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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정리] 최순실-차은택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skidpara 2016. 10. 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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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가 공개한 최순실씨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영상. 1979년 6월10일 제1회 새마음 제전 당시의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음봉사단 총재였고, 최순실씨는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회장이었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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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은 거의 완성됐다. 확인된 사실과 의혹들을 조합한 '스토리'는 이렇다. 웬만해선 사람 안 만나는 대통령의 유일한 친구는 '최순실(개명 최서원)'이다. 40년 지기에,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다. 일심동체다. 청와대는 '국기문란'을 그 동안 딱 세 번 얘기했는데, 그 중 두 번이 최순실과 연관된 일이었다. 한 번은 정윤회 사건 때, 또 한 번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 

그러니까 대통령이 국기가 문란하다고 여길 때는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위협받을 때다. 스스로를 국가와 동일한 존재로 여기는 대통령, 최순실은 그와 일심동체이므로 역시 국가 수준으로 격상된 존재가 됐다. 최순실의 말은 통치자의 말이요, 법이다.

최순실은 어떤 기회에 차은택과 '각별한 사이'가 됐다. 사업상 가까운 사이였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 맞춰지지 않은 첫 번째 퍼즐이다. 최순실은 자신의 딸과 차은택을 위해,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를 위해 재단을 만들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문화'를 다루는 재단, 또 하나는 스포츠 재단이다. 

오랫동안 실력있는 CF감독이었고, 2014년 5월까지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와 유족들의 집회 소식을 자신의 SNS에 올렸던 차은택은 석 달 뒤인 2014년 8월, 별안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임명됐다. 

그 한 달 전 최순실이 정윤회와 이혼을 했고, 최순실과 차은택이 '각별한' 사이라는 게 차은택의 느닷없는 노선 전환에 힌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까진 지나친 추측이다. 차은택 주변 인물도 차은택과 함께 약진한다. 차은택이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되던 바로 그 달에,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임명된다. 김종덕 장관은 차은택의 대학시절 스승이었고, 차은택이 다녔던 회사 '영상인'의 대표였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문체부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게 바로 김종덕 장관 하에서였다. 차은택 관련 문체부 내의 불법 행위와 비리 역시 이 시절 얘기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이번엔 차은택의 외삼촌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된다.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다. 그의 임기는 2016년 6월까지였는데, 역시 차은택의 위세가 고공행진을 하던 때와 맞물린다.

그 한 달 후인 11월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송성각이라는 인물이 취임한다. 송성각은 차은택의 '소울메이트'다. 송성각은 취임 전까지 '머큐리 포스트'라는 회사의 대표였다. 이 회사는 차은택이 '늘품체조'를 촬영하면서 동원한 유령회사 '엔박스 에디트'와 주소가 같다. '유령'회사의 주소를 같이 나누는 사이, '소울'메이트라 부를 만하다.

2014년 8월 이후 차은택은 'VIP 관심사'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 시작은 '늘품체조'다. 차은택은 자신과 친분이 있던 헬스트레이너 정아름이 개발한 늘품체조를 김종 문체부 제2차관에게 소개한다. 문체부는 그 전 1년 동안 개발하던 '코리아체조'를 미련 없이 버리고 '늘품체조'를 새로운 국민체조로 선정한다. 대통령은 이 체조를 11월 26일 시연행사장에서 사전에 몇 차례 연습까지 한 느낌으로 직접 따라한다.

이 과정에서 차은택은 유령회사 '엔박스 에디트'를 거쳐 실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아프리카 픽처스'로 영상작업비가 흘러들어오게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던 시절 유은혜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2015년 2월 : 창조경제추진단장, 더플레이그라운드, 천인보

차은택은 2015년 4월 3일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된다. 그 직전인 2015년 2월 11일, 대통령은 차은택이 주요 역할을 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 참석하여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상을 극찬하였고, 보름 후 미래창조과학부는 시행령을 바꿔 창조경제추진단장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린다. 늘어난 한 자리는 차은택이 차지했다. 차은택 레이스의 본격 시작이다.

창조경제추진단장이자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서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때부터 그는 거대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한다. 한 가지는 힘을 이용하여 각종 이익 챙기기, 그리고 하나는 미르 재단 만들기다. 

우선 이익 챙기기. 1월에 그는 '더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고, 2월엔 '모스코스'를 설립했다. 둘 다 회사다. 두 회사 모두 대표는 김홍탁이었다. 역시 차은택과 매우 가까운 사이. '더플레이그라운드'는 설립 3개월 만에 문체부로부터 '국민들의 온라인 놀이터 K플레이그라운드'라는 사업을 따낸다. 별도의 입찰 절차는 없었다. 이름이 비슷해서 사업을 줬나? 이때의 문체부 장관은 당연히 김종덕이다. 

2월에 만들어진 '모스코스' 역시 국책사업을 따내려고 만든 회사다. 이 회사에서 한 일은 '천인보' 구상 정도가 지금까지 확인된다. 대통령이 천 명의 서민들을 만나서 소통행보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실현되진 않았고, 나중에 청와대는 '만인보'라는 사업을 진행한다. 

김홍탁 대표는 최근 JTBC와 인터뷰에서 "당시 차씨로부터 벤처단지 조성과 관련해 청와대와 미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실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계획이 확정된다.

2015년 3월 : 재단 구상과 대통령의 직접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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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2014년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융복합 공연 '하루(One Day)'를 관람하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차은택 공연 총연출자, 오른쪽은 사회자 허경환. 이 공연은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주제로 한 것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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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탁 대표가 말한 또 다른 내용이 있다. 
"차 감독이 돈 들어올 데가 있다고 했다. 그게 재단이라고 말했다." 

이때가 2015년 3월께였다. 재단 구상은 그러니까 최소한 차은택이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되기 전 시점부터 존재했다는 얘기다. 요컨대, 차은택은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되기 전에 이미 '모스코스'와 '더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었고, 회사의 물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국책사업과 함께 '향후 설립될 재단'을 누군가와 구체적으로 의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은택이 문화창조벤처단지에 대해 청와대와 미팅을 했다는 김홍탁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다른 국책 사업 전반에 대해 그리고 재단 설립과 그 이후 운영에 대해서도 차은택이 청와대와 의논했을 가능성이 당연히 크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그로부터 몇 달 후인 7월, 청와대에서 재벌 총수들과 밥을 먹으며 미르재단 설립에 대한 의중을 전달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또, 그 후엔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한중을 하나의 문화 공동시장으로 만들고 세계 시장에 함께 진출하자"고 약속했다. 2000억 원짜리 펀드 조성 약속도 했다.

대통령은 그 후 리커창 총리의 10월 31일 방한에 맞춰 미르재단 설립을 점검했다. 10월 말 전경련과 대기업, 문체부의 그 난리법석의 원인은 이것이었다. 

대통령이 중국 총리와 한 약속은 사실 다른 루트로 이행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문예진흥기금이 있다. 망상 수준에 가까운 얘기라 꺼려지지만 2000억 원짜리 펀드를 한국과 중국이 공동 조성하고, 그 핵심에 차은택이 서겠다는 구상? 그렇다면 대통령은 중국 총리를 만나서도 자기 사람 챙기기에 몰두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최초에 모은 770억 원 이외에도 앞으로 3~5년 동안 기업 등으로부터 추가로 400억 원가량을 더 모을 계획이었다. 대략 1000억 원대의 재단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애초 박 대통령이 중국과 약속한 2000억 원짜리 펀드 공동조성 계획을 감안하면 두 재단의 모금 목표액이 그 절반이 되는 건 타당해 보인다.

2015년 5월~7월 : 문화창조벤처단지

2015년 5월 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엑스포가 열렸다. 그런데 준비가 한창이던 2014년 11월, 엑스포 소관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뀐다. 김종덕 장관 취임 직후다. 예산도 대폭 늘었고, 무엇보다 차은택 감독 작품이 한국관에 설치된다. 이때 전시위탁대행사는 시공사였고, 한식관 운영은 한식재단이 했다.

2015년 3월에 한국관광공사가 원주로 옮기면서 서울 사옥을 새롭게 꾸미기로 한다. 한류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이른바 'K스타일 허브' 구상이다. 사옥 전체를 신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미 전 해에 설계비 26억 원이 책정됐다.

그런데 느닷없이 계획이 바뀐다. 문체부는 사옥 신축 대신 건물 리모델링을 하기로 한다. 리모델링한 건물에 문화창조벤처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문화창조융합본부는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융·복합 문화 콘텐츠로 구체화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문화창조융합센터를 두는 데, 여기서 구체화된 콘텐츠는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사업화를 돕는다.

바로 이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계획에 따라 7월에 예산이 171억 원으로 늘어난다. 애초보다 146억 원이나 많은 액수다. 이 돈을 문체부는 관광진흥기금에서 끌어온다. 문체부의 요청을 기재부는 하루 만에 승인했다. 관광진흥기금은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말 그대로 관광을 진흥하는 사업을 위해 조성된 돈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기재부는 승인했다.

늘어난 돈 가운데 80억 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교부됐고,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에 쓰였다. 더민주 김병욱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차은택의 '소울메이트' 송성각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 올해 예산은 390억 원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에는 현재 9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지만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선정과정에서 차은택과 이래저래 관련 있는 업체가 주로 특혜를 얻었다는 소문도 있다. 

2015년 9월 한식문화체험관

문체부가 기재부로부터 관광진흥기금 145억 원을 새로 받아내고 두 달 후, 이번엔 새로운 20억 원을 또 요청한다. 역시 기재부는 하루 만에 승인한다. 명목은, K스타일 허브에 한식문화를 알리는 전용 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 계획은 '한식+다양한 한류문화 체험'이 콘셉트였다. 그러나 7월, 그러니까 K스타일 허브 구상에 문화창조벤처단지 계획이 추가되고, 한국관광공사 건물 관련 계획이 신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바뀔 즈음에 차은택의 외삼촌인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콘셉트 변경을 문체부에 직접 지시한다. 요지는 한식 단일 주제로 가라는 것. 이에 따라 9월에 문체부가 20억 원을 더 요청하고 기재부가 승인하게 된 것이다. 문체부는 이때 문화창조융합본부(본부장 차은택)에서 마련한 안을 근거로 예산 증액을 요청한다. 

그 이후 밀라노 엑스포 주연 인물들이 그대로 재등장한다. 한국관광공사는 한식문화시설 조성 용역을 시공테크와 체결한다. 밀라노엑스포 전시위탁대행사다. 선정 심사에는 한식재단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운영 당사자가 한식재단이었다. 조성된 시설에 설치된 건 차은택의 작품이었다. 밀라노엑스포에 설치된 차은택의 작품이 재활용되었다. 애초에 이 구상이 차은택 본부장의 문화창조융합본부에서 나온 것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한식문화체험관은 차은택의 것이었다. 이게 2015년 9월의 이야기다. 

2015년 10월 미르재단

2015년 10월. 미르재단이 드디어 탄생한다.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둘 다 재단 설립 허가증이 나오는 데 하루가 걸렸다. 보통 21일 넘게 걸리는 일이다. 미르재단이 만들어지던 작년 10월 25일~27일 3일간은 드라마틱했다. 세월호나 지진에 대한 정부 대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체부와 전경련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경련은 이메일과 전화를 돌렸고, 재벌 계열사의 높으신 분들은 허겁지겁 출연증서와 법인인감을 들고 팔레스 호텔에 모였다. 무슨 동창 번개 모임도 아닌데 그렇게 느닷없이 사람들이 많이도 모였다. 돌아가는 꼴은 회합이라기 보단 '집합'이었다.

기업들이 헐레벌떡 움직이는 동안 정부도 바빴다. 문체부 담당 주무관은 신개념 출장 서비스를 선보였다. 법인설립허가가 통보도 되기 전에 등기 신청이 이뤄졌다. 그리고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현판식이 열렸다.

이 모든 과정에 대통령의 '점검'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관심사에 재벌그룹과 전경련이 군대 훈련병처럼 몰려다녔다. 기업들은 내부 규정도 어겨가며 돈을 냈고, 박병원 경총 회장 같은 사람도 포스코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재벌그룹을 부당하게 갈취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어이없는 건 또 있다. 차은택과 '형동생'하는 김성현이라는 사람이 미르 재단 사무실을 계약했다. 이 사람 직업은 그래픽디자이너다. 재단 사무실 임대 계약에 그다지 안 어울린다.

그로부터 딱 3일 후 차은택이 만들고 김홍탁이 대표였으며, 김성현이 이사로 참여했던 '모스코스'는 해산한다. 아마도 돈 벌이 통로를 '미르재단'으로 집중하기로 했을 터였다. 김성현은 나중에 미르재단의 사무부총장이 되어 억대 연봉을 받는다.

미르재단의 이사장부터 이사진 다수, 사무부총장 등이 전부 차은택 측근들로 채워졌다. 심지어 차은택 감독의 회사인 '아프리카 픽처스' 직원들 중 일부가 '더플레이그라운드'로 갔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또 미르재단으로 이동한다.

K스포츠재단은 나중에 이사장이 최순실의 지인 스포츠마사지센터장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공무원'이 아니라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이 이행했다. 이럴 때 우리는 '비선실세'가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2016년 비선실세의 위용

이후 '비선실세'의 위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미 차은택과 최순실은 자신들의 위력을 수차례 선보인 바 있었다. 문체부의 문화창조벤처사업단지 및 한식문화전용 시설을 위한 예산 증액 요청을 기재부는 하루 만에 승인했다. 문체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를 역시 하루 만에 내줬다. 기재부는 두 재단의 지정기부금 단체 승인을 서류 미비에도 불구하고 통과시켜줬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그 뿐인가? 한국관광공사는 기재부에서 예산 증액 승인이 나기 열흘 전에 서울사옥의 리모델링을 위한 설계용역 계약을 건축사사무소와 체결한다. 설계 용역 계약을 하고, 예산 신청을 하고, 기재부 승인을 받은 것이다. 보통은 예산 신청, 기재부 승인, 설계 용역 계약 순이 정상이다. 미르재단이 설립허가통보도 받기 전에 법인 등기 신청을 한 일의 재판이다.

차은택은 '허가'나 '승인' 따위는 하루 만에 해치운다. 허가나 승인이 나기 전에 할 수 없는 '계약'이나 '신청' 쯤을 역순으로 진행하는 기적도 행한다. 심지어 차은택 후임으로 왔던 여명숙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차은택 감독과 갈등이 생겨 한 달 만에 경질됐다. 그 어려운 일들을 차은택은 다 해냈다.

최순실의 드러난 위용은 딸, 정유연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대가 입학 규정을 바꾸고, 1년에 하루씩 밖에 학교에 나오지 않은 딸을 위해 학칙을 개정했다. 더민주 노웅래 안민석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지도교수는 교체됐다. 대신 이대는 각종 정부 지원 사업을 석권한다.

대한승마협회는 삼성계열사가 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3일, 삼성이 10몇 억 원 하는 명마를 정유연에게 사주고, 독일에 승마장도 지원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승마협회는 수십억 지원 계획을 세웠다 철회했다. 승마협회의 요청으로 한국마사회는 한 감독을 독일 현지에 파견했다. '딸바보' 최순실에게 재벌도, 대학도, 승마협회도 모두 줄을 섰다. 모두 2015년부터 올해까지 벌어진 일이다. 

2016년 5월 본격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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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마장마술 경기 지켜보는 최순실과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왼쪽)씨와 전 부인 최순실씨가 2013년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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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두 비선실세의 존재를 모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부처든 민간기업이든 이제는 모두 '알아서 기기' 시작한 해로 보인다. 5월에 대통령의 이란 및 아프리카 순방이 있었다. 미르재단은 '케이타워 프로젝트'사업의 주체로 선정된다. 이란에 한류문화 교류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전 추진됐던 식품개발원조사업 '케이밀 사업'도 주도하게 된다. 

K타워프로젝트와 관련된 청와대회의에 미르재단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코트라, LH와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이밀 사업 용역입찰에는 미르재단 관계자가 유일한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기 재단을 용역업체로 선정했다. 미르재단은 이 사업의 입찰 공고가 나기도 전부터 미래를 예견하고 이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케이밀 사업의 핵심 제품 중 하나인 쌀과자 등을 개발해 왔다. 이화여대는 여기서도 등장한다.

이 밖에도 미르재단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시 진행된 태권도, 사물놀이 등 각종 공연의 행사 연출 사업비를 국고보조금으로 신청한다. K스포츠재단은 아프리카 순방행사에 포함된 태권도 공연을 운영한다. 

같은 시기 '차은택 계열사'들도 큰 이익을 얻는다. 아프리카픽쳐스와 더플레이그라운드는 KT 광고를 대거 제작한다. 두 회사는 2015년에 KT광고 62편 중 3편을 만들었다. 올해는 9월 현재까지 47편 중 20편을 제작했다. KT 마케팅본부 이동수 전무는 과거 차은택이 활동했던 '영상인'의 기획실장이었다.

민간기업 뿐 아니라 정부기구도 광고 몰아주기 대열에 동참했다. 금융위원회는 아예 예정에도 없던 금융개혁 캠페인 광고를 아프리카 픽쳐스에게 제작하도록 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주장이다.

2016년 10월 현재

국민은 두 재단 사태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흑막의 맨 뒤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점도 확연히 드러났다. 두 재단에서 모은 돈이 대통령의 퇴직금이라는 얘기는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각종 증거인멸 시도들을 보면 의심은 확신이 된다. 전경련은 권한도 없는 주제에 두 재단의 해산 및 통합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국정감사에서 한국경총 박병원 회장이 문예위 회의를 하면서 미르재단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린 부분을 삭제하고 자료를 제출했다. 한겨레신문(10.10)이 보도한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노력은 눈물겹다. 이정현 대표는 역사상 가장 코미디 같은 단식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기 저기 상임위원회에서 핵심 증인 채택을 무산시켰다.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를 후진시키는 최상의 방법을 선보였다. 

자, 이제 보다 합리적 의심 몇 가지를 말씀드린다. 합리적 의심 첫 번째, 차은택은 미르재단을 통해 자기 이익을 확실히 챙겼다. 그렇다면 최순실은? 

K스포츠의 경우 최순실이 기획 단계부터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재단이 발족하기 전부터 주변에 재단에 참여하라는 얘기를 하고 다녔고, 잘 다니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정동춘 사장에게 이사장을 시킨 것 따위가 정황 증거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사안은 이렇다. 정동춘과 함께 스포츠마사지센터를 공동운영하던 이아무개씨는 최순실의 이사장 제안을 개인 사정으로 거절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다른 지인에게 "재단을 설립하는 데 필요하니, 퇴직(올림픽 등) 메달리스트들이 꿈나무 어린이 선수를 육성하는 방안을 자료로 준비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지인이 부탁을 들어줬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쩌면 최순실은 K스포츠 재단을 자신의 딸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둔 건 아닐까? 딸을 위해 대한승마협회에 압력을 넣고, 대학 학칙을 바꿀 정도의 열정이라면 역시 딸의 미래를 위해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합리적 의심 두 번째는 이것이다. 미르재단은 재단을 설립하고 나서 정관을 3번 바꿨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꾼 정관의 8조 3항은 "운영재산을 이사장이 정하는 대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관 별지에 기록할 재산 목록에는 그런데 기본재산말고 운영재산은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단다. 더민주 김영주 의원이 지적한 내용이다.

현재 미르재단의 기본재산은 100억 원, 운영재산은 388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에 추가 모금을 더 할 예정이었고, 재단이 통상 영리 사업을 하지 않는 데 비해 미르재단은 각종 돈 버는 사업에 뛰어 들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운영재산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었다.

이 돈을 마음대로 쓰고,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권위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런 정도의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로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정도이다. 참고로 박근혜 대통령은 인생에서 상당 시간을 '이사장'으로 보냈던 분이다.

합리적 의심 세 번째, 김홍탁 더플레이그라운드 사장은 2015년 3월의 녹취록에서 이런 말도 했었다.

"차 감독이 자신을 믿어 달라, 확실히 조직을 이루는 단체가 있다"라고 말이다. 그 시점에서 차은택이 김홍탁을 안심시키기 위해 꾸며낸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차은택 이외에 추가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긴밀한 네트워크가 존재하거나, 박근혜-최순실-차은택의 관계가 '조직'에 비유할 정도로 매우 끈끈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게 불필요한 일은 아니다. 이미 우리가 봐왔던 대로 말이다.

합리적 의심 네 번째는, 그냥 몰아서 쓴다. 이석수 감찰관이 사표를 수리하자 인사혁신처가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 6명을 통째로 잘랐다. 법무부의 요청이 있었다. 법무부는 누구의 명령을 받은 것인가? 우병우인가? 

일련의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재벌들의 위법행위는 또 어디까지인가. 드러나지 않은 출연금은 없는가. 이화여대는 대체 이번 사태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가. 아, 애초에 최순실과 차은택은 무슨 관계인가. 

특검이 필요하다

결국 사태의 모든 진실은 특검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일해재단* 때 특별조사위원회도 하고 청문회도 했지만 결국 의혹을 끝까지 못 밝혔었다. 그러므로 특검이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발 사건 유족 지원과 스포츠 유망주 육성 목적으로 발족, 5년간 조성된 자금 598억 원 대부분을 재벌이 출연).

검찰은 이미 권력수호의 충견이 됐다. 임기 말에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살아 있는 권력과 한 판 붙어볼 만도 한데 그런 결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니 특검이다.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야 온천하가 아는 일이다. 수사를 안 한다니 이참에 아예 수사권을 뺏자. 검찰에게는 기소권만 줘도 된다. 그런 나라 많다. 아니면 다음 대선에서 야권 후보의 공약으로 삼는 건 어떤가. 어쨌든 특검이다.

어떤 양보도 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가 혹시 최순실을 지키기 위해 차은택이나 우병우 정도를 내치는 선에서 이 사태를 마무리할 지도 모른다. 최근 TV조선이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차은택 의혹을 열심히 보도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럴 법도 하다. 어쩌면 그것도 큰 성과일 수 있겠다. 그러나 사태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특검이 최선이다.

지금까지 정리한 '스토리'는 모두 소설일 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국민들은 이를 모두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 어느 끝에 닿을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이성적인 주장이다.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과 소설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국민들의 분노를 다스리는 데 그나마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니 이제, 특검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