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원점에서 생각해 보자.
평범한 시민인 당신이 역시 평범한 시민인 지인에게 2억을 줬다. 근데, 검찰이 수사를 하고 언론이 난리를 친다.
웃기지?
그렇다 웃긴 일이다.
증여세 납부 여부를 별론으로 하면, 돈을 줬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신분일 것이다.
일단 공정택 전교육감의 경우는 돈을 받은 쪽이다.
이경우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다.
교육기관의 수장이 피감독기관인 일선 학교장에게 돈을 받은 것은 처벌의 문제 이전에 돈을 받은 것 자체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 도덕적 흠결을 문제 삼아 확정판결 이전에라도 그에 대해서 도덕적 비난과 함께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
즉, 당시의 공 전 교육감에 대한 비난과 사퇴요구는 당연한 것이었고, 이런 상황에 대해서 침묵하다시피한 조중동 등의 보수언론은 명백히 잘못했다.
그러면 이제 곽노현의 경우를 보자.
곽노현은 돈을 준 쪽이다.
만약 곽노현이 자선단체에 2억을 주었거나,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줬다면 잘못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러면 돈을 준 행위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돈을 줬냐가 문제일 것이다.
일단 곽노현이 돈을 준 대상은 자신의 감독기관장이나 당시 선거관리기관장이 아니다.
(우선 이점이 자신의 감독기관장인 공정택에게 돈을 준 해당 학교장과는 다른 경우다.)
즉, 곽노현이 돈을 준 대상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장이거나, 검찰(혹은 경찰)고위급인사, 청와대 핵심관계자 등 곽노현에게 어떤 반대급부를 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거다.
현재 진보진영을 보면 무슨 권력의 핵심에게 청탁조로 2억을 바친 상황인 것처럼 난리를 치고 있는데 그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럼 어떤 문제가 있는가.
돈을 받은 대상이 자신과 후보단일화를 했던 박명기라는 당시 교육감후보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 일단 전제를 해보자.
"곽노현은 순수한 선의로 사채업자들로인해 궁지에 몰린 박명기에게 2억원을 줬다(차용증까지 받고)."라고 말이다. 일단 그렇게 가정하고 생각해보자는 거다.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
공정택의 경우처럼, 자신에게 권력을 가진자에게 금전을 줌으로써 부당한 반대급부를 얻거나, 그것을 기대한 경우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어찌됐든 자신과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된 사람에게 (굳이 자신이 그런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저 전제가 맞다면, 오히려 곽노현은 "좀 된 사람"이란 평가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즉 정말 선의라면 지금처럼 손가락질 당할 것이 아니라, 그 인품을 칭찬받을만 하다는 것이다.
이제 따질 것은 그 전제, 즉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돈을 준 것이 선의다."라고 하는 점이다.
그것을 누가 입증할까? 당신이? 내가? 아니면 그 잘나디 잘나신 진보인사들?
우리는 법치국가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준 돈이 선의라고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기초로 해서 검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교육감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었고 그에 대한 다툼이 유/무죄가 아니라 (유죄는 어느정도 인정되고) 처벌의 경중을 다투는 경우라면, 사퇴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또한 검찰 혹은 선관위, 청와대 등의 권력기관에 뇌물을 공여했다든가, 피관리기관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정황이 있다면 이에 대한 사퇴요구는 필연적일 것이다.
그러나 곽노현의 경우는 그와 다르다.
지금 이 상황에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판단이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준 돈이 선의였느냐 아니냐"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최종적으로 곽노현이 선의로 돈을 줬다라고 한다면, 곽노현은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그 인품을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
반대로 선의가 아니라면, 수십억원의 선거보전금을 토해내야하고 형사처벌도 받아야 할 것이다. 사퇴는 당연한 것이고.
현재 대다수의 진보인사들이 지들 멋대로 상황을 예단하고 결론을 내린 후에 곽노현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데, 이는 합리적 사고가 아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름다운 부조일 가능성 역시 그 반대의 경우만큼 높은데, 그리고 판단을 할 확정된 사실관계가 없는데 대체 무슨 근거로 사퇴를 거품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인가?
현시점에 곽노현이 비난받을 건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도덕적 비난조차 적절치 못하다.
왜냐면 그 도덕적 흠결은 오로지 2억의 대가성여부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글에 동의한다면, 곽노현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자.
"아닥! 쫌!"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politics:001001&uid=325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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