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디도스’ 의혹은 왜 언론에 안나오나
새누리당 당직자가 지난해 4·27 국회의원 재·보선 김해을 지역구에서도 창원터널에 교통체증을 일으켜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공작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여러 정황들이 나왔으나 언론은 입을 닫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약 2시간30분 동안 마비됐다. 이른 아침 투표소를 확인하려던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 경찰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로 최구식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비서 공 아무개씨 등을 구속했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공씨 일당이 국가기관에 사이버 테러를 가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한 수사 관계자는 “투표를 못하게 하려고 정부·여당이 국가기관을 공격한 초유의 사태다. 수백, 수천 명의 투표를 방해할 목적으로 일개 비서들이 한 행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재·보선이 치러진 지난해 4월27일 창원터널 장유에서 창원 방향 출근길. 이 시각에는 통행이 원활했다.


“‘터널 디도스’ 목적으로 1억원 줬다” 

그런데 투표를 방해한 공작은 이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난해 4·27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투표를 막기 위한 새누리당의 공작이 있었다는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의 증언이 나왔다. 지난 9월24일 손인석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은 자필 진술서를 남겼다. 그는 경남 김해을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이 창원터널에서 거짓 공사와 차량 동원으로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투표율을 떨어뜨리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위한 자금 1억원을 자신이 댔다고 고백했다. 

손 전 위원장은 당으로부터 1억원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선거 사무실에서 김태호 후보의 핵심 측근인 안 아무개씨(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선거가 끝난 뒤 새누리당은 손 전 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K토건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했다고 한다. 서울 여의도의 당 소유 건물을 보수하는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줬다고 했다. 나머지 5000만원은 손 전 위원장이 당 총무국 국장으로부터 직접 현금으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4·27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경남 김해을 지역구는 상징성이 대단히 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노풍’의 진원지이자 새누리당 텃밭이어서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는 김해에 상주했다. 새누리당은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국무총리 후보자로 나섰던 김태호 후보를 내세워 배수진을 쳤다. 야당 단일후보로 나선 이봉수 후보의 지지율이 김태호 후보를 앞섰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었다. 결국 투표율이 당락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투표율이 35%를 넘을 경우 이봉수 후보가 유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김태호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었다.   

특히 김해을 선거구 전체 유권자(21만874명) 중 41.1%(8만6594명)가 거주하는 장유면의 투표율에 따라 당선자가 갈린다는 전망이 나왔다. 장유면 유권자 3분의 2가량이 창원터널을 통해 창원과 부산 등 인근 대도시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이었다. 창원터널의 교통 상황이 선거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임유철 다큐멘터리 감독은 “창원터널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투표율이 심하게 떨어집니다”라며 인제대 학생들과 함께 교통 감시단까지 꾸렸다.


  
ⓒ연합뉴스
당시 한나라당 김태호 당선자(위 오른쪽)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당선·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 측은 낮에는 고령의 유권자들을 실어 나르고, 저녁에는 창원터널의 교통 체증을 유발해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도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썼다는 게 손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새누리당이 차량을 동원해 유권자들을 동원한 정황은 당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국민참여당 부정선거 감시단은 김해시 한림면 모정마을 마을회관 앞에서 노인 6~7명을 태우고 한림체육관 제3투표소로 이동을 반복하는 ‘부산90자××××’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발견하고 동영상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카니발 차량 운전자는 감시단원의 얼굴을 폭행한 뒤 차량을 몰고 도주했다. 감시단은 김해시 선관위와 한림파출소에 신고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수송에 사용된 차량은 영업용 콜밴으로 확인됐다. 당시 선관위 관계자는 “운전자는 마을 이장 부탁으로 어르신들을 몇 차례 모셔다드렸으며 특정 후보와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 재·보선 당일 창원터널에서 공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창원터널 진입 10m 앞에서 차량번호 판독기 철거 작업을 벌였다. 당시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현장 사진을 공유하는 등 선거 당일 진행되는 공사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여론은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원래 전날 예정된 공사였는데 비가 와서 부득이하게 다음 날로 미루게 됐다.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고 차량 정체에 영향을 줄 정도의 공사가 아니어서 선거와 연관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정황들은 나왔으나 손 전 위원장의 진술 내용이 실제로 구현됐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손인석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이 쓴 자필 진술서. 그는 ‘터널 디도스’ 공작에 자신이 자금 1억원을 댔다고 주장했다.
방송사와 조·중·동 전혀 다루지 않아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뉴스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다. 충북 지역 언론 <충청 리뷰>와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폭로로 시작된 이 사건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김태호 터널 디도스’는 단숨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점령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터널 디도스 문제를 국회 청문회로 다루어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또 9월28일 작성된 ‘김태호 터널 디도스 뭐길래’ 기사에는 댓글이 무려 8만9285개(10월5일 오전 9시30분 현재)나 달렸다. 

하지만 방송 3사와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신문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러다보니 누리꾼들이 방송사에 보도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제보가 없다’ ‘연휴기간이다’ ‘담당부서에 전하겠다’ 따위 대답만 돌아왔다는 게 누리꾼들이 남긴 후기다. 

S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보도할 가치가 충분한 사건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려고 들지 않는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MBC 보도국의 한 부장급 기자는 “대다수 언론이 박근혜 후보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터널 디도스’를 다루지 않고 있다. <나는 꼼수다>가 제기한 의혹이어서 진보 진영의 언론들도 다루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10월2일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권을 요구할 예정이다. 올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주요 변수라 이 문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주진우 기자·박소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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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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