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무상급식 이슈~
구국의 결단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승부수가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시장직을 걸고,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공개적으로 울고, 무릅까지 꿇어가며 호소했지만
그의 모습에 감동 받은 시민이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표현이 적절할 지 모르겠지만 "기회비용"의 관점으로 봐도 오 시장의 판단은 상당히 비경제적이였다 생각합니다.
기회비용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그 무엇의 비용이죠.
오시장은 무상급식 이슈가 대한민국을 망치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인식 했기 때문에
서울 시장직과 정치생명 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무상급식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투표결과가 말해주듯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가며 지키려던 그 "가치"가
일반 시민들에게는 다소 생뚱맞게 느껴졌나 봅니다..
정치인 노무현과 비교되는 대목인데요
노무현은 망국적 행위인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낙선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지키려던 "지역주의 타파"라는 가치는 너무도 이해하기 쉬웠고 설득력이 있었으며 귀중한 것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정치생명을 걸으며 지키려던 가치 즉 "망국적 포퓰리즘"를 저지하고자 하는 숭고한(?) 가치는
일부에게는 감동을 줬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을 설득력하기에는 이슈가 적절치 않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우선, 애들 밥값 지원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는 건 "일반화의 오류"에 속합니다.
한마디로 너무 과하다는 것이죠...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을 나라에서 공짜로 시켜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따지고 들면 명쾌한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무상급식이 안 된다고 했다가 나중에 여론에서 밀리자 차등적으로 적용하자고 제안한 것도 패착이였습니다.
저는 그 말을 처음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로 차등급식을 할 생각인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고향이 시골이고 어린시절 매우 가난했습니다..
고딩 시절 어느날 학교 가야하는데 차비가 없어서 어머니가 옆집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빌리러 가시는게 너무 마음에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 있는 것은 가정형편 조사를 하는 것이였습니다.
요즘도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는 선생님이 애들 한명씩 불러 놓고 집이 잘사는지 못사는지 조사를 했습니다.
자동차, 피아노는 우리학교에서 한명도 없어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녹음기부터 애들이 갈립니다..
저는 녹음기 없는 집 애로 갈렸습니다.. 녹음기 있고 없고로 편이 갈렸습니다.. 애들은 그걸 다 압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도 큰 상처였습니다...
만약 밥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면 이 역시 아이들은 다 알것입니다..
무료급식 받는 애는 우리집이 이렇게 못사냐고 박탈감을 가질 것이고, 돈 내고 먹는 애들 중에는 우리아빠가 낸 세금으로 왜 못사는 애들 밥 먹여줘야 하냐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차등급식"이 굉장히 비교육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복지수준이 OECD 최 하위권인데 애들 급식비로 복지포퓰리즘을 외치기엔 좀 민망한 면도 있고요...
서울시의 어머어마한 예산을 합리적으로 잘쓰고 있는지도 검점해야하는 문제도 있고요...
결과적으로 오시장이 정치생명을 걸고 지키려던 숭고한 가치가 시민들에게는 그 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쫀쫀하다는 느낌까지 줬구요...
노무현의 승부수와 오세훈의 승부수가 언듯 보기에는 구국의 결단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비슷한 용기로 보이지만 질적으로는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이네요...
이번일을 계기로 정치인 오세훈이 과거 노무현처럼 극적으로 반전하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 오세훈은 정치인 노무현보다는 정치적 감각이 많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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