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12. 9. 27. 선고한 곽노현 외 2인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판결은 법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1. 원심의 중대한 법률위반이 있음에도 왜 파기환송하지 않았나?
대법원 판결의 첫 번째 문제점은, 원심판결에 중대한 법률위반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원심을 파기하여 다시 판결하도록 하지 않은 점이다.
제1심과 제2심에서 피고인들은 '사후매수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는 단순 고의범이 아니라 목적범'이라고 주장했다. 즉, 재산상의 이익 등의 제공자가 후보자를 사퇴한 사람에게 이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으면 사후매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1심과 제2심은 피고인들의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고, 사후매수죄는 목적범이 아니라 단순 고의범으로 판단하여, 피고인들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심리도 하지 않고, 판결문에 그에 대한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원심이 목적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중대한 법리오해'임을 상고이유로 삼았고,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이 상고이유를 받아들였다. 즉,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죄는 그 범죄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 또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받을 목적'을 요구하는 이른바 목적범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에 중대한 법리오해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당연히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매우 이례적으로 파기환송을 하지 않고, '피고인들에게 위와 같은 목적이 있었는지'를 직접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는 99% 파기환송을 하고, 원심에서 심리를 다시 할 필요가 없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스스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파기환송하여 원심이 다시 심리해서 각각의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갖고 있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비록 원심이 피고인들이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판단하지 아니하였지만 원심의 판단은 피고인 박명기, 곽노현에게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한 후, 스스로 각 피고인들이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판단했다.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는 고의 유무와 마찬가지로 범죄구성요건의 중요한 요소이고,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아니한 것 자체로 위법하다. 사람을 죽인 행위가 모두가 살인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실로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원심이 피고인들이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것은 살인죄 여부를 판단하면서 고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지 아니한 것과 같다. 이 사건의 경우 행위자가 대가관계를 인식하고 있더라도 다른 목적, 예컨대 순수한 부조나 종교적인 이유로 행위를 하였다면 사후매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어떤 목적으로 갖고 돈을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 판단하지 아니한 원심이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상적인 사건에서 볼 수 없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더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를 직접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기록만으로 직접 판단했다. 이는 사실판단의 전권을 갖고 있는 원심의 판단권한을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공판중심주의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법원이 무리하게 파기환송하지 않고 스스로 피고인들의 목적 유무를 판단하였을까? 이러한 현상을 법률적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대법원이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여 이번 대통령 선거 때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년 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
2. '목적'이 없는 강경선의 권유를 받아들인 곽노현은 왜 '목적'이 있는가?
대법원 판결의 두 번째 문제점은, 금전 제공을 제안한 강경선 교수는 목적이 없는데 그 제안을 받아 실천한 사람은 목적이 있다는 모순된 결론을 내린 점이다.
대법원은 곽교육감에게 곽 교육감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한 강경선 교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강경선은 2010. 5. 19. 금전지급 합의(양 후보자의 실무자 사이의 합의)에 대하여 곽노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인식하였고, 이에 따라 곽노현이 부탁하는 대로 박명기의 오해와 원망을 풀어주고 이를 통하여 곽노현의 원활한 교육감직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린다는 취지에서, 곽노현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위와 같은 강경선과 다른 피고인들의 관계, 강경선의 사건 관여 동기, 경위 및 역할의 정도와 내용, 특히 강경선은 박명기의 후보자 사퇴과정이나 곽노현의 선거운동에 관여한 바 없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제시한 사정만으로는 강경선에게 곽노현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제공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곽 교육감에게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주자'고 제안한 강 교수의 목적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내지 순수한 부조 차원에서 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후보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없는 강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제공한 곽 교육감에 대해서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곽 교육감이 실무자들 사이의 금전지급 합의에 관한 사실을 선거일로부터 4개월 후인 2010. 10.경에 알았다는 점, 본인이 그러한 합의를 하라고 지시하거나 그러한 합의를 승인한 바가 없기 때문에 박 교수에게 금전을 지급하여야 할 도의적·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점, 강 교수가 박 교수를 여러 차례 만난 후 곽 교육감에게 '순수하게 박 교수를 도와주자'는 거듭된 제안을 한 사실, 곽 교육감은 이러한 강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곽 교육감은 '사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목적이 없는 강 교수의 권유와 설득에 따라 박 교수에게 돈을 지급한 곽 교육감이 당연히 목적이 없는 것이다. 강 교수와 곽 교육감은 '일심동체'로 박 교수를 돕자고 결의하고 그 결의를 실천한 사람들이다. 한 사람이 목적이 없으면 다른 사람도 목적이 없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은 진짜인데 동전의 뒷면만 가짜'일 수가 없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논리법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사전 약속 없는 사후매수가 가능하다?
대법원 판결의 세 번째 문제는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에 사전 약속이 없이도 사후매수죄가 성립한다고 불가능한 가설을 전제로 한 점이다.
대법원은 "사후매수죄는 후보자 사퇴가 있기 전에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재산상의 이익 제공에 관한 사전합의가 이루어지거나 위와 같은 이익제공 등의 행위가 당해 선거의 투표 종료 이전에 행해져야만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가'는 '주고 받는 '것이고, '매수'란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한 후에는 살 물건이 없어 매수란 논리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행하여지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를 하는 경우는 이 두 가지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 반면, 금전지급 약속에 의해 사퇴를 한 경우는 국민의 자유로운 선거권과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다. 후보자가 자진하여 사퇴를 한 후 사퇴한 자와 단일후보자가 된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선거권과 선거부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위법하지 아니한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 다만, 후보자가 사퇴 이전에 사퇴 후에 금전 제공이나 이익 제공의 약속을 한 후 일방이 사퇴한 후에 다른 일방이 사퇴한 후보자에게 금전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선거권과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사후매수죄는 후자의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대법원처럼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재산상의 이익 제공에 관한 사전합의가 없이 한 후보자가 사퇴하고 다른 후보자가 선거 후에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사후매수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 선거의 공정성과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는 셈이서 부당하다. 선거에 영향이 없는 영역에 법적 규제를 하는 것이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게 된다.
대법원 판결의 논리라면 판사나 검사가 사전에 특정 로펌이나 기업체 임원으로 가기로 한 약속 없이 재량권을 행사하여 특정 로펌이 맡은 사건을 무혐의나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우연히 퇴직 후 특정 로펌이나 기업체 임원으로 가게 된 경우에도 모두 뇌물죄로 처벌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검사나 판사의 자의가 개입될 위험성이 너무가 클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의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박 교수가 사퇴하기 전에 어떠한 금전지급에 관한 약속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후적인 관점에서 '박 교수의 사퇴로 곽 교육감의 당선이 되었고, 곽 교육감은 그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돈을 준 것이다'라고 추측하여 곽 교육감과 박 교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만난 관계이니 곽 교육감은 박 교수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곤궁함에 처해 있더라도 외면하여야 하고, 절대로 도와줘서는 안 되고, 가사 경제적인 도움을 주더라도 많은 금액을 도와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이 대법원 판결의 논리라면 단일후보로 된 사람은 사퇴한 사람과 원수로 지내야 하고, 사퇴한 사람이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호의를 베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법이 '선을 버리고 악을 택하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참으로 해괴한 논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4. 헌재의 위헌결정 사전 '김빼기' 아닌가?
대법원 판결의 네 번째 문제점은 헌법재판소의 '사후매수죄'의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 전에 서둘러 선고한 점이다.
이 사건의 처벌조항인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 사후매수죄 규정은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선거 이후에 있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사후매수죄 규정은 약 90년 전에 천왕제적 절대주의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으나 그 후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54년 전에 입법되었으나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적용되지 아니하다가 이 사건에 최초로 적용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계에서는 사후매수죄에 대한 위헌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피고인들은 이 규정에 대해 한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미 위헌여부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전격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선고를 했다.
이러한 대법원은 왜 이러도 조급하게 판결을 선고하였는지는 판결문에 여실히 드러난다. 대법원은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판단은 할 수 없지만 합헌이라는 판단은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처벌근거조항에 대해 합헌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당해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문 27쪽 가운데 12쪽 분량으로 적극적인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자세하게 판단했다. 즉, 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 ②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③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④ 공소시효와 관련한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사후매수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 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자체로 위법하지는 않지만 위와 같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으로 위헌여부를 판단한 것은 다분히 헌법재판소를 의식한 행동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법률의 위헌성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사전 '김빼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사전에 자신들의 입장을 자세히 밝힌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인 위헌결정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5. 후보단일화 못하게 하는 법리 마련하려는 것인가?
대법원 판결의 다섯 번째 문제점은 야권에서 후보단일화에 대한 제동을 걸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선거 후 박 교수가 무보수·명예직에 불과한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문제삼아, 곽 교육감이 박 교수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제공한 것은 사퇴에 대한 대가라며 이를 사후매수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규정의 '공사의 직'에는 무보수·명예직은 포함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지 아니하고, "곽 교육감이 박 교수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당선자가 사퇴한 후보자에게 정무직이나 무보수·명예직을 제공할 경우 처벌할 가능성이 열어 놓은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는 하나의 보편적인 정치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정책연합을 하기도 하고,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정책연합이나 공동정부 구성을 할 경우, 단일후보가 당선되면 사퇴한 후보에게 공직을 배분한다. 예컨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단일후보자가 된 후보자가 사퇴한 후보자나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에게 국무총리 또는 장관으로 임명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사후매수죄가 존속하고 사후매수죄를 대법원처럼 해석하는 한, 이러한 행위는 모두 불법이고, 단일후보자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그들의 지위는 검찰이나 법원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후매수죄의 규정은 헌법상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반하는 위헌적인 조항으로 폐지되어야 하고, 만약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법리적 판단에 오류를 범한 위법한 것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사후매수죄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여 이러한 모순된 법해석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재화 변호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1002114758§io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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