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본 FTA : 니네가 우짤긴데?


2011. 11. 29. 화요일
majestyhasplans

(이 글은 오바마나 다른 실존인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2011년 11월 29일 워싱턴 D. C.

미한 FTA, 그대로 발효되는 줄 알았는데 역시나 한국 쪽에서 문제가 꼬이고 있다. 어쩐지 우리 미국 쪽에 손해 볼 게 너무 없는 장사이긴 했지. 한국 쪽 외교관, 통상전문 협상가, 정부 관료라는 놈들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잘 움직여줬는데 말이야. 그냥 잘 지나가줘야 내 재선에 도움이 되는데…

FTA가 없어도 사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무지하게 개방되어 있는 나라였어. 적어도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외국 자본이 투자하기에 좋은 나라였지. 은행, 대부업체부터 쓰레기 처리까지 미국 돈이 안 들어간 분야가 별로 없는 나라였지. 요즘 같이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는 시대에 한국이 쌀, 쇠고기 등을 지키겠다는 것은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했고 자동차 등은 매연 규제 등과 연관해서 이해할 수 있었어. 미국 쪽에서도 한국 기업을 특별히 관세 같은 걸로 별로 차별하거나 하지는 않았지.


이미 없앨 장벽이 거의 없었는데 FTA는 왜 하냐고?




미국과 나의 이득: 정치적 경제적 승리 그리고 과대 포장하기 딱 좋은 전리품.

일단 지금이 내 재선에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거든. 내가 모던 십탱리, 시내은행 이런 애들 손 좀 봐 주고 아프간에서도 철수하는 바람에 재선 가능성이 엄청 낮아졌거든. 이 훌륭한 인품에 말발도 이렇게나 좋은데 말이야. 투자은행들이 몇십 년 동안 사기쳐서 전세계 경제에 구멍이 숭숭 난 게 왜 내 재임기간 중에 또 터지냐고. 아직 할 일도 많은데. 하여튼 이 때 미한 FTA라는 걸 발효시키면 나는 멍청이 공화당 부시가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한 무역협정을 종료하는 훌륭한 경제 마인드를 가진 대통령이 되는 거야. 게다가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약한 미국의 중부 시골 같은 곳의 농부, 목장주, 거대 농축산물 기업 등의 표심을 잡을 수 있어.

하지만 내가 나까무라처럼 정신 나간 놈도 아니고 내 나라 미국에 이득이 없다면 하지 않아. 정보통신이나 의약품 같은 미국의 미래산업 관련업체들은 한국의 경쟁 기업들을 특허와 자본력으로 밀어 버릴 거야. 미국산 투기 자본들은 ISD로 한국의 사법, 입법 행정 전 분야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몇몇 분야만 예를 들어 줄까?

생물학적 약제(generic drugs)라고 싸게 특허료 안 주고 생산되는 약이 한국에는 무지 많아. 약효도 좋고 값도 싸고. 근데 FTA가 발효된 후에는 우리 쪽 제약회사들이 특허 등으로 공격하고 지네릭 생산 판매를 박살낼 수 있어. 약, 의료 서비스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전략적으로도 중요하지.

그리고 난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 독창적인 온라인 게임 산업, 이런 거 다 부러웠거든. 미국 경제 맛 가고 내가 경기 부양을 위해 공적 자금으로 땅 파고 있는 줄 알아? 초고속 인터넷망 깔고 있다고. 이제 지적 재산권으로 한국 기업과 인터넷 사이트들을 공격할 수 있고, 내국인 대우에 최혜국 대우로 밀고 들어갈 수 있어. 문제는 아쉽게도 나까무라가 땅 파느라 정보통신 지원을 줄여서 이제 한국에 괜찮은 정보통신 기업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거지. 자유로운 사고방식이나 근무 환경이 중요한 산업을 왜 재벌이나 정부가 망가뜨리는 건데? 온전한 상태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게 제발 그대로 놔두면 좋겠어.

농산물도 그래. 우리 미국에 과일이나 야채, 고기 뭐 이런 게 좀 많이 남아 돌아? FTA 발효되면 처음엔 한국에 쫙 싸게 뿌리는 거야. 그러다 한국 농민 다 망하면 그 때 미국 대기업형 농기업들이 값을 올리겠지. 뭐 나야 그런 디테일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난 일단 재선이 되야 해.




한국의 이득: 누가 얼마나 이득을 보는 걸까?

나까무라나 재벌이란 놈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한국 언론들은 FTA로 자동차 부품과 섬유 쪽이 가장 이득을 볼 거라고 했다더군. 자동차 부품 분야는 말이 돼. 재벌의 관계회사들하고 나까무라도 직접 부품 공장을 가지고 있다니까.

근데 섬유? 아니 누가 한국 메리야스 더 사 입는대? 요즘은 중국, 베트남산도 비싸다고 중저가 제품은 방글라데시에서 오는 세상인데. 혹시 한국에서 비정규직을 더 많이 써서 원가를 한 30~40년 전으로 돌린다면 모를까. 그래도 중가 제품 정도는 좀 더 팔아보겠다고 발끈해 공주하고 그 졸개들이 판치는 동네, 저 갱상 뭐라는데 거기 출신 재벌들이 좋아라 하는 것 같더군. 하지만 걔네 신소재 섬유 뭐 이런 거는 어차피 못 들어와. 신소재 섬유는 군산복합체랑 관련이 있어서 바로 FBI 뜬다. 또 우린 지적 재산권이나 영업 비밀 이런 거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한국이 신소재 섬유 이런 거 개발만 해 봐, 우린 걔네들 소송해서 박살내 버린다. 단단히 각오해야 될 꺼야.



FTA는 대세가 결코 아니다. 게다가 한미FTA 수준의 FTA는 존재하지 않는다.

FTA라는 문서 자체가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미국 자본의 씽크탱크에서 연구, 발명된 거거든. 그래서 미국한테 절대적으로 유리해. 그래서 사실은 미국하고 FTA를 맺은 나라가 별로 없어. 한국에서는 FTA가 전세계적인 대세고 어쩌고 한다는데 전세계 200여개국 나라 중에서 미국이랑 FTA를 맺은 나라는 20개국도 안 돼. 세계 경제가 미국식 뻥튀기 금융 시스템 때문에 이렇게 맛이 간 마당에 어느 나라가 미국식으로 경제를 바꾸고 싶어하겠어? 한국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는 잘 맺으려고 하지 않지. NAFTA를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 그 이후 호주, 바레인, CAFTA-DR를 맺은 중미 6개국과 도미니카 공화국, 칠레, 이스라엘, 요르단, 모로코, 오만, 파나마, 페루, 싱가폴. 이게 다야. 게다가 이 중에 호주,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과의 FTA에는 ISD가 아예 없고, 국민 건강에 집결되는 제약과 의료기구 분야를 FTA를 통해 활짝 연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지.

이게 미국에 불리한 점은 없냐고? 정말 없어. 완벽해. 왜냐고?



미국 주 정부의 힘은 FTA 따위보다는 훨씬 강하다.

첫째, 미국 연방 헌법

미국 쪽에서는 FTA 이런 거 백날 해 봤자 다 미국 국내법보다 아래야. 기본적으로 미국이 그렇게 생겨먹은 나라거든. 내가 연방 정부 대통령이지만 주정부의 정책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어. 미국 헌법에 아예 그렇게 씌여 있어.[1] 각 주가 연방 정부에 위임하지 않은 권한은 그냥 주들이 가지고 있는 거야. 주 정부들이 연방 정부와 나한테 국제무역과 관련한 협상권한은 줬지. 그렇다고 전권을 위임한 거 절대 아니야.


둘째, FTA 부속서류

FTA 자체에 부속서류(Annexes I and II)[2]라고 있거든. 이건 한 마디로 예외 규정들이야. 내국인 대우[3], 최혜국 대우[4], 시장접근성[5], 최고경영진 및 이사회 구성[6] 등 FTA의 투자와 서비스 분야에 핵심적인 조항들에 대한 예외 규정들. 양쪽 시장이고 뭐고 다 까놓는 대신에 특별히 보호하는 분야들에 대한 리스트라고 할 수 있지.

우리 미국은 에너지, 광업, 라디오 방송 등등을 연방 정부가 조금 더 보호할 수 있는 분야로 부속서류에 열거하긴 했지만, 진짜 한 방은 따로 있지. 외국인이나 기업을 차별하는 미국 각 주[7]의 기존법령과 조치들은 건드리지 못해.[8] 리스트고 뭐고 다 필요없어. 주 정부가 외국산을 차별하고 있어도, 심지어 한국산만 꼭 찝어서 차별하고 있어도 괜찮아. 아무 것도 바꿀 필요가 없어. 어쩔 거야. 주정부 애들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미국은 그렇게 생겨먹은 나란데.

우리처럼 배째라로 강하게 나오는 애들이 또 없는 게 아냐. 호주도 바로 맞짱을 떴지. 지네도 지방정부에 기존에 외국인 차별해 왔으면 예외라는 거야. 뭐 어쩌겠어. 우리도 똑같이 요구하는데. 내가 호주 쪽이라도 당연히 그랬겠지.

근데 한국 애들은 그런 요구도 없더라. 미국제국이나 똥배짱 호주처럼 여러 개의 주로 나누어져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도 나름 지방자치네 뭐네 해서 나름 지방의 정책이 있고 그러던데. 선거도 자주 하고. 애니웨이, 뭐 아무 생각 없더구만. 다른 목적이 있는 건지, 자기 나라의 이익이나 미래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건지. 아니면 혹시 미한FTA 협약문을 아직 안 읽어봤나? 아님 읽어도 모르나?


셋째, 이행법안

한국은 FTA 해 보겠다고 이행법안 14개를 날치기로 통과시겠다고 하더군. 역시 한국인은 부지런해. 그런데 미국은 이행법안이 하나고 이렇게 떡하니 쓰여 있어. FTA의 어떤 조항이나 그 적용이 미국법하고 충돌되면 그 FTA 조항이나 적용은 효력이 없다고.[9] 나아가 어떤 주법이나 그 적용도 미국 법원의 판결이 아니고는 무효화 될 수 없다고. 불만 있으면 미국 법원으로 오라 이거지. 누구 와 볼래? 어떻게 되나?




한국 투자자는 ISD로도 미국을 건드리지 못한다.

웃기는 건 ISD가 좋다는 한국 사람들이야. 교육열이 그렇게 높은 한국같은 나라에서. 나까무라는 그게 싸워서 지켜야 될 가치라나? 푸핫! 지가 왜 미국에서도 악명 높은 악질 기업들의 무기를 지킨대? 외국 투자자가 자국 법령 조지자고 직접 덤비게 해 주는 게 가치라고? 거기서 갑자기 가치가 왜 나와? 가치가 아니고 돈의 문제지. ISD는 사실 NAFTA 이후부터 꾸준히 미국 내부에서도 문제가 되어 왔어. 나도 전에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있지만, 공공의 이익이 관련된 문제에 ISD가 사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미국 사람들도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시민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고. 근데 나까무라와 그 졸개들은 좋다데. 호주,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도 ISD는 자국 FTA에서 다 뺐는데. 웃기는 버내너야.

보통 나라와 나라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든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위원회도 만들고 정부 사이에서 협의도 하고. 미한 FTA의 22장도 결국 그런 일반적인 절차야. 만약 그런 절차들이 안 통하는 경우에는 국제재판소 같은 곳에 가기도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고, 보는 눈도 워낙 많아서 거기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지. 근데 ISD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나 행정 조치 모든 것을 직접 비밀리에 진행되는 중재를 통해 공격할 수 있어. 한국 정부는 사법권, 입법권, 행정권을 내놓겠다는 거지.

거꾸로 한국 투자자도 미국법이나 행정조치들을 공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앞에서 내가 말했지. 미국 주법이 효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FTA이행법안에 따라서도 반드시 미국 법원에서만 결정될 수 있는 문제라고. 그리고 연방 정부가 서명한 FTA는 상충하는 주법을 건드리지 못해. 헌법상으로 그렇고 외국 투자자 차별 금지 조항의 예외이기도 하지. 한 마디로 미국은 ISD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 그리고 중재는 워싱턴DC에 본부가 있는 월드뱅크나 뉴욕에 본부가 있는 유엔의 산하 기관에서 영어로 하게 되지. 한국 정부도 미국 로펌을 고용해야 될 걸. 세금으로.

다시 말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ISD에 반대했어. 난 그래도 공익 변호사 출신인데 이건 너무 더럽잖아. 기업에게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정책을 붕괴시킬 무기를 쥐어 주다니. 하지만 어쩌겠어. 하자는데. 그리고 난 미국 국민을 지켜야 하고, 미국은 손해볼 게 없는 유리한 게임인데.




한국 정부는 어떤 산업을 보호하려 했나?

나는 한국이 적어도 부속서류를 통해서 호주처럼 정보통신 산업이라든지 모로코처럼 제약산업 및 의학관련 연구소 등등 미래의 전략산업 등을 보호하고 싶어할 줄 알았어. 그게 논리적이잖아? 그런데 정보통신 강국인 한국이 정보통신 분야를 보호하려고 하지 않더군. 또 제약분야도 의약품 소매를 제외하고는 별 얘기가 없고. 특이한 것은 건설, 건설기계, 각종 유통업, 대기업이 운영하는 통신망, 부동산 개발업 등은 보호한다는 것이지. 나까무라가 건설, 유통 사업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부속서류에는 방송 통신 분야도 포함되어 있어. 국민들의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분야이고 다른 여러 나라들도 요구하는 분야이지. 하지만, 한국의 예외조항에는 재미있는 대목이 있어. 방송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대한민국 정부를 빼고는 공중파 TV방송국 전체 지분의 30%를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어. 그런데 MBC라는 방송국에는 이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적용이 안 되더라고. 미국사람인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한국 다음 대권주자라는 발끈해 공주가 직접이든 간접이든 지배하는 장학회가 MBC의 30%를 가지고 있다지. 한국 정부를 그 발끈해 공주가 접수해서 정부쪽[10]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넘겨도 투명성에는 영향이 없다는 얘긴데. 나까무라가 인천공항에 대놓고 침 흘리고 있듯이, 발끈해 공주도 나중에는 MBC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걸까? 발끈해 공주가 방송국을 좀 더 장악하고 위기감도 조성하고 그러면 우리나라 무기도 더 많이 사 주고 미군기지 분담금도 더 내놓겠지?




아직은 불안해: FTA는 발효되지 않는다 / 뒤집어진다?!

날치기 비준 이후 한국 국민들의 반응을 보니 다음 5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한 것 같아.


1. 시위 좀 하다가 뒷심 부족 : 발효, 그리고 식민지화

지금은 분노한 한국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지만 곧 나까무라 패거리들의 꼼수에 넘어가 맥이 빠지는 거지. 언론 장악, 괴담 생산, 자해 공갈, 때 아닌 북풍, 각종 가십 등. 으, 나까무라는 너무 저열해. 거기서 이득을 보는 내가 다 창피해. 한국 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처럼 될 것을 기대하나 본데, 잘해봤자 푸에르토 리코고 아니면 멕시코나 필리핀 꼴 나는 거지. 그리고 지금 미국이 좋아 보이니? (어, 이런 얘기하면 한국에선 빨갱이로 몰린다던데. 참 내! 지금이 1950년대야?)


2. 발효 후 새 정부의 해지 통보

국민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까무라는 결국 발효를 해 버리지. 그러면 총선과 대선에서는 분노한 99%가 승리할 거야. 그 다음에는 이론적으로 그리고 FTA 문구 상[11]으로 새 한국 정부가 해지 통보를 미국한테 날리는 게 가능해. 그런데 이미 발효한 국제조약을 정말로 해지한다고? 그것도 전쟁과 오랜 군사 경제 동맹으로 엮인 두 나라 사이에서, 아직도 빨갱이 운운하는 어버이들이 널려 있는 나라가 엄청 큰 수출시장이자 무기와 군대 공급국인 미국을 상대로 해지 통보를 날린다? 글쎄 그 많은 보수 여론들의 집중 포화 속에서 이런 발상이 현실화 될 수 있을까? I don’t think so. 그리고 해지 이전에 발효된 FTA에 따라 이미 인천공항이나 다른 여러 공공기업 등에 이미 미국 투자자들(혹은 미국을 통한 나까무라와 그 친구들)이 투자를 했다면? 해지 전 발생한 위반은 ISD로 다스려 줘야겠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은 또 어떻고. 누가 이제 한국이랑 조약을 맺고 싶겠어?


3. 발효 후 한국 국내법이 우선하는 특별법의 제정

마찬가지로 물갈이가 된 국회에서 FTA를 비롯한 외국과 맺은 국제 조약과 한국 국내법 사이의 충돌이 있는 경우는 국내법이 우선한다는 특별법을 통과시켜. 근데 이건 법적으로 좀 문제가 있어. 차별 안 하겠다고 계약서 사인하고 그 다음에 내부적으로 모의하여 발효된 계약을 엎겠다는 거잖아. 그 자체가 FTA를 정면으로 근본적으로 위반하는 거지. 쉽지 않을 거야.


4. 발효 후 절차상의 문제로 비준 무효화

날치기 처리 이후 발효까지 시간이 너무 짧아. 언론의 자유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공권력은 남용되고. 그래서 결국 민심은 총선과 대선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고 헌법 재판소에 계류 중인 FTA 비준 무효 청구 건도 결국 정권 교체 이후에 판결이 나. 한국은 미국에게 FTA를 해지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비준이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통보하고,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즉각 (재)비준을 요구하겠지. 한국에서는 아마 주요 쟁점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우리는 재협상을 거부하려 할 테고. 하지만 한국 국내법상 절차가 잘못되었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은 없지. 개인적으로도 이해는 가. 적법한 절차. 이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이니까. 이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난감해. 잘못하면 내정 간섭으로 한국 국민의 애국심을 건드려 반미감정에 불을 붙이게 될 테니까.


5. 발효 전에 죽기살기로 막기: 나까무라 권력의 침몰

한국 국민들은 역시 대단해. 그 추운 날 물대포를 쥐몰이 하면서 쏴 대는데, 오 마이 갓! 그래도 끝까지 싸우더만. 자손 대대로 발목이 잡히는 국가간 조약을 기자도 막고 4분 안에 날치기로 통과시키다니. 사실 그 따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적법한 절차가 될 수 없어. 나까무라의 오판이었다고 봐. 한국 국민의 필사적인 저항과 헌법 소원으로 날치기 통과가 무효로 선언된다면 FTA 비준도 무효가 된다고. 절차가 잘못되었다는데, 국민들이 싫다고 발효 안 시키고 엎어버린다는데, 법대 교수 출신에 시민 운동가였던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어. 인정. 에콰도르 경우에도 국민들이 안 하겠다는 데는 어쩔 수 없었거든.



과연 한국 국민은 어떤 길을 선택할까?



[1] U.S. Const. Amend. X.

[2] 부속서류 중에 Annex I은 기존의 법령이나 조치들, Annex II는 기존의 법령이나 조치 혹은 새로운 법령이나 조치가 있을 분야를 포함한다.

[3] Korea-U.S. Free Trade Agreement (“FTA”), Art. 11.3 and Art. 12.2.

[4] FTA, Art. 11.4 and Art. 12.3.

[5] FTA, Art. 12.4.

[6] FTA, Art. 11.9.

[7] 미국의 주는 아니지만 푸에르토 리코의 법령과 조치도 FTA가 부과하는 내국인 대우, 최혜국 대우 등의 의무에서 면제된다.

[8] FTA, Annex I - United States - 12. 같은 부속서류에 주정부들의 기존 차별정책들이 맛보기로 열거되어 있지만 말 그대로 맛보기용 열거(illustrative list) 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9] Act to Implement the United States-Korea Free Trade Agreement, Sec. 102(a)(1).

[10] 방송문화예술진흥원

[11] FTA, Art. 24.5(2).

http://www.ddanzi.com/news/39011.html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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