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사설

박근혜의 김정일 '찬사' 그럴 수도 있다

skidpara 2016. 10. 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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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체제 선포를 앞두고 이 사실을 김일성에게 두 차례나 예고하고 또 그 배경까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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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일성에게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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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일과 4시간 동안 밀담을 나눈 뒤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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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 대학교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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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씨의 회고록 내용을 가지고 또 다시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병우와 최순실 게이트, 즉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우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폭락하자 위기 탈출용 카드로 낡고 더러운 수법을 또 꺼내든 것입니다. 

즉, 있지도 않는 빨간 허수아비를 세워 놓고 '저것이 빨갱이'라며 국민을 현혹하는 것인데 어쩌면 우리가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의 의도에 말리는 것 아닌가 싶어 주저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에 북한 권력과 대한민국 대통령, 그리고 주요 정치인들이 그동안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제대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박정희는 왜 김일성에게 유신 선포를 미리 알렸나

새누리당의 뿌리와 줄기에 해당하는 인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박정희와 전두환입니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후 지독한 독재로 권력을 연장해 온 이 두 사람은 '흔히 북한 권력과 강경하게 대치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실상을 알게 되면 충격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가 기획한 두 번째 쿠데타인 '10월 유신체제 선포' 직전의 일입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는 이후 3번이나 더 대통령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대한민국 헌법을 제 욕심대로 고치는 등 국헌 문란행위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종국에 벌인 일이 유신체제 선포였습니다. 이는 쉽게 말해서 국민이 직접 뽑던 대통령을 '박정희 지지자로만 구성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의 간접 선거로 뽑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그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는 박정희 혼자였습니다. 

유신헌법이 무엇보다 악랄한 것은 이 잘못된 제도를 비판하거나 또는 개정하라고 요구하는 행위 자체를 탄압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민간인이라 할지라도 군사법정에 세워 최소 15년 이상 감옥에 넣겠다는 것, 전형적인 독재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유신체제 선포는 박정희가 1972년 10월 17일 갑자기 텔레비전에 나와 국민에게 위협하듯 발표하기 전까지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몰랐으나 먼저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사람, 북한의 김일성이었습니다.

박정희는 유신체제 선포를 앞두고 이 사실을 북한의 김일성에게 두 차례나 예고하고 또 그 배경까지 친절하게 설명한 것으로 기록에서 확인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당시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전달한 메시지의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충격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72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을 통해 북한 김일성에게 전달된 메시지 내용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내각 수상이 권력을 갖고 있는 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을 이룰 것"이라며 "하지만 남측 다수가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질서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며 "17일 북한이 주의해서 들어야 할 중요한 선언을 발표할 것"이라고 유신체제 선포를 미리 예고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내각 수상이 권력을 갖고 있는 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을 이룰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말은 사실상 '북한의 김일성이 원하는 방식의 통일을 하겠다는 약속과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1972년 10월, 박정희는 김일성에게 무엇을 약속했나?

그 증거는 박정희가 쓴 메시지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박정희는 "하지만 남측 다수가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고 썼는데,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 당시 대한민국 국민은 통일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이 원하는 통일 방안과 다른 이른바 '흡수 통일'을 지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박정희가 말하는 것처럼 '남측 다수가 반대한다는 통일은' 바로 북한이 말하고 있는 '연방제식 통일 방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남북 총선거로 하나의 정부를 선택하자는 취지의 북한식 통일 방안, 이것을 남측 다수가 반대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서를 먼저 구축해야 하니 유신체제의 선포가 필요하다는 설득이 담긴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 송민순씨 회고록 파문과 관련하여 '내통' 운운하는데 그 논리라면 1972년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보낸 이 메시지야말로 진정한 내통 행위가 아닐까요?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지지하는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으로 사법처리 대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으로 무수히 많은 이들이 감옥을 갈 때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의 판결문에는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토론하고 이를 지지했다'며 유죄의 근거로 삼곤 했습니다. 그런데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연방제 통일방안으로 통일할 것을 다짐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러한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박정희와 김일성이 공감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또 있는데 그중 하나는 1972년 9월 22일 북한 정준택 부수상이 김일성의 지시로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당시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발언에서도 확인됩니다.

정준택은 차우셰스쿠에게 "우리가 잘 싸운다면 박정희가 남북연방제를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다"며 1972년 7. 4 남북공동성명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내각 수상이 권력을 갖고 있는 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을 이룰 것"이라며 언급한 것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보다 더 심각한 행위를 한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었습니다. 1985년 10월 15일, 전두환 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에게 보낸 친서 내용을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보냈다면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전두환의 밀명을 받고 당시 김일성을 면담했던 박철언(노태우 정부 당시 정무장관)씨가 쓴 자신의 회고록에 따르면 전두환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하는 친전을 김일성에게 보냈습니다.

"(김일성) 주석님께서는 광복 후 오늘날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충정을 바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위해 애쓰신 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습니다."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광복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라는 대목입니다. 새누리당 식으로 해석하면 이 문장은 '1950년 벌어진 한국전쟁마저도 김일성이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한 행위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과 대표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더구나 전두환 대통령이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며 김일성에게 바친 이 헌사에 대해 이후 김일성이 '평양에 자주 오시라'며 화답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이야기가 아닐까.

박근혜와 김정일의 4시간 밀담, 이것도 같이 조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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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의원의 2002년 방북 사진들. 이 때 박근혜 의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전용기를 타고 방북하여 그를 독대했으며, 방북후 김위원장에 대해서 약속을 잘 지키는 합리적인 지도자라는 식으로 칭찬했다. 만경대와 주체사상탑에도 갔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우습게도 이 사진을 근거로 중국의 어느 언론에서는 박근혜 의원을 김정일 위원장의 부인으로 소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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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저는 이러한 박정희와 전두환의 행위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독재 권력 하에서도 남북 대화를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었음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화적 노력을 가지고 누가 한 것은 문제없고 반면 다른 권력에 대해서는 때만 되면 용공 덧칠용 물감으로 가져다 악용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님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누리당과 이정현 대표에게 충고합니다. 지금 우리가 밝혀야 할 것은 우병우와 최순실이 어떻게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공권력의 잘못을 드러내어 국민의 분노에 화답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권력형 게이트를 파묻고자 일정한 시기에 있었던 남북 관계에서의 외교 통치 행위를 두고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본질을 훼손하고 왜곡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더구나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지난 2002년 5월 당시 일개 야당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 방북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4시간 동안 독대하고 돌아온 일에 대한 것입니다. 그 당시 4시간 동안 속기사 한 명만 두고 김정일과 박근혜 대통령이 밀담을 나눴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새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김정일을 만나고 돌아온 박근혜 당시 의원이 전 국민을 상대로 말한 김정일에 대한 찬사입니다. 예를 들어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믿을 만한 파트너"라는 등등의 칭송 발언은 지금도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행위 하나 하나를 따지고 보면 도대체 새누리당과 이정현 대표가 말하는 종북세력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열한 색깔론, 이제 국민이 심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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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송민순 회고록' 관련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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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은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앞서 민주정부 10년은 일본 극우 권력의 도발 행위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이 공동 번영과 평화를 지켜나가자고 설득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앞서 두 정부와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독도 문제에 대해 이명박은 "지금은 곤란하다.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로 일본에게 화답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한을 돈 10억 엔에 팔아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반면 북한과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내몰며 국민에게 극심한 전쟁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현명한 국민이 선택해야 합니다. 일본의 부도덕한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면서 북한과는 평화적인 해법을 찾는 정치 세력을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 극우 세력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반면 북한과는 전쟁이나 한판하자며 온 나라에 사드 배치나 강요하는 정치 세력을 선택할 것인지. 

결국 오늘날 제기되는 이 논란의 모든 귀결점은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있지도 않은 빨간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매번 반복하는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에 대해 이제 유권자인 국민이 속지 않을 것을 기대합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새누리당에게 줄 것은 단호한 심판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