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억울하고 안타깝고 열받는 이야기

2011.09.05.월요일
물뚝심송



이쪽이나 저쪽이나 비루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를 꺼내는 건 너무나 비생산적이고 피곤한 일이야.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고, 사실상 이 사건에 가장 큰 책임을 지닌 쪽에는 아주 가벼운 화살 한개가 날아가질 않는 꼴을 보자니 슬슬 열이 받네.

막 뒤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라서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아무도 막 뒤의 일을 알질 못해서 그런걸까.

다들 놓치고 있는 바로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해 보겠어.



먼저 비루한 검찰 쪽 얘길 해 보자.

워낙에 울트라 히트를 치고 있는 나꼼수에서 이미 총수가 얘길 다 해버려서 반복하는건 별 의미 없을 거 같어.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레퍼토리는 하도 여러번 써먹어서 너덜너덜할 정도야. 그래도 그게 또 먹힌다는 게 더 서글퍼.

먹이를 찾아 산비탈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 거리다가 밥주는 주인의 입맛에 딱 맞는 타겟을 발견하고선 목표물을 설정하고 달려들어 물고 찢고 하는 거.

어쩌면 이 사건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심각한 형사범죄는 지금 바로 검찰이 저지르고 있는 걸지도 몰라. 피의사실 공표라든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거나, 법을 다루는 넘들이 이권을 위해 법을 짓밟고 있는 거지.

노무현 때 그랬고, 한명숙 때 그랬고. 그거 뿐인가? 수도없이 많은 정치적 사건에서 검찰은 항상 이런식으로 앞뒤가 바뀐 행동을 해.

사소한 문제거리를 끄집어 내서 대단한 뭐라도 있는 양 구라를 풀고, 그것도 한방에 안 풀고 초딩들 교과서에 나오는 점층법을 활용해서 하나하나 풀어. 소위 빨대가 등장하고, 아님말고가 난무하고, 매번 그게 나올 때 마다, 반론의 기회 따위는 없이 조중동이 졸라 신나서 받아 쓰고, 인터넷 알바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칼춤을 추고...

이미 목표물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지. 사람들이 다 그렇게 믿어 버리니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라는 속담이 적절하겠지.

근데 실제로 굴뚝을 열어보면? 그러니까 재판결과는... 얼레? 무죄네? 요즘 굴뚝들은 첨단기술이 적용되어서 아니 때어도 연기가 많이 나더라고. 심지어 연기도 아니고 드라이 아이스인 경우도 많다니까(곽노현이 무죄라는 얘기가 아니라, 검찰이 이런 수법을 써먹은 사건들의 결과가 법정에서 무죄로 나거나 유죄로 나거나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일 뿐이야. ).

이미 이 때쯤 되면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기억도 못해. 누가 이긴거지?

검찰이지 뭐. 검찰하고 검찰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그 넘들이 또 이긴거야.

이사건에서 가장 욕먹어야 할 집단은 다른 누구도 아닌 검찰일 뿐이야. 그래도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면에 집중을 안해. 이런 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넘들이 (김어준 총수의 말 그대로) 완전 쫄아붙어서 똥물 뿌리고 튀었거든.

그런 면에서 나꼼수 김총수의 주장은 나름대로 이런 잘못된 트렌드를 단절
시키고자 노력한 공로가 있다고 생각해.


진중권도 욕하고, 게시판에서도 의분에 찬 몇몇이 뭐하는 짓이냐고, 왜 부도덕한 교육감을 황빠들이 황우석 감싸듯이 뻘짓 하면서 감싸냐고 욕을 하지만, 다시 들어봐. 김어준은 절대 곽교육감을 감싸지 않았어. 나중에 확실한 대가성 입증자료가 나오면 그 때 욕하자고 한 거 뿐이야. 대신에 꼬리 자르고 도망가기 바쁜 야당쪽, 진보쪽 목청 큰 넘들의 비겁함을 욕한 거 뿐이야.

원래 마초(김총수가 원래 졸라 마초스럽지 않다고 보기 힘들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은 양반이잖아.)들이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넘들 되게 싫어하잖아.

또 실제로 이번 사건의 과정에서 이쪽편 큰입들이 비겁하게 꼬리말고 도망간 것도 사실이고 말야.

그런데 그걸로 끝일까?



더 중요한 점은 곽교육감 측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하는 거 아닌가?

곽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검찰이 현행법을 정면으로 어겨가면서 찔끔찔끔 뿌리는 대로, 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곽노현이 상대 후보를 돈으로 매수해서 출마포기 시켰나?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 걸까?

서울시 교육청 예산은 연간 6조 6천억이 넘어. 이 예산을 총괄 집행하는 자리가 교육감이야. 너 십억 줄테니 출마포기해라,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한 백억쯤 준다고 해도 7조 가까운 돈을 집행할 권리를 포기해? 교육감 직책에는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수백억이 넘고, 그 중의 일부 아무런 입증자료 없이, 그러니까 흔한 영수증 한장 안끊고 써도 되는 예산이 연간 수십억이 넘어. 그 돈으로 떡을 사먹던 아이패드를 수십만대 사서 친구들에게 뿌리건 문제가 안되는 돈이 그렇게 많다고.

그런 자리에 출마한 사람이 겨우 몇억 준다고 출마 자체를 포기해? 바보야?

출마 안하겠다는 넘을 돈주고 출마시켜서 상대방의 표를 분산시키자, 이런건 말이 된다고. 어차피 당선 가능성이 없는 넘을 꼬셔서 사무실 내고 후보 등록하고 선거 운동 하는척 하게 만들면 공보에 얼굴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헤매게 되니까 말야. 그건 돈도 얼마 안들어. 이런 매수는 실제로도 흔히 벌어져.

그런데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출마한 것을 돈으로 매수해서 주저 앉힌다는 얘기는 내 선거판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진짜 없어.

아, 진짜 그쪽 전문 용어로 뿌로커 같은 넘이 등장해서, 출마할 생각도 없으면서 나 출마한다고 협박질 하면서 돈달라는 넘들은 많지. 그런 넘들에게는 보통 선대본에서, 출마 하고 싶으면 하세요, 누가 말립디까? 하는 말 한마디로 주저 앉힐 수 있어. 어딜 감히~

박명기는 그런 케이스가 아니야.

실제로 서울시 교육감 선거판의 막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이해하려면, 역사를 먼저 이해해야 되는 거야.

교육감 직선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해방이후부터?


... 2007년 2월 14일.

부산에서 맨 처음으로 직선제 하에서 교육감이 선출되지. 그리고 2007년 12월에 경남에서 최초로 진보 계열의 교육감이 등장을 하게 된다고. 이 선거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데 그냥 넘어가지 뭐. 궁금한 사람은 소주 들고 찾아오면 얘기해 줄께.

그러면서 더 중요한 사건이 벌어져. 2009년이 되어서 경기도에서 첫 직선제 교육감 선거가 있었거든. 거기서 김상곤이라는 빨갱이 같은 교육감이 당선되는 거야.

아, 왜 지역별로 선거일자가 이렇게 다르냐고? 그게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그 때까지 있던 임명제 교육감의 임기가 다 달라서 그런거야. 그렇게 들쑥날쑥하게 계속 할 수는 없으니까, 그 때 한번만 그렇게 하고, 그 다음에는 지자체 선거와 날짜를 맞춰서 2010년 4월에 최초로 전국 동시로 각 교육감들이 일제히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거지. 앞으로는 그 시기에 계속 맞춰가게 될거야. 그러니까 임기가 4년이라는 얘기지.

서울은 어땠을까? 2008년 7월 30일에 첫 교육감 선거가 시행되는데 여기서 그 유명한 공정택-주경복이 격돌하고 강남3구의 몰표라는 현상이 최초로 등장하게 된다고. 주경복은 그 선거에서 지고 나서 어찌 되었지? 전교조 선생들 돈 받았다고 졸라 뚜들겨 맞고 형사처벌 당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똑같은 케이스지. 검찰이라는 이리떼(황야의 이리횽 미안~)의 습격을 받고 쓰러진 거지.


한마디로 주경복에게는 이런 메시지가 전달된거야. 너 좆도 아닌 빨갱이 교수 새끼가 어딜 감히 서울 교육감에... 다시 나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이런거야. 속으로는 시바, 여차하면 경기도 빼앗기고 서울까지 날아갈 뻔 했네, 휴~ 하는 안도의 숨소리가 나왔을거야.

근데 그 뒤에 또 무슨 일이 있었지? 공정택이 선거법 위반, 특히 거액의 뇌물이 오간 혐의로 쫓겨나고 패가망신하잖아. 그 할배 지금 선거비용 정부 보전금이나 다 토해냈는가 몰라(나중에 기회가 되면 왜 가카한테 선생님 소리 듣던 공정택 할배가 그렇게 개쪽팔고 갈기갈기 찢겨서 쫓겨났는지 그 배후 얘기도 해 줄께. 졸라 재밌어.).


그리고 2010년에 전국 지자체 동시 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도 전체지역에서 다시 벌어져. 그러니 최초 선출된 사람들은 대부분 반쪽 임기만 수행한거지.

앞서 얘기한 경남의 경우, 진보그룹으로 분류 되었던 권정호 후보는 재선에 실패하고, 지역에서 부패로 악명높았던 고씨 성가진 예전 교육감이 다시 자리를 탈환해버려. 뭐 아쉽지도 않아. 권정호 교육감은 진보의 탈만 썼던 사람이니까.

경기도는 뚝심있게 김상곤 후보가 재선이 되어버려. 잘 해왔거든.

서울은 공정택이 쫓겨나고 빈 자리를 곽노현이라는 사람이 차지해 버리게 되지.

그러니까 우리가 주의깊게 살펴볼 선거는 김상곤 1차 선거, 주경복 선거, 그리고 김상곤 2차 선거, 곽노현 선거. 이렇게 되는 거야.

되게 많아 보이지? 그런데 사실은 쥐뿔도 아니야. 실제로 전국에는 교육감이 16명이 있는데, 그나마 진보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서 의미있는 싸움이 벌어졌던 선거는 저게 전부니까(아, 다른 지역 교육감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고,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던 것만 고른거 뿐이야.).

진보에게, 명색이 진보그룹인 사람들에게 다가왔던 선거판은 이렇게 몇 개 안 돼.

그러면 이 그룹의 사람들은, 선거라는 졸라 큰 이벤트를 효율적으로 잘 치러낼 역량이 있었을까? 과연 그럴까?


실무 능력이라는 건 말야.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지지를 않아. 꾸준히 연습하고 경험을 쌓아야 생기는 능력이라고. 맨날 머리띠 매고 주먹질 하면서 투쟁가나 부르던 사람들이 수백명의 관련자들이 모여서 선대본,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거액의 선거비용을 주무르면서 뒤탈없이 깔끔하게 선거판을 치러낼 역량이 있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의 초점은 여기에 있는 거야.

한날당 쪽 후보들 뒤에는 이런 막후 실무자 그룹이 상당히 두텁게 존재해. 돈 전문가 법 전문가 구라 전문가 종류별로 다양하게 말야.

이쪽에는? 그런거 없다.

1차 김상곤 선거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좀 덜했어. 다들 반신반의 했으니까. 저게 싸움이 제대로 되기나 하려나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그러니까 소수가 모여서 개고생 하면서 뒤죽박죽으로 선거를 치루고도 이겨냈고, 이긴 뒤에 잡음도 거의 없었어.

문제는 그 다음에 서울 주경복 선거야.

경기도에서 방금 한판 거하게 이겼잖아. 그러니 어라~ 이것도 또 이기는 판 아닌가 하면서 개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왜 개떼냐고? 수구꼴통이건 진보그룹이건 돈 냄새 맡고 모이는 개떼들이 없을 거 같어?

그 개떼들을 불러 모으는 똥 역할을 하는 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선거 공영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거비용은 차후에 정부가 보전을 해 주게 되어 있어. 물론 백프로는 아니고, 보전해 주는 항목이 있지. 그 금액도 상한선이 있는데, 상한선은 해당 지역의 인구에 비례해서 설정되어 있어.

그러니까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일단 전체 선거비용을 먼저 투입을 해야 되고, 차후에 선거 끝나고 나서, 그 내역을 선관위에 제출해서 상당부분 보전을 받게 되고, 거기서 모자르는 차액은 후원금으로 채우게 되어 있는거야. 공식적으로는 자기돈을 안 써도 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걸로는 택도 없기 마련이지.

그 액수의 규모는 서울이 35-36억. 경기도는 40억 부근일거야. 경기도 인구가 서울보다 조금 더 많거든. 그리고 실제로도 경기도가 면적이 훨씬 넓어서 돈이 더 많이 들어. 공식 보전금만 저만큼이라고.

실제로 2010년 선거에서 곽노현은 42억을 쓰고 37억을 보전받아. 김상곤은 42억 2천을 쓰고, 40억9천을 보전받아. 물론 보고된 액수가 그렇다는 얘기지.

자, 길어야 한달 전후인 선거과정에서 35억 40억 하는 액수가 집행된다고.

거기서 선거유세차 임대만 따내도 얼마야. 전 서울시민 경기도민에게 전달되는 공보 인쇄물만 따내도 얼마야. 길거리에 수도없이 걸리는 플래카드 인쇄만 따내도 얼마야?

엄청난 이권이 발생한다고.

그거 집행을 누가 결정하지? 후보? 후보 본인은 일단 선거전에 돌입하게 되면, 아무 생각이 없어. 옆에서 스탭들이 짜주는 일정 소화하기도 벅차. 유세연설에 인터뷰에 사람 모이는 곳 쫓아가서 인사해야지, 그리고 매일매일 결산 보고 받아야지, 하루 20시간 강행군을 감수하게 되는거야. 실제로 선거 끝나고 나면 이긴 후보건 진 후보건 몽롱한 상태가 될 정도로 얼이 빠져.

결국 선대본 사람들이 다 결정을 하게 되어 있어.

선대본에는 누가 들어가지? 후보 판단으로 선대본 사람들을 취사선택 할 수도 없어. 왜냐고? 후보 입장에서는 선대본에 좀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록 좋으니까, 특별한 범죄자 아닌 이상에는 누가 와도 감사합니다~ 지.

진보진영에서도 몇차례 큰 선거를 치러 가면서 이 선대본 사람들의 스킬도 빠른 속도로 늘게 되어 있는거야. 그러면서 드디어 악마같은 탐욕들이 등장하게 되는거지.

사실 말단의 업자라고 생각을 해보자. 내가 인쇄소를 해. 선거 특수를 좀 먹어보고 싶어. 그러면 어째야 할까? 선거 전에 출마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에게 줄을 서. 그리고 그 후보 선대본에 누가 들어올 지 촉각을 곤두세워. 그러다가 결정권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줄을 대야지. 그러려면 나도 뭔가를 투자해야 되는 거야. 사람들을 끌어다 준다거나, 계약금 없이 일을 먼저 좀 해 준다거나. 다른 업자들보다 좀더 싸게 견적을 넣는 다거나.

그러나 선대본을 주도하는 멤버들은 입장이 또 달라. 눈치작전이 시작되는 거지. 그 수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후보와 정치적인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라서, 사심없이 공정한 집행을 하고 아무런 뒤끝 없이 헤어지게 될까?

거기는 이긴 다음에 자리를 보장 받으려는 넘, 자리 따위 관심 없고 돈이나 한몫 챙기려는 넘, 자기도 나중에 출마 한번 해 보려고 경험삼아 와서 도와 주는 넘, 온갖 넘들이 득실거려.

그리고 거기 최상층부에서 케잌 절단식이 벌어져. 뭉테기로 이권들을 짤라서 나눠 갖게 되는 거지.

넌 자리가 중요한 넘이니까, 유세차 인쇄물에는 손 대지 말고, 난 자리 관심 없으니까 유세차 가지고, 넌 끝발 세니까 인쇄물 가지고. 등등등... 이 과정에서 멱살잡이 정도는 흔하게 벌어지고, 폭행 사건도 흔히 볼 수 있어. 끝발 대결, 힘대결, 말빨 대결, 온갖 방법이 다 동원되는 판이거든. 사실 진보 내에서도 나름의 그룹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이끌고 다니는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 떡을 좀더 크게 받아가야 되는 거야. 좀더 큰 떡을 잘 챙겨오는 사람이 거느리는 그룹은 세가 커지고, 주는 떡도 못 챙기는 그룹은 망해가고.

세상이 그렇잖아. 난 이런거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해. 원래 그런거거든. 그러나 진짜 문제가 되는건 저 안에서 정리가 깔끔하게 마무리 되고 아무도 원한을 품지 않게 되어야 하는데, 그게 실패했을 경우야. 도박판에서도 다들 포기하면 아무 문제 없지만, 누구 하나가 심하게 수술 당하면, 앙심을 품고 경찰에 찔러서 몽땅 다 딸려 들어가잖아. 비슷한 거지.

저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떡의 분배과정을 잘 조율해서 마무리 하는건? 그게 바로 후보를 둘러싼 스탭들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능력이 되는 거라고.

그런데 여기서 사건이 한층더 복잡해져.

바로 단일화 문제야.

진보그룹이라 해도 어쩔 수 없이 계파가 있다는 거지. 각 후보들 역시 사람이니까 자기가 평소에 어울리던 그룹들이 있게 마련이고, 큰 뜻을 품고 출사표를 던지는 순간 그런 사람들로 선대본이 꾸려지게 되는 거야.

그런데 이게 한 팀이 아닐 경우에 문제가 된다고. 분명히 저 팀과 우리는 유사한 정치적 성향을 띤 비슷한 그룹이야. 그러니 절대 둘다 나가서도 안되고 둘다 나갈 수도 없어. 그러나 이미 양쪽 모두 뜻은 품었어.

그러면 누군가 하나는 포기해야겠지.

이게 야권연대에서 아주 쉽게 논의되는 단일화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단일화는 수십 수백명의 의지와 욕망이 교차되는 거대한 카오스, 혼돈의 현장이야.

우여곡절 끝에 후보가 포기했다 치자. 그러면 그 밑에 선대본도 일제히 포기하고 집에 갈까? 절대 아니지. 선대본도 합병이 된다고. 점령군(단일화에 승리한 후보 진영 스탭들)이 있고 식민지 백성(단일화에 져서 끌려 들어온 스탭들)들이 생기긴 하지만 다들 떡에 관심이 있는건 사실이야.

그러면 아주 큰틀에서 논의해. 이 그룹에서 6을 먹고, 저 그룹이 4를 가져간다. 그 결정이 나면 그 틀에 맞춰서 떡의 재분배가 이루어져.

당연한 얘기잖아. 그런데 그 당연한 과정이 매우 어려워. 왜냐고? 우린 지금 우리 머리속에 있는 추상적인 이상 따위를 얘기하는게 아니라, 당장 내 식구(가족이 되었건 내가 이끄는 그룹의 멤버가 되었건)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필수적인 떡, 바로 돈 얘기잖아.

주경복 선거에서는 오히려 초보적으로, 이렇게 나눠 먹을 떡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단이 터진거야. 사실 사단도 아니고 별 말도 안되는 이유로 검찰이 달려들어 물어 뜯을 고리를 남겨주게 되는 실수를 한거지.

2차 김상곤 선거에서는? 대략 세그룹이 선대본에 모여. 그리고 아주 효율적으로 3:3:4 정도로 분배가 이루어졌어. 모든 그룹이 동의했고, 뒤탈이 없었어. 그만큼 재선에 임하는 김상곤 후보의 카리스마(아무도 뒤에서 궁시렁 거리지 못하게 하는..)도 작용을 했고, 이 팀은 차후에 비전이 충만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다음에 만회하게 해 줄께" 뭐 이런 약속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거야.

곽노현 선거에서는?

이 과정이 실패한거야.


피상적으로 단일화에 참여해서 후보를 포기한 박교수가 그 동안 자기가 쓴 돈을 곽교육감에게 갚아달라고 주장을 했다... 뭐 이런 말이 나오지만, 그거 박교수 혼자 돈도 아니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내가 선거에 나가서 내 돈 십억 날리고 좀 가난해졌어. 그런다고 해서 명색이 교수까지 지낸 양반이 구걸하러 나서겠어? 비참하게...

날린 돈이 내 돈이 아니니까 그 난리가 나는거야. 박교수 스탭들이 곽후보 선대본에 유연하게 결합이 되고, 거기서 떡의 분배가 이루어졌으면 그 사람들은 날린 돈을 다 거기서 벌충을 하고 남아. 그거 실패한 게 문제의 이유야.

왜 실패했을까? 곽후보 진영에 막강한 위치를 점령한 그룹이 "분배"를 거절하고 "독식"을 선언한거지 뭐.

이러면 동티가 나게 되어 있잖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원한이 맺힌 그룹이 생겨나니까. 그 사람들은 독기가 올라 내가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심지어 처벌까지 받는 한이 있어도 판을 엎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거야. 도박판에서 혼자 수술당하고 독박쓰고 오링당한 넘들처럼 말야.

곽후보, 아니 곽교육감의 문제? 바로 여기에 있는거야.

자신이 출마한 선거에서 선대본 내의 탐욕과 의지의 거대한 카오스를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한 점. 특정 그룹의 독식을 제어하지 못한 점. 선거판의 문제를 선거 후에도 깔끔하게 정리해 내지 못한 점.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한 덕분에 오늘날의 이 사단이 벌어지게 된거라고.

사실 그게 곽후보의 문제라고 밀어버리기에는 좀 가혹한 측면이 있어. 내가 후보로 나선 캠프에 선대본에 모여든 넘들이 뻘짓 한거라는 측면도 있거든. 그 정신없는 와중에 그런걸 어떻게 일일이 다 챙겨?

챙겨야 되는거야. 그리고 선대본에서 독식하려는 넘 있으면 뒤로 불러 쪼인트라도 좀 까고, 어떻게 너 혼자 다 먹으려고 그러냐, 좀 풀어라, 라고 "조절"을 했어야 해. 그리고 서운하고 배고픈 그룹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챙겨주고, 원한을 품지 않도록 만들었어야 한다고.

실질적으로 노무현도 이걸 못해서 탄핵당한거 아닌가?

어째 묘사하는 말투가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뿌로카 스타일이 되어 버렸지만, 정치도 우리네 인생사하고 똑같아. 마냥 깨끗한 정치가 있을 수 없듯이, 언제나 발은 진창에 딛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게 우리네 인생이듯이, 진창속에서도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잘 나눠서 사람들의 욕망을 다스려 줘야 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해 가면서 끝없이 비젼을 제시해 내고, 사람들이 지치고 절망하지 않으면서 따라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게 소위 말하는 "정치가" 들의 기본 임무거든.

곽노현은 이미 실패했어.

선거 뒤에 박교수 그룹하고 교육감 그룹하고 뒤에서 어떻게 싸웠길래, 멍청하게 그 푼돈(40억에 비하면 2억은 푼돈이지 뭐. )을 달라 말라 준다 못준다 싸우고, 그걸 또 "계좌"로 꽂아주나.

그걸 또 보기만 하면서 말리지도 못한 스탭들은 뭐며, 자신들이 정리해 내었어야 할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까닭에 교육감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 상황에서 한가롭게 기자회견이나 하고 앉은 선대본 사람들은 또 뭐야.

제발 좀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해야할 무슨 일을 못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건지, 진솔하게 반성좀 하란 말을 하고 싶어.

진보그룹도 다 사람이야. 밥 안 먹으면 죽고, 똥 못싸면 죽는 똑같은 인간들이야. 이슬만 먹는 신선들이아니라고.

당연히 물욕도 있고 탐욕도 있어.

그런데 당신들 말야. 시장통에서 라면국물 나눠 먹어가며 투쟁하던 시절을 너무 쉽게 잊어 버리는 거 같아. 이제 몇억 몇십억을 쉽게 만져보니 그게 그렇게 좋던가?

그래서 같이 싸워야 하는 동지들에게 떡하나 안 돌리고 독식하니 맘 편하고 잘 넘어가던가?

당한 넘들도 마찬가지야. 그래, 사회적으로 확고한 경제기반 없이, 똑같은 넘들끼리 지들이 뭐 잘났다고 독식하니까 화는 났겠지. 그런데 그런거 하나 조정하지 못하고서 이 사회를 어떻게 개혁을 한다고 나서는 거지?

당신들 모두 실무 무능력자들이야. 아니, 능력이야 있겠지. 실무야 잘 할거고. 근데 돈 들고 가서 유세차 빌려오는 일이야 대기업 신입사원도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야. 당신들이 진짜 무능한 지점이 어딘지 알어?

자신의 탐욕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

한날당 애들좀 봐바. 걔들의 탐욕은 하늘을 찔러. 가카부터가 탐욕의 화신(140억 아까와서 BBK 문제를 다시 수면으로 끌어낼 정도로)이잖아. 그래도 쟤들은 판을 깨지는 않잖아. 왜냐고? 나중에 와서 또 먹어야 되는데 판 자체를 깨 버리면 빨갱이들이 판을 빼앗아 가니까 그건 절대 안된다는 걸 잘 아니까 그러는 거잖아.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효율적으로 탐욕을 부린다고나 할까? 아니지, 김총수가 표현한대로 졸라 성실하게 탐욕을 부린다고.

이제 오세훈이가 쫓겨나가면서 만들어진 기류를 저들은 교육감 사냥으로 효율적으로 판을 엎어 버렸어. 이거 김총수가 아무리 피를 토해봤자 다시 역전 못시켜. 이미 국민들의 머리속에는 오세훈이나 곽노현이나 쎔쎔, 민나 도로보 데스(모두가 도둑넘이다.)야.

당신들이 바로 그 몇억의 푼돈을 독식하려고 설치다가 문제가 이렇게 퍼져 버린거라고.

이거 도대체 어떻게 책임질거니?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님이 돌아가셨어.

시커멓게 타 죽은 자식의 모습을 평생 가슴에 품고,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해 싸워오신 분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에 우리가 이런 모습밖에 못 보여준다는 거...

너무 슬프잖아.

씨발.. 이러니까 내가 도대체 술을 끊을 수가 없잖아...

http://www.ddanzi.com/news/34245.html

Posted by skidpa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