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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16 박근혜표 경제민주화가 허구인 이유

예상대로 박근혜가 또다시 경제민주화를 들고나왔다. 지난 총선 때 톡톡히 재미를 봤으니 대선에 또다시 써먹겠지. 이번에도 전번처럼 포장만 잘하면 되니까.

국민들이 이번에는 속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이 허구임을 알아야 한다. 허구성의 증거는 여기저기 많지만 여기서는 지면의 한계상 쟁점이 되고 있는 순환출자 문제만 집중해서 보기로 하자. 박근혜 측은 재벌들의 기존 순환출자를 모두 인정해주고 신규 순환출자만 막아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게 바로 허구인 거다.

예를 들어, A사가 B사에 10원을 출자했다고 하자. B사는 출자받은 돈을 가지고 사업을 열심히 해서 돈 잘 벌고 일자리만 많이 만들면 된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지극히 정상적인 기업의 출자행위다. 그런데 B가 그 10원을 다시 C에 출자하면 원래의 10원은 B에서 C로 갔으니 이제 돈은 B에 없고 C에 있는데 A의 출자액은 B에 대한 출자 10원과 C에 대한 출자 10원, 이렇게 합계 20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제 C가 그 10원을 다시 D에 출자하면 출자액은 합계 30원이 되고, 이렇게 E, F사로 연쇄적으로 출자하면 10원이 옮겨가면서 총 출자액은 점점 더 늘어 F까지 가면 합계 50원이 된다. 그룹의 모기업 격인 A사가 처음 계열사에 출자한 10원은 50원으로 뻥튀기되었고 A사는 이제 B~F라는 5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되었다.

이런 연쇄출자만으로도 재벌 총수는 원래 자기 출자액의 5~6배나 되게 지배력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순환출자라는 또다른 마술이 있다. 이제 F사가 10원을 A에 출자하면 이 그룹의 계열사간 총 출자액은 60원으로 늘어나고, 출자한 돈은 A에서 시작해서 한바퀴 빙 돌아 다시 A로 돌아오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가 완성된다. A사의 주머니에서 나간 애초의 출자액 10원이 모두 회수되어 A사 주머니로 다시 다 되돌아왔으니 이제 이 그룹이 실제 출자한 액수는 0원이 되는데 계열사간 출자액은 60원으로 늘어나 있다. 완전 가공자본 60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F사가 A사에 9원을 출자하면 A사는 애초 출자액 10원 중 9원을 회수했으니 이 그룹의 실제 출자액은 1원밖에 안되는데 계열사간 출자액은 59원으로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벌 총수 일가는 평균 1%를 출자하여 계열사 지분 60%를 지배한다고 한다. 60배 뻥튀기 출자의 비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순환출자 해소는 이런 환상형 출자구조에서 한 고리를 끊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위 환상형 연결고리의 마지막 단계인 F사의 A사 출자 9원을 끊으면 1원이 59원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10원이 50원만 지배하는 출자구조로 바뀌게 된다. 지나친 가공자본 형성을 막아 재벌의 지배력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조금 막아보자는 거다. 그러나 순환출자를 금지했다고 A사가 B~F사를 거느리는 계열사 구조를 자동적으로 깰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별개의 문제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이게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건가?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라고 하면 재벌들이 해체되어 큰일 난다고 야단법석인데 정말 몰라서 그러나? 알면서도 재벌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그러는 거겠지.

이처럼 재벌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것이 박근혜표 재벌개혁이요 박근혜식 경제민주화라면, 이건 기득권을 모두 다 인정해줄 테니 소나기 피해가듯 당분간만 좀 자제해 달라고 재벌들한테 구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재벌의 불공정 거래행위, 부당행위를 막겠다는 박근혜의 약속은 또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광고 카피를 정책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눈에는 재벌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눈속임과 구걸인 모양이다. 기득권집단의 눈으로 보면 중산·서민층의 권리는 아마도 권리가 아니라 특권 기득권층이 하사하는 시혜인 모양이다. 그러니 박정희가 꾼 복지의 꿈(?)을 국민의 꿈으로 생각하고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을 맞춤형 복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어차피 광고 카피인데 뭘.

 

[이동걸 칼럼]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42559.html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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