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항소심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판결의 핵심 증거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 씨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425지논 파일'(텍스트 파일)과 트위터 공작의 근거인 ‘씨큐리티’ 파일. 대법원은 이 두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792003.html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상식에 대한 도전 

대법원 판결은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상식에 대한 도전처럼 보인다.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자기가 작성했다고 검찰에서 인정했던 파일(파일명 ‘씨큐리티’)에 관해 재판에서는 ‘지금은 모른다’고 번복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일반인도 사기사건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자기가 작성한 문서에 관해 모른다고만 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배제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할 만하다.

‘씨큐리티’ 파일은 고등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의 핵심 증거다. 고등법원(김상환 부장)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한 ‘정치글’을 넘어서서 박근혜 후보에 유리한 ‘선거글’들을 국정원이 더 많이 인터넷에 유포했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 씨큐리티 파일에는 고법의 통계적 판단의 토대 대부분을 이루는 트윗글(총 27만7천여 건 중 27만5천여 건이 트윗글)들의 원트위터 계정 269개가 국정원 직원들 22명(구체적으로는 2012년 초에 만들어져 트위터 활동만을 전담한 “안보5팀” 전체)의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아래 그래프는 고등법원 판결에 나와 있는 것이다.

원세훈

전문법칙(傳聞法則) 

대법원은 피고의 인권을 보호해온 전문법칙(傳聞法則) 조항을 들어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전문법칙은, 쉽게 말하자면, 피고가 대질할 수 없는 증인의 증언은 피고에게 불공평하므로 유죄증거가 될 수 없다는 규칙이다.

특히 그 증인이 문서인 경우에는 대질 자체가 불가능하니 전문법칙 적용을 피하려면 문서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서 그 문서가 자기가 작성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씨큐리티 파일에 대해서는 작성자가 확인되지 않으니 전문법칙에 의해서 증거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논리다.

하지만 씨큐리티 파일은 그런 식으로만 증거 자격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위 씨큐리티 파일은 제3자에게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자기만 접근할 수 있다고 한 메일 계정에서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그런 파일의 발견 자체는 김 씨가 파일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 남자

 

가정해보자 

내가 절도 피의자라고 하자.

  1. 내 이메일 계정에서 269곳의 최근 절도 피해 장소와 일치하는 주소를 적은 문서가 나왔다.
  2. 나는 작성자임을 부인했다.
  3. 누구도 문서의 작성자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이 이런 문서가 내 계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증거에서 배제할까? 내가 다른 이용자의 존재나 해킹의 가능성을 소명하지 않는 한 반드시 증거에 포함하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천만 개의 주소 중에서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절도피해장소 269곳의 주소만을 수집해 놓은 문서가 내 메일계정에서 발견됐다.

내가 범죄와 무관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메일

이렇게 증거에 포함되었을 때 문서 내용이 진실인지를 다투는 대질을 그 작성자와 하지 못한다고 피고에게 불공평할 것이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검사는 문서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변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내용의 문서가 피고에게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을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방식만 옳다 고집하는 대법원 

물론 씨큐리티 파일이 위에서 밝힌 논리에 의해 증거가 되면 증명하는 사실의 구체성은 떨어진다.

  • ‘국정원 직원들이 269개 계정을 이용했다’가 아니라
  • ‘국정원 직원 김 씨는 22명의 국정원 직원들과 269개 계정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고 있다’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법원에는 씨큐리티 파일만 증거로 제출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다른 정황 증거가 있고 고등법원은 이 정황 증거들을 더해 ‘국정원 직원들이 269개 계정을 이용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씨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이런 논리로 인정할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 고등법원이 “개괄적이고 포괄적인 정황 사실의 존재만으로 시큐리티 파일에 기재된 269개의 트위터 계정 모두를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이라고 인정한 것에 다름없다”는 이유이다.

출처: 대법원 http://www.scourt.go.kr/scourt/index.html

출처: 대법원

하지만 어떤 증거로 어떤 사실을 인정할지, 즉 사실심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개입할 권한이 없음은 대법원이 여러 차례 스스로 판결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사실을 따지는 사실심이 아니라 법적 논리를 따지는 법률심이다. 물론 대법원은 사실심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등법원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전문법칙을 부당하게 우회하는 것이라고 본 듯 하다. 하지만 이 역시 대법원이 법관의 증거취사의 자유를 이례적으로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실을 인정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가 전문법칙에 의해 막혀있다면 다른 방식을 통해서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자유심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기꾼들이 작성 사실을 당연히(?) 부인하는 수많은 문서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증거로 인정되는 상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런 식으로 하나의 방식만이 합당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대법원이 스스로 한정한 권한을 넘는 것이다.


출처: http://slownews.kr/43855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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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18. 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화내는 법을 잊은 줄 알았다. 

내 소중하고 섬세한 감정의 선이, 가카 치세 5년간 하도 자극에 단련되어 마치 펄펄 끓는 사막의 모래밭에서 단련한 아랍 수컷 왕족들의 거시기처럼 감정의 굳은 살들이 덕지덕지 붙어 아예 무감각해져 버린 줄 알았다.

거기다가 이제서야 좀 살아볼 수 있겠나 싶어 기지개를 일그람 켜볼까 말까 하다가 또다시 호되게 뒤통수를 맞으면서 여왕님과 함께 하는 5년 추가요~ 라는 소리를 듣고 완전 감각이 마비되어 버린 줄로만 알았다. 감성적 죽음의 상태라고나 할까.

그래도 또 다시 화가 난다. 

어떤 일들은 듣는 순간 화가 팍 났다가, 5초 후부터 사그라들기도 한다. 씨바, 세상이 다 그런거지 뭐, 하면서.

하지만 어떤 일은 듣는 순간에 이미 세상이 다 그런거지 뭐, 하면서 한숨부터 나오다가 말린 오징어 세번째 다리 씹듯이 질겅질겅 곱씹으면서 점차로 더 화가 증폭되는 일이 있다. 지금 이 사건이 딱 그래.

처음에는 여기에서 출발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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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이 너 어쩌냐? 

이명박 정권에서 정보하곤 전혀 관계도 없어 보이는 인간이 무려 국가정보원의 수장을 맡아 떵떵거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완전 끈 떨어진 모양이다. 쫓겨날 날만 기다리고 있겠구나. 

참 권력도 무상하다, 그치? 그러게 왜 그랬냐. 기어도 적당히 기어야지, 가는 님께서 뭘 그리 많이 챙겨줄 거라고 끝까지 악랄하게 그랬냐 말이다. 

뭐, 이런 정도의 생각으로 심드렁 했지만, 이게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저 십이지장을 지나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언저리에서부터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잠시 화를 멈추고 도대체 뭔 일인지 간단히 정리해 보기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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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선 선거운동이 한참이던 와중에, 사건이 하나 터졌다. 이른바 셀프 감금 사건.

당시 후보는 문재인 현 일개 의원 나부랭이. 대선 토론 방송에서는 이 사건을 일컬어, 민주당이라는 공당이 한 젊은 여성을 스토킹하면서 주거지에 감금해 버린 비인간적 사건이라고 규정을 하였다.

근데 그 사람이 알고보니 국정원 직원이었고, 재택근무 형태로 인터넷 댓글알바질 하던 중이었던 거잖냐. 결국 경찰은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하기는 개뿔, 접수하자마자 "증거는 하나도 없다네요~ " 라는 우수 경칩에 튀어나온 개구리 땀띠날 소리나 하고 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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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조선일보 홈페이지. 지난 12월 17일자>

증거가 없긴 뭐가 없어, 그 직원의 존재 자체가 증거지. 

그러더니 선거는 끝나버리고, 선거결과를 납득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타겟을 잃고 엉뚱한 아젠다를 잡고 매달린다. 하필이면 왜 그 분노를 케케묵은 전자개표기 시비에다가 쏟아 부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쉬움이 아주 많고 크다. 

아 진짜, 거기가 아니었다고. 거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여기였다니까. 

물론 개표부정 의혹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라도 개표부정보다는 국가 정보기관이 직접 나서서 선거에 개입한 사건, 기울어진 운동장 수준이 아니라 심판들이 저쪽 편과 함께 뛰는 그 운동장, 그 심판들이 문제였던 거라니까.선거 자체가 잘못 치러졌는데 "개표" 과정의 문제를 걸고 넘어져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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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 대통령의 3대 권력기관 중 하나. 검찰, 국세청과 함께 세상을 주물럭 거릴 수 있는 핵심 권력기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거라니까!

억울하게도 이 아젠다 역시 사회적으로 불붙어 타오르지 못하고 시들시들해지고 말았다. 식도 바로 밑까지 치받쳤던 울화는 다시 꾹꾹 눌러 되삼키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러다가 화병에 일찍 죽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국정원의 직접적인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가 그냥 흐지부지 끝나 버리지는 않았다. 민주당도 그렇게 바보들만 모인 것은 아니었나 보다.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신설된 미래부 관련 사항에 민주당이 양보를 하면서 그 대가를 하나 잡아내긴 했다. 

바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검경의 수사에만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국정조사를 하기로 조건을 걸었고, 그걸 관철시켜낸 것이다. 이 사안의 관점에서는 나름 큰 진전이었던 것이다. 

잘하면 뭔가 좀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약 3초간 머리를 치며 지나갔지만, 그 국정조사라는 거, 만날 졸라 싸우면서 해 봐야, 뭐 남는 거 하나도 없는 생쑈였던 기억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역시 그거 해 봐야 뭔 소용이 있겠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비록 허무하더라도 뭔가 조타고 외치면서 소고기 사먹을 날은 진짜 오지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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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서 도대체 뭐하는지도 모르겠는 민주당에서, 혼자 일개 정당의 몫을 하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는 초선 의원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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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우리의 호프 선미 누나. 민주당 비례대표 진선미 의원. 절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없어져 버린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뽑았던 진,선,미하고 혼동하면 안된다. 

너무나 훌륭해서 뭐라 말해줘야 하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의 진선미 의원실에서 크게 한 건 올렸다. 너무 고맙고 기뻐서 탱구(편집자 주 : 물뚝심송이 키우는 개)를 안고 펄쩍펄쩍 뛰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니까. 모 언론에서 전 국정원 직원 제보 인터뷰를 따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그거야 뭐, 배신자의 악의에 찬 모함이라 해 버리면 할 말 없으니까 말야.  

세상에 말 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문서가 필요하잖아, 문서가. 그게 종이건 PDF건 말이다. 

그런데 그 문건을 무려 25건이나, 그것도 무려 이름도 거창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이라는 제목의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으로 캐냈어. 이 게시판은 심지어 바로 지난주까지도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던 살아있는 게시판이고, 국정원 직원이라면 모두가 열람할 수 있었던 공개 게시판이었다는 거야. 

기간은 2009년 5월 15일부터 2013년 1월 28일까지 올라온 게시물 25건. 뭐? 엊그제까지? 

한마디로 쩐다. 쩌는 일이었다. 

그 내용들이 무엇이었을까? 환절기에 직원 여러분 건강 조심하세요, 근무 시간에 농땡이 치지 말고 일 열심히 하세요, 경비처리 영수증은 제때 제출하세요, 뭐 이런 내용이었겠냐? 

1. 여론을 조작하라.

2. 종북좌파들을 까라. 

(실제로 문건에 "종북좌파" 라는 말이 나온다.)

3. 주요 국내정치 현안에 댓글알바질 해라. 

4. MB를 칭송하라.

5. 4대강 사업을 홍보해라. 

이런 것들이었단 말이다. 

이게 뭐냐 도대체. 이게 한 국가의 정보 보안 체계를 총괄하는 국정원, 미국 같으면 CIA, 이스라엘 같으면 모사드, 007 월급주던 MI6, 이미 사라진 KGB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국정원에서 할 일이야, 이게? 

정치고 뭐고 떠나서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것은, 저 지시사항을 보고, 수행을 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했던 국정원 직원들이 불쌍해서였다. '오늘의 유머에다가 종북 좌파글 파묻기 위해 뻘글 50개 올렸고, 찬성 반대 각 200개씩 찍었고, 트윗상에서 리트윗 200번 했어요', 라고 보고했어야 하는 국정원 직원들 말이다. 

폼나는 에이전트 생활을 기대하며 나름 엘리트라는 자부심으로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입사했더니 이건 무슨, 월급은 제때 줘서 좋긴 한데 시키는 일이 댓글 알바야. 

근데 이런 치졸한 일을 으슥한 휴게실로 불러서 조용히 귓속말로 지시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직원이 사용하는 인트라넷에 이름만 들어도 삼엄한 "국정원장"이 공식적으로 떡~ 하니 올려. 

이게 사는 건가,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고 나는 누구인가, 싶었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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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들을 조금 더 살펴보자. 아마 조금 더 울화가 치솟게 될 것이지만 알아는 봐야지.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원이 해야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 (2010.7.19)

이게 뭔 소리야. 국정원 내부에 무려 "심리전단"이라는 조직이 존재해. 그 조직이 보고한 내용이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이야. 그 강화방안이 바로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이래. 

국정원 내부에 심리전단이라는 조직을 구성해서 이 조직에서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들을 자기네 편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 이런 저런 일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보고서를 근거로 국정원장이 직접 국정원 직원들 전체에게 이거 하라고 지시를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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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용어가 또 이렇게 촌스러워? 우군이래 우군. 이 사람들은 지금 자기들 월급주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전쟁놀이를 하고 있던 거야. 이명박 까고 박근혜 까고 그러는 종북 좌파 놈들은 적군인거야. 젊은 층들은 그 적군들에게 빼앗기지 말고 우군화시켜야 하는 백성들인거야. 이게 도대체 말이야 당나귀야?

이게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에 공식적으로 떠오른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래. 원세훈이가 이러고 놀고 있었다고. 그래서 일베 애들 불러다가 앉혀놓고 변희재 불러다가 강연도 시키고 돌아갈 때 18만원짜리 듀얼타임 절대시계도 챙겨주고 전교조 까는 책도 공짜로 주고 그랬었나봐.

이 대목에서 내 머리 속에는 한가지 진실이 팍 꽂혔어. 원세훈 the 일베충.

시바, 진짜 시바다.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노총·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 어려우므로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 보다 지부장들이 유관 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기 바람 (2011.2.18)

이건 또 무슨 소리냐고? 이 지시가 나온 뒤에 사소한 벌금형 같은 거 받았던 민주노총 소속 공무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중징계를 받았어. 이게 그냥 각 해당 기관장들의 판단에 의해 내려진 징계가 아니라는 거잖아. 

국정원이 나서서, 그것도 직원급도 아니고 각 지부의 지부장급이 나서서 각급 관공서나 학교에 직접 연락을 취한거야.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고. 저런 종북 좌파들을 어떻게 징계하나 지켜보고 있다고. 대충 대충 하다가는 그 징계 당신이 먹게 될 거라는 협박이 아니고 뭐겠어. 

이게 지금 그냥 벌어지는 장난이 아니라는 거 이해가 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문구가 국정원 인트라넷에 뜨면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징계를 먹고 해고를 당하고 일자리가 날아가고 가족들이 굶게 되는 거야. 

이게 국정원의 권력이고, 이게 바로 실제 상황이라고. 

지금 이거 읽고 있는 당신은 이런 피해를 평생 안 받고 살게 될 거 같아? 당신이 지난 선거에서 문재인 지지하면서 직장 상사랑 말다툼 했던 거 국정원에서 모를까?

일부 종교단체가 종교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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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랍도 넓으셔라. 대북 첩보 활동에도 바쁘실텐데, 종교문제에도 관여를 하셔.누가? 누구긴 누구야, 원세훈 the 오지라퍼 말이지. 

이 지시사항이 내려오기 바로 한달쯤 전에는 시민단체와 조계사가 함께 주최한 자선행사가 국정원의 압력으로 취소되었었다는 소문이 돌았었어. 그리고 이 지시사항 보다 뒤에는 바로 명진스님이 조계사에서 퇴출되었었다고. 그 때도 배후에 원세훈이 있다는 의혹이 널리 퍼졌었지. 

그게 다 의혹이 아니었던거야.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 그런 모든 의혹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정황상 사실로 강력하게 추정된다고 볼 수 있다는 거야. 

국정원은 종교계도 지켜보고 계셔. 그거 지켜보고 개입하고 간섭하고 못하게 하고 사람들 짜르라고, 국정원장이 직접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이게 우리 현실이었던 거야. MB 정권 내내 벌어졌던 일들이라고. 

세종시 등 국정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들이 많은데, 보다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 우리원이 앞장서서 대통령님과 정부정책의 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 (2010.1.22)

세종시 문제를 왜 국정원이 정공법으로 대응을 하지? 아니 그게 정공법이야? 지들이 나설 자리가 아닌 곳에 나서서 설레발을 치고 사람 갈구는게 그게 어떻게 정공법이야? 이건 그냥 국정원법 위반 사안이잖아. 

근데 그냥 좌파단체들만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아.

이번 선거결과 다수의 종북 인물들이 국회 진출함으로서 국가정체성 흔들기·원에 대한 공세 예상되니 대처할 것 (201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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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보기에는 종북이 일반인들만 있는게 아니었던 거야. 국회의원도 종북 취급 받아. 날짜를 좀 보라고. 지난 총선 직후야. 총선 끝나자 마자, 종북들이 국회에 진출했다고 공세에 대비하래. 이 사람들 진짜 전쟁하고 있어. 

얘들이 도대체 지금 현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는 구절이기도 해.얘들은 정부를 지지하면 정상 국민, 정부를 비판하면 종북으로 말살의 대상인 거야. 

이게 인터넷에서 악플다는 몇몇이 이러면 모르겠는데, 국가 공식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장이 머리속에 가지고 있는 인식상태라고. 그리고 이런 아스트랄한 인식 상태에 빠져 있는 국정원장이 내린 명령이라도 직원들은 그걸 다 따라야 되는 거야. 

그냥 따르는 척만 한거 아니냐고? 아니 실제로 사람들이 짤려 나가고 징계를 먹고 그랬다니까. 관계기관에 협조 구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직접 댓글달고 트윗질 하고 그랬다니까. 국정원 정직원이 알바질 했다고. 이제 다 밝혀졌잖아.

이게 현실의 대한민국의 실제 상황인거야. 얘들이 이런 짓 하면서 아마 우리보고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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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전이야. 만이들아.'

그리고 나서 진짜 인실좆을 시전했던 거지.

한미FTA 처리문제도 정부·여당에 대한 온갖 비난 기사가 실려 여론 악화되고 난 후 수습하려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므로 치밀한 사전 홍보대책을 수립, 시행하는 업무자세가 필요 (2011.11.18)

여론이 악화된 다음에 대처하는 수준이 아냐. 이젠 여론이 악화되기 전에 미리 홍보를 하라네. 

국정홍보처가 없어졌다고 하더니, 국정원이 그걸 대치하고 있었는지는 정말 몰랐는데, 이걸 도대체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되는 거야? 

아니 도대체 국정원이 왜 정부 정책에 대한 사전 홍보를 담당하냐고? 우리가 그러라고 세금 내서 월급 주는 거 아니잖아. 

-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 ‘책 잡히는 일’이 없어야 하므로, 지역민들에게는 최대한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함 (2011.1.21)

드디어 나왔다. 또 나오고 말았어. 25개 안건 중에 9개가 4대강 얘기야. 그 중에 샘플 몇 개만 찍어 줄게. 

- 4대강 사업이 장마철 이전 마무리 되도록 지부장들은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공사현장의 안전문제 점검 (20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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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강 그랜드 오픈이 한달 여 정도 남았는데, 지역단체·언론 등을 통해 행사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사전 면밀 점검하고, 관계기관에 지원하여 국책사업이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 받도록 할 것 (2011. 9. 16)

 - 4대강 사업 후속관리와 좌파 언론 등에서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재해복구비용·물 확보 등 많은 이점을 감안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할 것 (2011.12.16)

4대강 사업기획단의 상부조직이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구라가 아니었나봐. 

알고 봤더니, 4대강 사업은 국정원이 다 한 거야. 국정원은 그냥 십알단 알바조직만 관리한 것이 아니라, 국정홍보처 역할까지 했던 거고, 그걸로도 부족해서 이명박 정권의 사활을 건 대 사업, 4대강 사업을 진두지휘 했었나 봐. 

사전 홍보도 관심을 가져. 원활한 추진도 걱정해. 장마철 이전 마무리도 걱정을 해. 그랜드 오픈까지 준비해. 사후 홍보까지 책임져. 

이건 4대강 사업 전체를 턴키베이스 형식으로 국정원이 수주한 형국이야. 아니 원청 발주처였나?

진짜 말이 안 나온다. 말이.

난 지쳐서 더 이상 못 떠들겠다. 25개가 다 보고 싶은 사람은 딴지에 물어보지 말고, 선미누나 의원실에 연락해봐. 거기 지금 한참 바쁠테니, 너무 귀찮게 굴지는 말고. 

아무리 화가 나도 잠시 멈추고 여기서 다시 한번만 더 짚어주자.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주 임무이기는 하지만, 이런 역할도 매우 중요한 임무 맞잖아. 그 임무 제대로 해낸 진선미 의원에게 각자 알아서 칭송 한 번씩 해 주는게 맞다.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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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의 현실은 이랬던 거야. 선거 왜 졌는지 진짜 알겠어. 이런데 어떻게 이겨?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이 나서서 직접 진두지휘를 했는데 쟤들이 못 이기면 쟤들 다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야지.

이럴 줄 미리 알았다고? 나도 알았어. 이럴 것 같았어. 그런데 실제로 이 정도라는 걸 까보고 나니 진짜 어이가 없더라. 아니 어이가 없는 경지를 넘어서서 목구멍에서 피가 나올 지경이야. 기사 쓰느라 담배 많이 펴서 그런 것만은 아냐.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 모두 이럴 거 몰랐냐고 코웃음 한번 치고, 이런 거 밝혀져도 절대 바뀌는 거 없다고 코웃음 두번 치고, 오늘 저녁 누구랑 술 먹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복귀하는 게 정상이야? 이거 정상 아냐.

다 읽어 보니 원세훈이 마이 잘못했네~ 이러면서 조만간 국정원장 짤리겠군, 하고 손털고 돌아서면 땡이야? 

그게 정상이야? 절대 정상이 아니라니까.

이 모든 국정원장의 공식 지시사항이 그냥 자기네들 전쟁놀이였던 거야? 아니잖아. 

우리 사회 전체를 몽땅 개판으로 만들어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심판 봐야 될 놈들이 저쪽 편에 붙어서 함께 뛰면서까지, 이렇게 까지 하는데 이 영향이 선거에 몇 프로 영향을 미쳤을 것 같어?  0.1? 0.2? 이 정도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5% 이상, 많으면 10%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야. 

선거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이런 게 진짜 부정선거야. 

그걸 이제 와서 어차피 정권 바뀌었으니 물갈이 할 대상으로 잡혀 있는 국정원장 하나 짜르고 털어 주자고? 

이거 현행법 위반 사안이야. 다른 모든 법 다 제쳐두고,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국정원법은 엄격하게 국정원장, 차장, 직원들의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어. 그거 어기면 5년이하의 징역과(또는 이 아니다.) 5년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되어 있어.

지금 원세훈의 지시사항과 그 지시사항을 따른 거의 대부분 국정원 직원들이 몽땅 범죄 피의자가 되어 버린 거야. 범죄자 집단이 지금 국정원, 국가 최고의 정보 보안 책임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라고.

아무리 온건하게 봐줘도 국정원 자체를 해체해서 재조립 해야 되는 상황이야.  

이런 위중한 범죄를 원세훈이 혼자 책임진다고? 어떻게 책임질 건데? 직원들 다 감방 보내고 자기도 감방 갈 건가? 

이러지 말자. 이러면 우린 다음 번 선거에서 또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어야 된다고. 

원세훈 따위 붙잡고 늘어지지 말라고. 핵심은 거기가 아냐. 헛다리 짚지마. 저쪽은 지금 아마 원세훈 하나 짜르고 마무리 하려고 맘먹고 있을 거야. 그런데 문제의 본질이, 사안의 위중함이 그 정도가 아니라는 거, 우리들 모두 알잖아. 

우리가 요구할 것은 이거야. 

조무래기 직원들 다 꺼지고,

사장 나오라 그래. 새로 지은 새 집에 짱박혀서 룰루랄라 하지 말고 당장 튀나오라 그래. 

나와서, 지난 번 선거 무효라고 내가 국정원장 원세훈이 시켜서 이 지랄 다 한 거라고 실토하게 만들어야 돼. 

다함께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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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나오라 그래!! 

정치부장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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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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