀드렸는데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청원해 수사팀을 교체하고 새로운 수사팀이 허심탄회한 관점으로 검토해주기만 하면…검찰이 기소도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우리 반대로 보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의 받아쓰기에 대해 문 이사장은 “검찰이 자신있는 부분은 공식브리핑으로, 다른 부분은 수사관계자로, 또다른 어떤 부분은 익명의 검찰관계자로 내보”냈다며 “또한 검찰이 줄곧 피의사실 공표를 해왔지만 수사기획관이라는 사람이 노골적으로 매일 오전 오후 브리핑한 예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원책 변호사는 “국민의 알 권리가 그만큼 컸다…피의사실 공표가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고, 조갑제 전 대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자 보고 확정된 사실만 보도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김정은 기자는 이 같은 노 전 대통령 수사과정의 문제점과 쟁점에 대한 인터뷰를 마치고 자신의 판단을 내놓았다. 그는 “모질었던 검찰 수사와, 검찰이 ‘알 권리’를 이유로 벌인 수사 브리핑이 그가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한 개인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불명예와 모욕을 줬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검찰만 탓할 것은 아니다. 언론과 우리 사회 모두가 공범이었을 것”이라고 자성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그 사회가 사실과 혐의를 구분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 그 속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예의는 갖추고 있는지, 정치적 입장에서 벗어나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다”며 “과연 우리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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