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데모버전, 론스타의 먹튀

2011. 11. 21. 월요일
아외로워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게 일반적인 매각명령을 내리면서 론스타의 먹튀가 확정됐다. 론스타 사태를 우리나라가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견해는 옳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가진 안전장치는 사실 크게 나무랄 곳이 없었다. 다만 어떻게든 우리나라의 자산을 팔아먹고 지 배를 불리려는 매국노들이 다수 존재했을 뿐이다.

론스타 먹튀사태를 잘 이해 못했던 머리나쁜 본 기자는 지난 목요일(17일)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 김보헌씨를 만났다. 아무래도 외환은행 사람이면 이번 사태를 좀 더 심도있게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을지로입구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


초현대적으로 단장한 로비에는 어딘지 안 어울리는 종이 쪼가리들이 잔뜩 붙어 있었는데 그 내용이 무었인가 하니...


뭐 이런 종이쪼가리들이었다. 전국 각지의 외환은행 직원들이 쓴 것이다.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사이에는 하나금융이 끼어있다.

외환은행 노조 사무실은 다음날 있을 금융위의 발표를 앞두고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김보헌 전문위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론스타 사태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은 갑자기 부실은행이 된다. 따라서 '위기의' 외환은행을 구하기 위해서 긴급하게 외부 수혈이 필요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외환은행을 회생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금융자본이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외국계 금융자본(인 줄 알았던)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주식을 매입하는 형태로 '투자'하게 된다.

이때 론스타가 쓴 돈이 1조 4천억원이 좀 안된다. 이 돈으로 자산규모 63조원에 달하는 외환은행 주식 51%를 확보해서 경영권까지 손에 넣게 된다. 헐값 매각 논란이 있을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자기자본 비율(BIS)이 8%이하이면 부실은행으로 분류하는데, 인수 당시 외환은행의 BIS는 9.56%였고, 이나마도 당시 카드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악화된 것이었다.

'정부가 보증한 여신의 97%를 회수 불능이라고 잡아놓고, 당시 1만 원을 넘어서 계속 올라가던 하이닉스 주식을 1천 원으로 잡고, 이런 식으로 부실을 조작하고 부풀려서 팔아먹었던 거거든요.'

즉 카드사태로 4천억 원 정도 빵꾸난 것만 메꾸면 되는 상황에서 은행을 헐값에 매각해 버리는 엄청난 오버액션을 한 것이다.

부실은행으로 변한 계기도 웃기고 자빠지는 소리다. '미래에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극적으로 낮아질 수 있는 위협이 현재의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실은 현재의 재무건전성도 낮다'는 궤변이 주된 이유다. 그나마 미래의 재무건전성 악화 위험도 밑도 끝도 없는 이상한 근거에 기반한 것이었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가 끼어든 것은 론스타 먹튀에 화룡점정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론스타가 가진 외환은행 주식은 대략 2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것을 5조 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구입하겠다는 거니까 말이다.

시가 2조 원에서 더해진 약 3조 원을 설명하는 유일한 해답은 '경영권 프리미엄' 이다. 즉 단순 지분참여가 아니라 외환은행을 완전하게 소유하는 데 따른 프리미엄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론스타는 일본에 가진 골프장 자산만 3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소유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기준은 비금융자산을 2조 원 이상 가지고 있느냐이다. 따라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 자체가 불법이다.



뿐만 아니라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연루되어 유죄가 확정됐다. 은행법상 대주주가 5년 이내에 금융범죄를 저지르면 경영권이 박탈될 수 있다. 따라서 론스타의 경영권은 박탈되는 것이 정상이며, 판례도 이를 따른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은행법에 정해진 규정이 없다, 해외에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이런 핑계를 많이 대고 있는데요. 이게 전부 말이 안 되는 소립니다. … 문제가 뭐냐면 국내 사례가 있습니다. 2004년에 KCC, 2008년에 DM파트너스라는 회사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 회사들은 지분 보유목적을 허위신고 했다던지, 초과지분을 취득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금융위가 징벌적 성격의 매각명령을 내렸습니다. 론스타에 대해서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거죠. … 국내의 두 회사들은 절차상 요건을 어겼던 거지만 론스타는 형사처벌까지 받았습니다.

범죄자에게 소송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마땅한 징벌을 못 한다면, 금융당국은 존재 가치가 없는 겁니다.'

론스타는 지난 10월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다. 그러니까 징벌적 매각명령이라던가, 론스타의 경영권을 박탈하라는 말이 초법적인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국내의 금융관련 법에 따른 당연한 요구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징벌적 매각명령이란 론스타가 가진 지분을 시장에 시장가격으로 팔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특정인과의 계약으로 프리미엄을 얹는다던가, 협상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딱 시장가격으로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징벌적 매각명령이다.

게다가 여기에 하나금융지주가 끼어들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하나은행은 약 2조 원에 불과한 론스타보유 외환은행 지분을 5조 2천억 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구입하기로 밀실에서 합의한 것이다. 시가와 매수금액 차이 3조 원은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 이라고 밖에는 생각 할 수가 없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인수해서 몸집을 불리려 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만약에 론스타가 국내법에 따라 경영권을 박탈당하고, 징벌적 매각명령을 받았다면 그들의 '먹튀' 금액은 2조 원 안팎으로 제한됐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은행이 끼어들고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대한 처벌을 포기하면서 먹튀 금액은 6조 원에 달하게 됐다.

그렇다면 하나은행과 금융당국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국부유출에 공범이 된 것일까.

'특혜라고 봅니다. 하나금융에 특혜를 주려고 작정을 했다던지, 론스타하고 한통속이기 때문에 특허를 주려고 작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면(징벌적 매각명령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는 거에요. … 하나은행에 특혜를 주려고 하는데, 론스타를 처벌하면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방해가 되니까 론스타에 까지도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 하는 거죠.'

물론 이런 중요한 건에 우리 가카의 섬세한 손길이 빠지면 섭섭하다.

'하나금융의 김승유 회장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굉장히 친한 사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이고, 지금까지도 청계재단이라던지, 이런저런 사업에서 같이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런 친분관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저희는 물론 대통령이 이런데 개입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이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에서 엄정하게 처리를 해야 하는 거고, 김승유 회장도 부당하게 국부를 유출하는 거래를 포기를 해야 이런 말이 안 나오지 않겠느냐 하는거죠.'

물론 나도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시라고 믿고 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18일, 금융위가 징벌적 매각명령을 포기하면서 외환은행은 5조 2천억원에 하나은행에 넘어가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다.

이제는 외환은행이 문제가 아니고 외환은행을 먹을 하나금융지주가 문제다.

'하나금융은 막대한 지분인수 비용을 대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서 빚을 냈습니다.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계약하는 과정에서 배당금 보전까지 약속했으니까, 외환은행의 자산 상당부분을 론스타에 떼어주기로 한 거나 마찬가지죠. 이렇게 빠져나간 돈이 벌써 1조원이 넘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하나를 먹어보겠다고 수조원의 국부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공범이 됐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부실화까지 무릅쓰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공상경제소설을 쓰자면 이렇다. 하나은행은 론스타에게 돈을 퍼주고 빚을 끌어다 외환은행을 집어삼킨다. 그러나 차입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나머지 결국 2003년의 외환은행처럼 부실은행으로 분류된다. 하나은행이 부실해져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국내 금융자본 중에는 하나금융그룹을 인수할만한 곳이 없다. 따라서 해외에서 론스타 비스무레한 놈들이 또 들어와서 하나금융을 삼킨다.

물론 하나은행이 끼어들지 않았어도 론스타를 처벌하지 않았을 거라는 의혹도 강력하다.

'김석동 위원장이 현 금융위원장으로서 이 문제(론스타)를 다루고 있는데, 김위원장이 2003년에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인가권을 가지고 있는 주무국장이었어요. 론스타의 승인을 해준 주무국장이었다고요. 변양호 금융정책국장과 함께 투톱을 이뤄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겼다고 되어있는 거거든요.'

추경호 현 금융위 부위원장은 2003년에 변양호 금융정책국장 직속 부하였다. 그러니까 지금 금융위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에 노골적인 특혜를 주고 있는 사람들이 2003년에 론스타를 해외에 팔아 넘긴 바로 그 사람들이라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반가운 이름이 있다.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아먹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게 바로, 법무법인 김&장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든 거거든요. 법률적으로 각종 뭘 갖다 붙이고 조작을 하고 해서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김&장이 역할을 크게 했고, 지금도 김&장이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위에 심인숙 위원이 있는데, 그때(2003년도에) 이 분이 김&장에 있었어요. 이 분이 론스타가 정부 승인을 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참 잘 돼나가는 나라다. 지들끼리 법률, 금융 등 각지에 오락가락하면서 국부를 팔아서 지들 배를 불린다.

이번 론스타 사태는 매우 간단하다. 론스타라는 정체불명의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와서 멀쩡한 은행을 하나 병신으로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는 멀쩡한 은행이었다. 안 되는 일을 하려면 뭔가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우연인지 몰라도 론스타는 금융위와 법조계에 아주 강력한 로비력(혹은 커넥션)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왠만한 사람이 했으면 감옥에 열 번도 더 들어갔다 나왔을 죄를 짓고도, 벌을 받기는 커녕 수조원을 챙겨서 '합법적으로' 도망갔다.

문제는 뭐냐면 론스타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이런 일은 제도를 보강해서 재발을 방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론스타의 먹튀는 현행법만 제대로 지켜졌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론스타는 산업자본으로서 금산분리 원칙을 어겼다. 애초에 인수 자체가 무효화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주주로서 주가조작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경영권 박탈의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스타는 김&장과 금융위의 비호를 받으며 초법적인 권리를 누리며 대한민국의 국부를 빼돌렸다. 보수 언론은 이상하게도 론스타와 하나은행에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낸다. 이번 취재를 통해 느낀 건데 정말 우리 나라 개판이다.

나는 궁금한 것이 생겼다. 우리가 론스타를 비롯한 '외자유치'에 열을 올릴때 이를 정당화 하는 하나의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선진경영기법 전수'였다. 과연 외환은행은 론스타로부터 '선진경영기법'을 전수받았을까?

'그런 거 없습니다. 론스타는 은행이 아니고 그냥 투기자본입니다. 은행 업무에 대해서 론스타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론스타가 처음에는 외환은행에 감시인력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노조에서 쫓아냈어요. 도움이 하나도 안 되고 방해만 됩니다.'

자기 부귀영화를 위해 국내 최고수준의 엘리트 두뇌로 국부를 팔아먹으려는 사람들이 소위 사회 지도층으로 국가 정책을 결정한다.

나는 당연히 우리 가카와 엘리트들이 목숨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멀쩡한 금융규제가 있는데도 이런 먹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데 한미FTA로 해외자본 유입 규제가 완화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어떤 자본이나 펀드가 오고 가고 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을 지켜야 한다는 거죠. 법과 원칙을 지켰으면 2003년 론스타같은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거죠…

정부가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말로 국민들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설득을 하고 싶다면, 그러기 위해서라도 외환은행 문제를 똑바로 풀어야 하는 거에요.

그래야 개방이 돼도 정부가 공정한 기준을 갖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잘 판단을 하겠구나,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추상과 같이 정확하게 칼날을 들이대겠구나 하는 믿음이 있으면 국민들도 개방을 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덜하겠죠.'

그러나 이 나라 정부가 추상과도 같은 단호함을 보여주는 방향은 외국계 도적단과 매국노들이 아닌, 이를 막고 원칙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시민사회를 향해서다.

한미FTA를 하든, 국내 은행을 외국 펀드에 팔든 간에 그 의사결정은 최소한 우리나라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도대체 무슨 콩고물이 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조 원의 국부를 유출시키는데 자신의 지위와 재능을 110%씩 활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론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시다.

론스타의 먹튀는 일단 승인됐다. 그리고 24일에는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강행처리 한다고 한다.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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