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6. 금요일

사회부장 산하




검찰초등학교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봐요. 지난번에 검찰초등학교 부산반장의 니가 뭔데?” 사건 이후 선생님 처음 만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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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한모 어린이. 건설업자 돈으로 과자 사먹다가 퇴학맞았던 친구죠? 근데 어떻게 돌아왔어요? 아 판사 친구가“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능동적으로 수수했을 때 정직 이상의 중징계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능동적으로 향응을 수수했다고 보이지 않고 그 금액도 100만원 정도에 불과해서 괜찮다고 했다구요? 흠 참 재미있는 기준이에요. 수동적으로 받은 돈 백만 원 받는 건 문제가 안되는데 정당후원금 이체 해지하는 걸 깜박 잊어먹고 수동적으로정당후원금을 냈던 검찰초등학교 신입생은 어떻게 됐었죠? 여러분한테 몰매맞고 쫓겨났었죠? 가끔은 여러분의 얼굴을 뚫고 돋아나는 여드름이 존경스러울라 그래요, 철판을 뚫고 나오는 자연의 신비 BBC 다큐감이에요.

자 어쨌든 수업 시작해 봐요. 음 이런 우라질 벌써 조는 놈들이 있으시네요. 어젯밤 룸싸롱반 애들이랑 쎄쎄쎄가 과했나 봐요. 자 자 검찰이 어린이 여러분 수준에 맞게 동물 얘기를 해 볼게요. 검찰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은 스스로 어떤 동물과 닮았다고 생각하세요? 뭐라구요 호랑이? 여러분 호랑이는 국제적 보호동물이에요 자살하게 만들지 말아요. 네 저기 한반장 어린이. 뭐라구요? 해태? "대검찰청 앞에 서 있는 상상 속의 짐승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외뿔을 세워 옳지 못한 자들을 들이받는다고 해서 법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구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상징이 해태라구요? 해태껌 씹다가 이빨 빠지는 소리 하고 있네요.

여러분도 정답을 알고 있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있죠? 선생님 여러분 맘 잘 알아요. 이럴 때 선생님이 질러 주는 게 선생님의 도리죠. 언젠가 상담할 때 어떤 검찰이 친구가 속시원하게 얘기했는데... 여러분은 개예요 개.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개 말이지요. 어허 왜 이렇게 발끈해요? 병 걸렸어요?


여러분 알다시피 개라는 동물도 진돗개부터 동네 똥개까지, 그 종류와 품격이 다양해요. 그리고 개면 개답게 지켜야 할 도리가 있고, 그 도리를 지키지 못할 때 그놈은 개만도 못한 놈인 거고, 때로 훌륭히 도리를 지키면 '사람보다 나은 개'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럼 개의 도리란 무엇이냐.

먼저 누군가를 물어뜯을 때에 내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냥개의 의무 때문에 목줄기를 물기는 하되 잘못된 사냥감은 아닌지 한 번 더 살피고 그 고통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일이니 이를 인()이라 해요. 둘째, 주인이 물라고 해서 다 무는 것이 아니요, 주인의 명령이 상식에 어긋나거나 범죄에 이용된다고 판단될 경우 그를 거부하고 주인을 향해 짖을 수도 있으니 이를 의()라 하며, 강력한 이빨과 강철 같은 근육을 자랑하면서 불쌍한 사냥감을 놀려 대거나 장난을 치지 아니하고, 속임수를 써서 사냥감의 뒤통수도 치지 않으니 이를 예()라 하며, 자신에게 힘과 능력을 부여한 주인이 누군지, 누구를 대변하는지를 빨리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어야 하는 것이니 이를 지()라 하며, 사냥감이 코끼리건 코뿔소건 두더지건 사마귀건 똑같은 정성과 최선을 다하여 사냥하되 코뿔소 앞이라 해서 낑낑대며 꼬리를 말거나 두더지 앞이라고 으르렁거림이 유별나게 자심하면 아니되니 이를 신()이라 합니다.

자 그럼, 검찰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어떤 개이신가요? 저 중에 몇 가지를 지키고 살고 있나요? 여러분의 품종은 코커스파니엘인가요 진돗개인가요 동네 똥개인가요 아니면 똥개와 하이에나의 튀기인가요.


곽노현 교육감이라는 사냥감이 여러분에게 던져진 지도 꽤 긴 시간이 흘렀죠. 선생님은 인정해요. 여러분은 사냥개로서 누군가를 의심하고 사냥감으로서의 조건이 충족할 때 전력을 다해 추적하고 물어뜯고 쓰러뜨릴 권리와 의무가 있어요. 그게 국가의 안녕과 공공 질서를 지키는 개의 의무니까요. '선의''2억원'은 사정 여하를 막론하고 여러분 코에 향기로운 뼈다귀임에 분명해요. 물어뜯을 수 있어요. 인정해요. 그리고 위법한 사실을 밝혀내면 처벌해도 돼요. 그러나. 일곱 번의 일흔 번 그러나.

우선 여러분은 곽노현 교육감을 기어코 구속시켰어요. 아무리 머리가 나쁘더라도 바로 몇 해 전 기억을 까먹으면 여러분 중학교 못가요. "이해 관계가 불을 보듯 뻔한" 학원 원장에게 돈을 받아 선거 자금으로 썼던 공정택 전 교육감은 불구속이었던 거 기억나죠? "적정한 이자 등이 지급되지 않은 만큼 사실상 불법기부에 해당된다고" 보면서도 "불구속 기소"마저 "신중히 검토"했던 게 여러분이었지요? 왜 말들이 없어요. 진정한 개는 한 입으로 다르게 짖지 않아요. 그게 신()이죠. 공정택 앞에서는 꼬리로 앞길을 쓸던 주제에 곽노현은 찢어발기겠다고 이렇게 난리를 치면 광견병 예방 접종을 했나 사람들이 불안해하게 되지 않겠어요?




또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했나요. 시종일관하게 댓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 앞에 놓고 "조사하면 다 나와""이미 다 불었어."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고양이 쥐 잡듯 톡톡 뺨을 치고 어르고 목덜미 물어 던졌다 받으면서 사람 하나 불쌍한 목각인형으로 만들었지요? 별의 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고깃덩이들을 잘게 잘게 썰어서 언론에 나눠 주었었지요? 이미 예() 따위는 요단강 건너가 버렸어요 그렇죠?

여러분은 법을 공부해서 법을 밥삼아 먹고 사는 친구들이라는 거 선생님이 지난 번에 얘기했어요. 누가 뭐라고 하든 대한민국은 법치국가 아니겠어요? 검찰초등학교 어린이 여러분은 사실을 밝혀 법을 적용하고, 판사 어린이 여러분은 그에 따라 죄의 유무와 형량의 장단을 판단하는 것으로 성적표를 받아요. 그렇다면 여러분이 지켜야 할 최고의 의()는 법이 됩니다. 선생님이 법은 잘 모르는데, 사람을 구속하려면 세 가지의 기준이 있다고 들었어요. "주거가 일정치 않거나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이미 자택 압수 수색을 했으니 알겠지만 곽노현 교육감의 집이 서까래 떨어지고 기둥 부러져서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던가요? 하도 방송을 타서 소녀시대 멤버 구분은 못해도 서울시 교육감은 알아볼 사람들이 백 배는 많을 텐데 어떤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거죠? 이미 돈을 줬다고 밝혔고 돈 받은 이는 받았다고 했으며, 댓가성을 밝힐 증거는 충분히 있다고 말한 게 여러분이었지요? 그런데 왜 구속했어요? 어린이 검찰견 여러분. 도대체 여러분의 의는 어디로 갔나요. 성경에도 나와요. 먼저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뭐 여기까지도 그렇다고 쳐요. 하지만 그래도 사람에겐 인정이 있고 개들끼리도 밥 먹을 때는 안 건드리는 룰이 있어요. 마땅히 행해야 할 일도 살펴서 행하는 게 도리고, 그로 인해 불가피한 고통들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인()이죠. 그런데 여러분. 곽노현 교육감을 잡아 처넣을 때가 언제였어요? 한가위 명절이었지요? 장똘뱅이들도 집에 돌아온다는 한가위예요. 수천만이 이동하고 송편이나 씹고 전이나 부치면서 스산했던 사이에도 온기가 돌고, 서먹했던 가족들도 그 존재감을 확인하며, 개들도 빈대떡이나 장히 얻어먹는 명절이었다구요. 음악 시간에 안 배웠어요?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자 검은 법복 입은 검찰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 냇가로 가는 대신에 영장 받으러 갔지요? 꼬리에 불 난 것처럼 사람 구치소에 밀어넣은 다음엔 정작 추석 연휴엔 푹 쉬셨었지요? 송편 맛있던가요? 조카들 재롱이 눈에 들어오던가요? 보름달 보면서 빌 소원도 굴뚝같던가요? ? 검찰이 어린이 여러분. 개도 다 개가 아니예요 개도 개같아야 개인 거예요.



앞서 말했듯 여러분은 이 나라의 법을 지키는 개예요. 여러분이 이 노릇을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된다? 피의자가 힘이 있고 없고에 따라, 미운 털이 박혔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검찰이 어린이가 꺼내는 칼이 청룡언월도와 도루코 면도칼로 달라지면, 그때는 우리 나라가 무슨 나라가 된다? 법치국가는 개뿔, 백치국가가 돼요. 법치국가를 자처하는 나라의 법이 일관성을 상실하고, 필요와 경우에 따라 카멜레온이 된다면 그 나라 전체가 바보가 되는 거예요 천치가 되는 거예요.

여기서 여러분께 하나 남은 미덕 지()를 호소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주인의 명령을 따라 누군가를 물어야 한다면 그 주인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해요. 여러분이 눈치를 보아야 할 대상은 국민들이지 정권과 상사가 아니에요. 정히 국민은 멀고 정권은 가깝다면, 그래도 여러분이 주인으로 섬겨야 할 것은 여러분이 공부한 ''이지 ''일 수는 없어요. 여러분이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힘에 굴복해서 그 앞에서 꼬리를 치고, 법 따위를 무시한 채 사냥감의 목에 이빨을 박을 때 여러분은 보신탕으로도 못 쓸 천하의 잡종견이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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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린이 여러분. 이왕 개가 될 바에야 플란더스의 개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오수의 견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사람보다 나은 개'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여러분은 싹수가 노랬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좀 녹색 페이스 페인팅을 해서라도 싹수를 바꿔 보세요. '개같은 내 인생'을 탓하지 말고 '개 팔자가 상팔자'를 만들어 보시기 바래요. 사랑하는 검찰이 어린이 여러분.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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