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드디어 야권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11월 6일 저녁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배석자 없이 만나 야권단일화를 위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그동안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요구했던 단일화 합의에 대한 첫 번째 실질적 만남이라는 사실이라 많은 관심과 함께 어떤 합의를 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투표를 불과 43일 앞두고 만난 문재인,안철수 후보 두 사람이 어떤 합의를 했는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7개항 합의사항


첫째, 엄중한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 고단한 국민의 삶과 형편, 정치 혁신에 관한 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고 인식을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둘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새 정치와 정치 혁신이 필요하고, 정치 혁신의 첫걸음은 정치권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셋째, 단일화는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의 원칙 아래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나가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넷째, 단일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만 보고 가야하며 국민의 공감과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다섯째, 단일후보는 후보 등록 이전까지 결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함께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여섯째, 새 정치와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양쪽의 지지자들을 크게 모아내는 국민 연대가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정당 혁신의 내용과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의 방향을 포합한 ‘새정치공동선언’을 두 후보가 우선적으로 국민 앞에 내놓기로 했다 

일곱째, 투표시간연장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서명 운동을 포함한 캠페인을 공동으로 펼쳐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7가지 사항에 대해 합의를 했습니다. 피터는 이 7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다음과 같은 사안이라고 봅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공동합의문에서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의 뜻을'이라는 항목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야권단일화 후보는 정권교체, 새누리당 집권연장 반대를 위한 후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부분은 안철수 후보를 향해 가졌던 불신을 모두 해소함과 동시에 '야권단일 후보 VS 새누리당'이라는 구도를 명확하게 규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많은 국민을 기쁘게 했던 항목이 바로 '단일후보는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일 이전까지로 결정'한다는 부분입니다. 불과 대선이 40여 일 앞둔 상황에서 단일화가 어렵다고 느껴졌던 국민에게 본격적인 후보단일화 일정을 공식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은, 이제 확실하게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진다는 희망과 안도감을 선사했습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합의했던 내용 중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새정치공동선언'입니다. 국민연대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두 후보는 우선 구체적인 민주당의 정당 혁신 내용과 정권교체를 어떻게 할지에 관한 합의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보면, 앞으로 야권단일화 후보 결정이 다음과 같은 순서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측은 오늘(11월7일)부터 앞서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을 위한 실무진을 구성하고, 2~3일 내에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것으로 봅니다. 이 공동선언문에는 정치 개혁과 가치연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겠지만, 더 확실한 야권단일화 협상 내용은 세부적으로 나오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나올 예정이고, 이것을 통해 야권단일화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봅니다. 

가장 중요한 야권단일화 방식은 11월 15일 전에는 나올 것입니다. 그 이유는 선거법 141조에 선거일 30일 전인 11월 19일 부터는 당원집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참여경선을 택할 경우는 11월 19일 이전에, 여론조사는 11월 25일 이전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공동 합의문에는 아주 중요한 정권교체와 후보단일화를 하겠다는 공식선언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많은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누가 됐든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명백한 사항만 먼저 기뻐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두 사람의 확실한 합의에도 몇 가지 우려되는 사안들이 있습니다. 그런 걱정을 어떻게 막고 해결할지에 대한 피터의 생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새누리당의 공격은 공동으로 막아라.

새누리당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독 회동 직후, '밀실야합'이라는 말로 그들을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은 말 그대로 문재인,안철수 후보, 그 누가 됐든지, 야권단일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 대결한다면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문재인,안철수 후보 공동합의문 발표 직후에 나온 새누리당 대변인 논평,출처:새누리당


사실 새누리당이 단일화를 밀실야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동안 박근혜 후보를 공격했던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이고, 이인제와 함께 손을 잡고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정치적 M&A에 불과할 뿐입니다. 

새누리당은 앞으로 야권단일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간마다, 강도 높은 정치 공세를 펼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어떻게 하든 갈라놓으려고 만들 것입니다. 문재인,안철수 이 두 사람은 내부적으로 합의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각개 격파를 위해 문재인,안철수 후보 별도의 공격이 있을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로따로 새누리당과 싸우면 힘들겠지만, 이 두 사람이 공동으로 새누리당의 정치공세를 막는다면 충분히 국민은 새누리당의 정치공작에 현혹되지 않을 것입니다. 

■ 단어 하나 때문에 협상을 망치지 말라

어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1시간 15분동안 단독회동을 했는데, 이들이 합의한 내용을 정리하는 데만 무려 45분이 걸렸다고 합니다. 원래 합의문이나 선언문 등은 문구 하나, 단어 하나에 양측의 줄다리기가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있을 '새정치공동선언'이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이루어질 각종 합의사항에도 실무진들의 이런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단어 하나 문구 하나를 가지고 서로 다른 목소리와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면, 야권단일화를 바라보는 국민은 이러다가 협상이 결렬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들 수 있고, 그것을 새누리당과 언론은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고자 덤빌 것입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독회동관련 조선일보 오늘자 기사. 출처:조선일보


문재인 후보 측과 안철수 후보, 이 두 사람의 마음이 100% 그대로 각 진영 측에 전달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각자의 생각이 약간씩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야권단일화를 막는 걸림돌이 될수 없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언론은 분명히 서로 이간질하는 내용의 기사와 정치 공세를 펼칠 것입니다. 

각 진영의 대변인과 캠프 인사들은 야권단일화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서로의 말을 아껴야 합니다. 어떤 빌미를 줄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옳고, 실무진들에게 일임했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목표는 야권단일화이지, 문구,단어 하나가 아닙니다. 더 큰 것을 볼 줄 아는 마음과 자세를 문재인,안철수 후보 캠프 측 인사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 국민연대는 지지자들도 연대해야 한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문재인 후보로 야권단일 후보가 결정되기 바라고,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은 안철수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가 결정되기 원할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대통령 후보 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을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야권단일화를 지지하는 국민들이라면 그 누가 후보로 됐든 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마음의 결정을 미리 해야 합니다. 

▲ 야권단일화 관련 지지율 조사, 출처:중앙일보.


조중동은 계속해서 안철수로 단일화하면 문재인 지지층이 어쩌고, 문재인으로 단일화하면 안철수 지지층이 어쩌고 하면서 자꾸 후보 개인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진정으로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가 왜 야권단일화를 하고, 국민연대를 하려고 하는지를 망각하는 태도입니다. 

정치인이 국민연대와 합의를 하겠다고 나섰다면, 이 두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합의와 연대를 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후보가 단일화 후보가 되지 않으면 딴 후보를 지지하겠다면 왜 야권단일화를 해야 합니까? 그냥 처음부터 그 후보가 3자 구도로 나오라고 주장해야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반드시 힘을 합쳐야 하고, 새로운 정치 개혁과 발전을 위해서는 각자의 생각을 버릴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도 성숙한 정치 가치관을 가지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정치인만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을 지지하는 지지자들도 바뀌고 변화해야 합니다. 


정권교체, 정치 개혁,국민연대를 위해 문재인, 안철수 후보 이 두 사람이 만나 손을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두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신만의 후보를 고집할 때, 야권단일 후보는 패할 수도 있고, 정권이 바뀐 뒤에도 갈라질 수 있습니다. 

정치인을 변화시키는 힘, 정치를 바꾸는 흐름, 대한민국을 새롭게 변화하는 움직임, 이 모든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합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힘을 합치고, 각자의 기득권과 욕심을 버리기 원한다면 유권자 자신도 그들에게 요구하는 만큼 변화되어야 합니다. 



http://impeter.tistory.com/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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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과학쟁점 언론보도' 검증   

MBC의 ‘안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보며


“...결국 전혀 다른 두 가지 연구인데, 중간에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이용해 그래프를 그리고 추세선을 구하는 분석 과정이 있다는 이유로 표절이라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소리다. MBC 뉴스의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근거야 어찌되었건 일단 ‘안철수 표절’이라는 키워드를 대중의 머리속에 새겨넣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것이 언론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인가. 게다가 이토록 뻔뻔한 네거티브 공세의 근간에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가 뭔지 잘 모를 테니까’란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 빤히 보이는 이상,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00MBC.jpg» MBC 보도 화면. 출처/ MBC


석 연휴 직전에 제기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 다른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다. 전자가 자기 논문을 표절하여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었다면, 이번엔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베껴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의학박사 학위가 사실상 안철수 후보 경력의 출발점인 이상,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이 커질것으로 보인다는 의기양양한 멘트로 시작된 그 단독취재 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문제의 두 논문을 찾아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과연 표절일까? 


우선 두 사람의 학위 논문 제목을 살펴보자 (편의상 서 모 교수의 논문을 [서 (1989)], 안 후보의 논문을 [안 (1991)]이라 지칭하고자 한다).
 

[서 (1989)] 

토끼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의 일과성 외향 전류에 대한 연구 


[안 (1991)]

토끼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 Bay K 8644와 acetylcholine에 의한 Ca2+ 전류의 조절기전


00MBC3.jpg» MBC 보도 화면. 출처/ MBC 

MBC 보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논문보다 2년 앞서 제출된 서울대 서아무개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했다는 것이다. 위의 논문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두 사람은 “토끼 단일 심방근 세포”라는 같은 곳에서 다른 종류의 전류를 측정했다. 측정 방식은 같을 수밖에 없다. 이것을 두고 MBC 뉴스는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같은 줄자를 들고 돌아다니며 숲속에 있는 참나무들의 키를 재어 평균 키를 구한 논문이 소나무의 평균 키를 구한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소리다. MBC 뉴스에서 언급된 서 교수 박사 논문 20페이지와 안 후보 박사 논문 14페이지 부분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서 (1989)]

막전압에 의존적인 일과성 외향전류의 성질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하여 우선 항정 상태 비활성화(steady-state inactivation)를 알아보았다. 항정 상태 비활성화를 얻기 위하여 double-pulse protocol을 사용하였다. Prepulse로 자극기간이 1초인, -80 mV부터 10 mV까지의 펄스를 주고 그 다음에 20 mV의 자극기간이 0.5초인 고정된 펄스를 주었다. Prepulse로 -80 mV 펄스를 주었을 때 고정 펄스에 의해 가장 큰 전류가 활성화되었고 prepulse가 저분극쪽으로 갈수록 prepulse에 의해 활성화되는 일과성 외향전류의 크기는 증가하였지만, 고정된 펄스에 의한 일과성 외향전류의 크기는 감소하였다.


[안 (1991)]

토끼의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 Bay K 8644가 저분극 상태에서도 Ca2+ 통로에 대한 agonist로 작용하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 항정상태 비활성화 실험을 하였다. 항정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얻기 위해서 double-pulse protocol을 사용하였다. 유지 전압을 -60 mV에 둔 상태에서, -60 mV ~ 0 mV의 전 자극(prepulse)을 10 mV의 간격으로 500 ms의 기간동안 준 다음에 0 mV의 시험자극 (test pulse)을 100 ms동안 주었다. 시험자극으로 0 mV를 사용한 이유는, 토끼의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 유지전압이 -60 mV일때는 0 mV에서 Ca2+ 전류가 최대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자극으로 -60 mV를 주었을 때 시험자극에 의해서 가장 큰 전류가 활성화되었으며, 저분극의 전자극을 줄수록 전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Ca2+ 전류의 크기는 증가했지만 시험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Ca2+ 전류의 크기는 감소하였다.


두 사람은 모두 다 ‘더블펄스 프로토콜(double-pulse protocol)’이라는 방법의 실험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이 실험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온 통로의 투과성이 세포막 전위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관찰하기 위한 실험으로, 사전 펄스(prepulse)를 오랫동안 주어 세포막 전위를 그 값으로 맞춘 다음에, 실험 펄스(test pulse)를 주었을 때 그 이온 통로를 통과하는 이온의 흐름, 즉 전류의 크기를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서 교수가 이 실험을 수행해 밝혀낸 것은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의 막전위 의존성, 즉 막전위가 증가할수록 불활성화한다는 특성이었다. 따라서 서 교수의 실험에서는 ‘사전 펄스’를 주었을 때의 막전위가, 즉 ‘실험펄스’를 주기 전의 막전위가 -80 mV(밀리 볼트)일 때 일과성 외향 전류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나며, 이후에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감소의 양상을 더 구체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 ‘사전펄스’를 엑스(X)축으로, 그 ‘사전펄스’를 줄 때 나타난 일과성 외향전류 값을 최대치(이 실험에서는 ‘사전펄스’가 -80 mV일 때)으로 나눈 값을 와이(Y)축으로 놓고서 그림으로 보여주는 아래 그림과 같이 말이다. 

00paper.jpg


이런 항정 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다음과 같이 볼츠만(Boltzmann) 곡선으로 맞춤(fitting)할 수 있다.


R(v) = 1 / { 1 + exp (V - Vh) / h }


이렇게 하면 이온 통로의 비활성화 특성을 더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위의 식에서 Vh는 비활성화된 정도가 0.5일 때의 막전위이고 h는 비활성화되는 기울기, 즉 속도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막전위 증가에 따라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가 불활성화되는 정도를 둔화시키는 어떤 물질을 처리했을 때와 처리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하는 경우에, 그냥 두 경우의 그래프 모양을 비교해 보여주는 것보다는 Vh값의 증가 또는 h값의 감소 정도를 구하는 편이 훨씬 명확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 교수와 안 후보는 모두 다 볼츠만 곡선으로 맞춤(fitting)해 사용했고, MBC 뉴스는 이것이 표절이라 지적했다.(서 교수 논문 22 페이지와 안 후보 논문 17 페이지). 


만약 서 교수의 연구가 이와 같은 일련의 분석 프로토콜을 정립한 데 의의가 있는 것이라면 안 후보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이 분석 방법을 따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서 교수의 논문은 토끼 심장근 세포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온 통로 중 하나인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의 일반적 특성에 대해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의 경우는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가 아닌 Ca2+ 이온 통로를 연구했고, 단순히 이 통로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베이케이8644라는 물질이 이 통로에 끼치는 영향을 더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더블펄스 프로토콜 볼츠만 곡선 맞춤(fitting)을 수행했다. 


앞에서 사용한 나무 비유를 다시 갖다 쓰자면, 서 교수의 연구는 숲 속을 돌아다니며 참나무들을 관찰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안 후보의 연구는 숲 속 소나무에 어떤 약을 뿌렸을 때 성장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관찰한 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연구가 같은가?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이케이8644는 평소에 Ca2+ 통로를 활성화하다가 막전압이 높아지면 차단제로 작용하는데, 이는 베이케이8644가 Ca2+ 통로가 열려 있는 시간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항정 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왼쪽으로 이동(shift)시키기 때문에 높은 막전압에서는 기능할 수 있는 Ca2+ 통로가 줄어들어 열려 있는 시간의 증가를 상쇄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기존에는 -40 mV 정도의 막전위에서 베이케이이8644가 Ca2+ 통로 억제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었으나 안 후보는 1uM의 베이케이8644는 막전위가 -40 mV일 때에도 Ca2+ 통로 항진제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이 현상을 더 명확히 규명하고자 항정 상태 비활성화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안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은 1uM의 베이케이8644의 처리 전후에 나타나는 Vh의 변화가 -21.0mV에서 -21.7mV로, 분명히 항정 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키기는 하나 그 정도가 미약한 탓에 항진제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서 교수와 달리 안 후보는 그래프를 표시하지 않고, 볼츠만 곡선 맞춤(fitting)을 통해 식을 구하는 것으로만 분석을 대신했다. 이와 같이 동일한 연구 방식이 적용된 맥락조차 다른 것이다. 결국 전혀 다른 두 가지 연구인데, 중간에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이용해 그래프를 그리고 추세선을 구하는 분석 과정이 있다는 이유로 표절이라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소리다. MBC 뉴스의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 


그 다음에 제기된 1992년 논문의 표절 의혹에 대해선 아직 자세한 정보가 없는 탓에 논문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솔직히 더 찾아봐 무엇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솔직히 안철수 후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분이 훌륭한 분이란 것은 알지만, 그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와 있다는 자체는 전혀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혐오감은 안 후보에 대한 이런 나의 개인 감정을 훨씬 뛰어넘고도 남는다. 


근거야 어찌되었건 일단 ‘안철수 표절’이라는 키워드를 대중의 머리속에 새겨넣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것이 언론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인가. 게다가 이토록 뻔뻔한 네거티브 공세의 근간에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가 뭔지 잘 모를 테니까’란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 빤히 보이는 이상,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솔직히 나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아는 것은 과학을, 진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절대 정의롭지 않다는 점이다. 


[여담] 눈썰미 있으신 분이라면 내가 위에서 언급한 논문과 MBC 보도 화면에 나온 논문 제목이 다르다는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서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은 두 개이다 (하나는 소아과학, 또 하나는 생리학). 이 글의 맨위에 실은 MBC 화면에 나온 것은 소아과학 학위 논문이나, 실제로 표절한 것으로 언급된 논문은 생리학 학위 논문 쪽이다. 표절했다고 나와 있는 페이지를 펼쳐봐도 그 내용이 안 나오니, 한참을 헤맨 끝에 결국엔 논문 두 개를 읽는 수고를 해야 했다. 추석 연휴에 열심히 공부하게 만들어주신 MBC 기자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수정] 원래의 원고에 있었으나 편집 과정에서 빠진 그림을 집어넣고, "만약 서 교수의 연구가 이와 같은 일련의 분석 프로토콜을... 두 연구가 같은가?" 부분을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고. "그 결과..." 문단 중에 "서 교수와 달리 안 후보는 그래프를 표시하지 않고, 볼츠만 곡선 fitting을 통해 식을 구하는 것으로만 분석을 대신했다. 이와 같이 동일한 연구 방식이 적용된 맥락조차 다른 것이다"라는 문장을 새로 넣었습니다. 2012년 10월2일 낮 12시39분.



http://scienceon.hani.co.kr/59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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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안-문 단일화를 위한 선결조건 ①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에서 최대 과제는 '시대정신'과 '정당개혁'에 대한 양 캠프의 이해에 달려있다고 본다. 안철수 캠프는 '정당 혁신'과 '국민의 요구'라는 단일화의 두 가지 조건을 내걸고 공을 정당으로 던졌다. 나는 이를 좋은 제안이라 생각하며 이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런데 안 캠프의 김민전 교수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민주당의 신패권주의 청산이 과제"라며 친노를 겨냥한 발언을 해 단일화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지난 21일 SBS 시사토론에서 김민전 교수 등 패널들은 한결같이 "문재인의 가장 큰 약점은 친노 이미지"라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이 2인자 혹은 비서실장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해가 된다. 그에겐 아직도 노무현의 카리스마나 안철수의 영감이 부족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친노'란 무엇인가

▲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부산추모문화제가 지난 5월 20일 저녁 부산대 넉넉한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노래를찾는사람들' 공연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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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거에서 친노 이미지가 문제가 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당당하게 '나는 친노다'를 외치던 문재인이 '반노' 노선을 걸었던 손학규와 '탈노'를 시도했던 김두관을 이기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혁신과 통합>과의 통합 이후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 선거에서도 친노라고 분류되는 인사가 지속적으로 당선되고 있다. 친노가 당내 조직이나 세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모두 국민의 참여에 의해서 얻은 결과이다.

'친노'는 당내 선거에서만 통하나? 그렇지 않다. 2012 지방선거에서 안희정·이광재·김두관은 친노를 내세워 당선됐고, 비록 아쉽게 분루를 삼켰지만 수도권의 유시민과 한명숙도 친노였기에 선전했다. 지난 4·11총선에서도 영남이나 분당 같은 새누리당 우세지역을 제외하고 친노후보는 대부분 당선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미 국민들에 의해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참여정부 실패 프레임도 조중동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깨달았다. 그런데도 언론과 논평가는 여전히 '친노'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논리적으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결국 문재인 후보도 이런 주문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문 캠프는 의도적으로 친노를 배제하고 노무현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친노가 좋든 나쁘든 통합캠프를 꾸리는 건 문재인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대중선거에서는 '친노'가 정치적 자산으로 승리에 기여하는 데 반해, 언론과 엘리트 사이에선 친노가 '동네북'이 되는 이 현상은 여전히 설명을 필요로 한다. 나는 이것이 '친노 왕따' 현상이며 요즘 학교폭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이들의 왕따와 똑같은 원리로 행해진다고 생각한다. 

'친노'는 분열 프레임

'친노'의 어원을 추적해보니 2002년 12월 28일 치 <조선일보>의 '말말말'에 "민주당내 세력을 노후보에 대한 선호를 중심으로 친노, 반노, 비노로 구분하기도 한다"고 보도한 게 시초였다. 즉, '친노'는 2002년 대선과정에서 후단협에 의해 노무현후보가 흔들리면서 벌어진 민주당 내 분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용어였다.

이후 수구언론은 민주당 내 정치인뿐만 아니라 친노 언론, 친노 조직, 친노 네티즌, 친노 인사, 친노 논객 등 노무현 후보와 관련된 모든 사람과 기관·조직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해왔다. 정치권에서 정치조직이 아닌 언론·논객·네티즌까지 '친노'란 명칭을 붙이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친노는 '친이'나 '친박' '동교동' '상도동' 등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다고 본다. 

우리사회에서 '친노'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일부에겐 긍정적 의미도 있겠지만 친노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배타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게 사실이다. 친노의 선거 승리가 결속력이 강한 데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인지 친노가 아닌 사람에게는 소외감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친노에 대한 세간의 이해는 맞는 말이며, 실체가 있는 것일까?

'친노' 포괄적이며 확장성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은 지난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한 문성근 민주통합당 전 대표 대행과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헌화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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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정신에 공감하고 계승하려는 사람이라면 사실 누구든 친노가 될 수 있고 노무현재단의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 4·11총선에서 노무현정책학교를 수료한 모든 후보에게 노무현재단은 '정책위원' 타이틀을 주었다. 친노가 공천을 50% 정도 차지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그래서 사실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아무나 원하면 친노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친노가 배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나의 자의적 구분에 따른 친노는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영남을 제외하면 공천 받은 이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언론의 분류는 친노를 공격하기 위해 가공된 숫자였던 것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일반 국민은 엄밀히 말해 친노가 아니다" "민주당의 권력을 잡고 있는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다" 등등. 친노의 부활이 문제라는 신율 교수에게 '친노'의 정의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답을 하지 못했다.

흔히 참여정부에서 한 자리 한 사람들이 친노라고 말한다. 그렇게 치면 정동영·김근태·천정배·정세균·김두관은 물론이고 이헌재·한덕수 등 경제관료들도 친노가 된다. 이들은 언론에서 친노라 불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무현과 오래된 정치적 동지를 '친노'라고 정의하면 될까? 참여정부에서 무관으로 있었던 안희정이나 유시춘도 친노라 불리니 이 정의가 앞의 것보다는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이용섭이나 정연주처럼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인연을 맺게 된 전문가는 포괄하지 못한다.

친노의 가장 정확한 정의는 참여정부에서 한자리를 했든 안 했든 노 대통령 임기 후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노무현의 가치를 인정하고 의리를 지킨 사람들을 일컫는 게 아닐까. 이들의 공통점은 '이'보다는 '의'를 좇았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외곽에서 온갖 고생에 불이익을 받은 명계남·문성근을 골수 친노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 친노라고 공격받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이들이 선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건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하고자 하는 수많은 친노 시민들 덕분이다.

노사모는 21세기 참여민주주의의 맹아였다. 참여민주주의 정신이 성숙 발전돼 나타난 것이 촛불집회였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이 촛불의 배후라는 확신으로 수사를 시작했던 건 촛불시민의 가치지향이 노무현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촛불정신은 진화하고 또 다변화하고 있지만 큰 흐름에서는 소통을 중시하는 안철수 현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들은 이슈와 사람에 따라 흩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한다. 대체적 흐름은 감지할 수 있어도 실체는 잡히지 않는다. 이들은 집단주의와 거리가 먼 개인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친노는 가치공동체다. 이들이 신념과 가치를 중심으로 하나가 됐기 때문에, 어떤 언론의 이간질이나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친노가 자주 모여 정치를 계획하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묘사하는데 실상은 각자 움직인다. 유시민은 다른 정당으로 가기도 했다.

친노 시민을 '노빠'니 '광신도'니 하면서 종교집단으로 매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친노 시민은 정치의식이 높고 정치학 교수보다 정치적 식견이나 지식이 높다고 생각한다. 친노시민들은 근거 없는 노무현 때리기, 왕따 현상에는 단호하게 화를 내며 흔들리지 않지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유연하게 생각을 바꾸는 이성적인 사람들이다.

친노, 의리와 신념 때문에 불온세력으로 낙인

이처럼 다수 깨어있는 친노 시민의 사랑을 받는 친노 엘리트들이 정치권에서는 왜 왕따를 당하는 것일까. 이들은 노무현의 신념을 그대로 빼닮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노무현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는 비주류에게는 금단이었던 대통령의 자리를 감히 넘봤을 뿐만 아니라 주류의 공격에 타협도 굴복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줌으로써 제2, 제3의 노무현이 나오는 길을 시스템으로 만들려고 했다. 수백 년간 권력을 독점해왔던 기득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불온사상이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노무현은 빨갱이로 매도당했던 김대중보다 더 불온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 땅의 주류세력은 노무현의 모든 것을 비난하고 공격하며 왕따 만들기에 돌입했다. 교실에서도 왕따의 피해자는 대개 남과 다른 경우가 많다. 가령, 너무 예쁘거나,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잘난 척을 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공부를 너무 잘하거나, 너무 못 하거나... 기존질서에 대해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도전하고 대통령스럽지 않았던 노무현은 왕따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노무현은 이 사회 주류에게만 찍힌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 내 운동권 주류로부터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마치 공부 열심히 안하던 아이가 운이 좋아 전교 일 등을 한 것 같으니 공부를 성실히 해왔다고 생각하는 운동권 주류에게는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런 이유들이 왕따를 정당화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왕따는 부도덕하고 나쁜 것이다.

왕따는 단지 가해자가 피해자를 핍박한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왕따가 성립하기 위해선 피해자를 중심으로 가해자, 조력자, 강화자, 방관자의 역할분담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핍박하기 위해선 이를 격려하고 환호하는 조력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가해자는 조력자들로부터 용기를 얻고 쾌감을 느낀다. 조력자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가해자보다 한 술 더 뜨는 강화자이다. 강화자는 평소엔 피해자처럼 약자로서 설움을 받다가 자신보다 더 약자가 왕따의 타겟이 되면 가해자보다 한 술 더 떠서 피해자를 괴롭히는 사람이다. 강화자의 '오버'는 강자로부터 당하지 않으려는 피해의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받았던 설움을 자신보다 약자인 피해자에게 화풀이하는 보상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강화자는 피해자가 왕따를 당할만한 짓을 했기 때문에 그런 핍박이 정당하다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가령, 흑인이 백인으로부터 받은 차별을 백인이 아닌 한인에게 화풀이하는 현상 같은 것이다.

노무현 왕따 현상

하지만 이것만으로 왕따는 완성되지 않는다. 왕따의 종결자는 부당한 왕따를 외면하고 방관하는 다수의 방관자들이다. 관중 중 한 명이라도 용기 있게 가해자의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나선다면 그리고 다른 방관자들의 관심과 동조를 얻어낸다면 왕따는 발생하지 않는다. 불행히도 참여정부 시절 우리 사회는 이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그 결과 돌부리에 채어 넘어져도, 비가 와도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노무현은 그야말로 동네북이었다.

결국 노무현 왕따 현상의 이면에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집요한 가해가 있었다. 그들의 이런 심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일 때 까불었으니 손을 봐줘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칼럼에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가해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두 번이나 권력을 빼앗기고 멘붕에 빠진 보수진영 지지자들의 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을 결정적으로 아프게 했던 건 수구언론보다 노무현에게 더 가혹했던 진보진영의 언론과 정치인들의 강화자 역할이었다.

그들은 노무현이 권력자인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비판이 정당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노무현은 대통령 권력만 달랑 쥐고 수구기득권에 둘러싸인 섬과 같은 존재임을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진보 언론이나 시민단체, 정치인들이 노무현 왕따에 동참했던 이유는 물론 정책적 지향이 달라서였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친노언론, 친노시민단체, 친노인터넷 매체라며 싸잡아 공격하자 의도적으로 더 가혹하게 노무현을 때림으로써 차별화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이들이 만일 강자였다면 우리는 친노 언론이 아니라며 당당하게 대응했을지 모른다. 어찌 보면 이들이 의도하지 않게 강화자의 역할을 하게 된 건 늘 강자에게 당하고만 살아온 약자로서의 피해의식이 작동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대개는 수구언론을 정치집단이 아니라 중립적인 언론으로 인지했기에 오해가 쌓였을 수도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 시절 논객은 노무현만 때리면 언론의 1면을 장식하며 유명세를 누렸다. 보수든 진보든 반 노무현 논객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이런 분위기에선 친노 조차도 주눅이 들어 정당한 방어를 하지 못했다.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노무현을 지지했으면서도 진보 언론까지 노무현을 비판하자 "나만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며 감히 나서지 못했던 다수의 시민은 방관자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부도덕한 왕따가 브레이크 없이 지속되었던 건 노무현이 대통령이었기에 모든 비판이 정당화되었기 때문이다.

왕따는 보통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으로 끝난다. 노무현은 자신을 바위 아래로 던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금되어 있던 강금원회장과 이광재 전지사, 그리고 수많은 측근을 왕따의 굴레에서 벗겨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노무현이 가장 바랐던 것은 자신의 왕따에 강화자로 참여했던 진보진영이 기회주의와 불의를 청산하고 정의가 세워지는 것 아니었을까.

노무현의 죽음으로 많은 방관자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노무현이 가해자와 조력자, 그리고 강화자로부터 부당한 왕따를 견디는 동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자책감과 후회에 빠졌다. 노무현 서거 이후 깨어난 시민들은 2010년 민주당 지방선거 승리의 1등 공신이다. 이들은 SNS로 무장하고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선 정체 없는 모바일세력이 되어 제2의 노무현을 지켰다.

다수의 친노시민들의 커밍아웃으로 노무현은 부활한 듯 보였다. 추모분위기에 편승했던 일부 논객들은 시간이 지나자 "추모와 평가는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노무현을 왕따 시켜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을 것이다. 노무현이 잘못했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고 합리화하고 싶은 게 그들의 심리인 것 충분히 이해한다. 한 진보주간지가 제작한 서거특집에서는 현실정치를 외면한 노무현의 도덕성 강조가 그의 죽음을 불러왔다며 한 예로 오세훈이 만든 정치자금법을 노무현의 작품이라는 잘못된 해설을 곁들이기도 했다. 강화자는 노무현의 죽음마저도 노무현 때문이라는 가해를 가했다.

안-문 단일화 위해 친노 왕따 이해 필요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 와락센터를 방문해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와락센터는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의 심리치료 공간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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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노무현의 죽음이 친노 왕따를 멈추지는 못했다. 노무현의 신념을 상속한 친노는 왕따도 상속하게 됐다. 올 대선과정에서도 친노 왕따는 지속되고 있다. 언론에 의해서만 지속되는 게 아니라 통합민주당의 단일화 상대라 생각했던 안철수 캠프가 가해자인 수구언론의 논리를 가지고 신패권주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신패권주의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당내 선거에서 늘 1등만 차지하는 친노를 겨냥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정치적 이해가 부족해 일어난 일이라고 이해는 한다. 하지만 발언 전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수구언론의 친노 왕따 프레임 영향을 받은 건 아닌지 한 번 쯤 고민해주길 기대한다.

친노 왕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올 대선 단일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안철수 캠프와 문재인 캠프가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후보가 극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증오와 적대적 정치의 하나의 예인 '노무현 왕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기숙


덧붙이는 글 | 다음 글에서는 왜 왕따현상이 나타나는지, 왕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은 blog.daum.net/leadershipstory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81941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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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온라인과 언론을 뒤흔든 화제는 '안철수 협박'과 '안철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안철수 원장 측근이었던 금태섭 변호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에서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4일 오전 7시57분께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다.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과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출신과 최근까지 사귄 것을 알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면 폭로하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 전문을 먼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금태섭 변호사: 갑자기 연락을 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 깊은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9월 4일 월요일 아침 7시 57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7분간 통화를 하면서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습니다. 이것은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협박입니다. 이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우리 국민의 변화 열망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안철수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한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국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아니라면 대선 기획단의 음모와 활동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야 합니다. 

다음은 구체적 내용입니다. 

첫째, 안철수 연구소 설립 초창기 1999년 산업은행에서 투자 받았는데 투자 팀장 강모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 

둘째, 안철수가 목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다. 

정씨는 구체적 근거는 말하지 않은 채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 안철수 원장에게 그것을 말하고 불출마하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불출마를 종용했습니다.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는가,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거대권력이 현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는 않은지 강한 의문이 듭니다. 근거 없는 유언비어의 근원지와 조직적 유포에 대한 제보가 있습니다. 국민의 염원을 협박하는 것입니다. 이는 안철수 원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낡고 구태연한 거대 음모. 국민은 역사를 되돌리려는 어떤 사실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금태섭 변호사가 밝힌 정준길 공보위원의 협박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뇌물이고, 두 번째는 여성편력입니다.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정확히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녹취록이 없어서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금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논란이 됐던 경찰의 안철수 원장 조사 관련과 이어져 정가에 떠돌던 새누리당의 안철수 네거티브 전략팀 운영이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준길 위원의 안철수 원장 대선 불출마 협박을 보려면, 과연 금태섭,정준길 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필자가 늘 주장하는 그 배경에 숨겨진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살아온 인생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검사직을 내던진 정준길'

정준길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입니다. 새누리당 공보위원으로 활동하기 이전에 정준길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시 35회를 거쳐 검사가 됐습니다. 울산지검에 근무하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안대희 (현재 새누리당 대선기구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중앙수사부장과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준길의 경력을 보면 검사를 그만두고 어떤 법무법인에 간 것이 아니라 CJ그룹이라는 기업으로 갑니다. 전략구매 실장이라고 하지만 직함은 상무였습니다.이런 그의 모습은 그리 흔치 않은 행보였습니다. 도대체 왜 그는 법조계가 아닌 기업으로 갔을까요? 

정준길이 기업에 간 이유는 그가 펴낸 자전 에세이 '길의 노래'에 나와 있었습니다. 
 
“평생 직업으로 삼고자 했던 검찰을 떠나면서 새로운 삶의 길로 7~8년 정도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국회의원에 출마해 보겠다고 나름대로 중기 계획을 세웠었다.” 
 

▲ 정준길 변호사의 자전 에세이 '길의 노래' 출판기념회 © 디지털광진


정준길은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계 입문을 노렸고, 2008년 CJ에 사표를 내고 한나라당 광진구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4.11 총선을 앞둔 2011년 '길의 노래'출판 기념회를 자신이 출마하려던 광진구에서 개최했습니다. 건대동문회관에서 열린 정준길 변호사의 출판기념회에는 대표적인 친박계인 현경대 전 의원이 참석해, 그가 지금의 박근혜 대선캠프에 어떻게 참여했느냐를 짐작하게 합니다.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의 법무실장을 지내기도 한 정준길은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물이었습니다.그는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추미애 후보에게 패배한 뒤 박근혜 대선캠프에 합류해 박근혜 후보의 대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대선캠프에서도 나와 앞으로 어떻게 다시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정치판을 떠날 사람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검찰개혁을 외치다 쫓겨난 금태섭'

금태섭 변호사는 안철수 원장 측근 이전에 대한민국 검찰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인물입니다. 2006년 9월 금태섭 변호사는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한겨레 신문에 기고했습니다. 

▲ 금태섭 검사가 기고한 연재물 © 한겨레 신문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금태섭 변호사는 법에 명시된 피의자의 권리를 일반인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10회 연재를 계획으로 한겨레 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단 1회 기고 후 검찰과의 마찰로 연재를 그만두게 됩니다. 

한겨레 신문에 글을 올리고 난 뒤에 6개월 후에 검찰을 나온 금태섭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성에 근무하면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금태섭 변호사는 현직 검사로 '조직의 배신자'라는 말을 들었던 기고문을 쓴 이유에 대해서, 검찰이 과연 피의자를 보호하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과 선진국처럼 변하지 못하는 검찰 조직의 문제점을 고민하다가 글을 썼다고 합니다. 

안철수 원장과 금태섭 변호사가 전면에 나서게 된 배경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시장의 멘토단으로 참여하면서입니다. 금변호사와 안철수 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처음 만났으며, "우리 둘 사이에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고 말해 두 사람이 각자의 행보 속에 비슷한 성향으로 친해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금태섭 변호사가 안철수 원장의 측근으로 나왔던 기자회견도 중요하지만, 그가 왜 좋아했던 검사직을 그만두었는지도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원장 불출마 협박에 담긴 단편들'

정치블로거로 살다 보면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를 자꾸 되짚어 보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새누리당이 안철수 원장 뒷조사를 적극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저로서는 과연 얼마큼 새누리당이 안철수 원장을 이용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기 때문입니다.

▲ 황우여 대표가 새누리당 당직자에게 받은 문자


안철수 원장 불출마 종용 기자회견이 열리던 시각,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황우여 대표는 새누리당 당직자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습니다.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실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함"이라는 문자를 통해 우리는 새누리당이 어떻게 하든 앞서 말한 정치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뇌물과 여자문제를 진실처럼 몰아가려고 한다는 기획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9월4일 오전에 받았던 전화를 굳이 슈퍼 디데이로 불리던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이 열리던 9월6일 기자회견을 했는지도 한 번쯤은 되짚어봐야 합니다.

필자가 왜 단편들이라는 단어를 썼느냐면, 정확한 팩트가 없는 혼전의 양상이 지금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언뜻 들었던 얘기들이 갑자기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의 안철수전담팀 등)


과연 새누리당은 무슨 의도로 정준길을 시켜 전화하게 했고, 과연 정준길은 무엇을 노리고 '안철수 저격수'를 자처했는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준길 위원처럼 검사 출신이며 치밀한 사람이 무턱대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거나 뻔히 이슈화될 수 있는데 아무리 친구지만(정준길과 금태섭은 서울대 법대 동기) 적처럼 대치 상황에 있던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했다는 점도 무심코 넘어가기는 자꾸 배경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단락에서 필자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치권의 모든 움직임을 그냥 단순히 보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저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가 함께 고민하며 의견을 나누고 싶기도 합니다.

▲ 4.11총선 당시 정준길 후보 지지유세를 하는 박근혜© 광진의소리


사람을 평가하면서 단순히 그가 어떤 인물이었느냐를 보기보다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본다면, 금태섭 변호사는 검찰의 개혁과 변화를 위해, 정준길은 자신의 정치적 권력과 야망을 위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됩니다.

정준길은 9월6일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직을 사퇴했습니다. 또한 '가슴이 아프다'라며 갑자기 자신이 건 전화가 친구를 향한 우정어린 충고였다고 항변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20여년이 넘은 친구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과연 제가 이런 행태의 정치를 계속 해야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상당히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짜 정준길은 이런 순진한 생각으로 전화를 했을까?)

앞으로 정준길과 금태섭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정준길은 어찌 됐든 정치판의 말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잠시 사라집니다, 그러나가 그가 걸었던 한 통화의 전화는 12월 대선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는 퇴보하면서 정치판의 말들은 한 치 앞을 모를 정도로 치밀하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런 정치판을 보는 국민은 최소한 두세 수는 미리 보는 안목을 지니는 고수가 되어야 합니다. 참으로 정치를 어렵고 더럽고 추악하게 만드는 정치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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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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