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선관위 디도스 공격,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 따위 초대형 비리가 친·인척 비리를 덮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인척 비리 사건은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가장 크고도 중요한 사안이다. 놓쳐서는 안 될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정리해보았다.
■ 대통령의 아들, 사위, 사돈
먼저 이명박 대통령과 가족 스스로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있다. 내곡동 땅 문제로 이 대통령도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내곡동 부지를 둘러본 뒤 승인해서 부지를 매입했다”라고 증언했다. 내곡동 땅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씨(다스 경영기획팀장)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검찰 수사에서 시형씨가 매입한 땅 구입비용 중 6억원이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호처는 국민 세금으로 시가보다 비싸게 땅을 사들였고, 이 대통령은 아들 이름으로 시가보다 싸게 땅을 사들였으니 누가 보아도 국민 세금을 사저 구입에 썼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최고형이 징역 10년인 ‘업무상 배임죄’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내곡동 사건은 대통령이 관련된 사안이어서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될 것 같다. ‘혐의 없음’으로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2009년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06년 초 조 부사장은 한국도자기 창업주 손자인 김영집씨가 엔디코프를 인수했다 되팔 때 지분을 투자했다. 또 김씨와 코디너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건과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았다. 김씨는 구속됐다. 당시 검찰 한 관계자는 “재벌 2·3세들이 돈을 모아주었고 그 돈으로 주가조작을 한 주범이 구속됐다. 검찰이 걸면(구속하면) 걸리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2010년 7월 조현범씨의 사촌이자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550만 달러(약 64억원)를 횡령하고, 회삿돈으로 수십억원대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조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대통령의 형제·조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주변은 각종 의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곤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이상득-박영준 라인’이 이명박 정부의 인사 전횡과 불법 사찰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민간인 사찰, 각종 인사청탁, 카메룬 다이아몬드 게이트, 에스엘에스(SLS)그룹 접대 의혹 등에 관련되었다. 그러나 이들 의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의 정리되었다. 의혹이 불거졌으나 검찰이 박 전 차관을 부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상득 의원을 코오롱 시절부터 20년 넘게 보필한 박배수 보좌관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 1억5000만원,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상득 의원실 여직원 2명의 계좌에서 8억원 상당의 자금이 세탁된 것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이 이 의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수사에 속도를 내지는 않고 있다.
ⓒ뉴시스 김윤옥 여사의 사촌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가운데)은 4억원대의 불법자금을 받아 구속됐다. |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46)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그는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함께 오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계 매쿼리 그룹이 인천공항 매입에 적극 나섰는데, 지형씨는 매쿼리 IMM자산운용 대표로 재직했다.
국고가 2조원 가까이 날아간 메릴린치 투자 사건에도 지형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2008년 1월 공기업 한국투자공사(KIC)는 미국 메릴린치에 20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했다. 이 투자는 고작 1주일 만에 결정됐으며, 여러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 당시 한국투자공사 간부들은 이 투자를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메릴린치 주가가 폭락해 1조4000억~1조80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책임자는 말레이시아 출신 구안 옹(Guan Ong)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CIO)이었다. <신동아>는 사정기관 문건을 공개하며 “구안 옹 씨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지형씨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로 거주지로 옮기고, 투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는 다스의 최대 주주다. 하지만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함께 정치인 이상득·이명박 형제의 재산을 관리한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상은씨는 공시지가 74억원대의 경기 이천시 땅 약 46만2800㎡(14만여 평)를 아들이 아니라 조카(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이상은씨의 사위 전종화씨는 씨모텍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2009년 전종화씨는 씨모텍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씨모텍 주가는 전기자동차와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면서 5배 이상 치솟았다.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기차를 시운전하는 장면을 언론에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씨모텍은 지난 9월 상장 폐지됐다. 1만2000명 소액 투자자들의 수백억원대 주식은 휴지가 됐다. 당시 씨모텍 대표이사가 자살했는데 실제로 회사 전권은 전씨가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까지 검찰은 씨모텍 수사에 별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다스 사장은 소망교회 출신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다. 강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부정부패에 연루돼 처음으로 사법 처리된 최초의 고위 공직자였다.
■ 김윤옥 여사와 친·인척
김윤옥 여사 주변의 비리 사건도 적지 않다. 김윤옥 여사의 동생 김재정씨는 죽었지만 그가 대통령 재산을 차명 관리한다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재정씨가 죽은 후 다스와 김경준씨의 소송 그리고 다스 주식의 이동 등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다스 주식을 상속세로 낸 것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김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퇴출 저지 로비 명목으로 4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김 여사의 둘째 언니 남편인 황태섭씨는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재직하며 3년여 동안 매달 1000만원씩 고문료를 받았다. 그가 금융업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은 없다. 사업가 출신 황씨는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사조직인 ‘일명회’ 사무국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 후원회 사무국에서 일했다. 검찰은 한 달 넘게 황씨의 구속 여부를 고심 중이다.
김 여사의 작은 형부인 신기옥씨는 2008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룸살롱 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최근 신씨가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되는 ‘BBK 가짜 편지’의 배후라는 증언이 나왔다. 신씨는 경북고 총동창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친·인척 1400여 명을 ABCD 네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A등급에 해당하는 친·인척 100여 명은 상시관리 대상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 시스템은 구멍이 나 있었다. 제일저축은행 사건으로 문제가 된 김재홍·황태섭의 경우 청와대는 저축은행 사건이 터지고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재홍씨는 서일대학 이사 재직 시절 학내 분쟁이 발생하자, 청와대 민정수석실·경찰청 특수수사과·교육과학기술부 직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 정권 실세에 관한 정보 보고를 하지 못했다. 정보가 나가면 역으로 당하는 수가 있어서 모두 보고서 내기를 두려워했다”라고 말했다. 감사원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가청렴위원회를 통합시키고 투명사회협약을 폐기하는 등 부패에 관해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특히 대통령이 주변 비리에 대해서는 관대한 면모를 보여왔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더 나올 것으로 본다. 1년6개월 전부터 친·인척 비리와 권력 비리를 대통령에게 직접 수차례 경고했지만 둔감했다”라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친·인척이 인사를 주무른 실세들인데 어떻게 그들을 수사할 수 있는가. 정권 말기 검찰 수뇌부의 지시가 잘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친·인척 수사에 대한 검찰 분위기가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 |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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