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7. 금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화해가 쉬울 거 같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화해야.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필요한 일이 또 화해야. 다들 알잖아. 한 번 틀어진 사이, 평생 안 볼 수 있어? 단 한 번 틀어진 사이가 되어 가지고 평생 화해를 못하면서 서로 보는 손해가 얼마인지 헤아릴 수도 없으면서도 화해를 못해.
그만큼 화해가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야.
물론 화해할 대상은 따로 있어. 평생 절대 화해 못할, 아니 화해하면 안 되는 상대도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대국적 견지에서 화해해야 할 사람들의 집단들이 서로 화해를 못하고 계속 노려보고 있는 꼴만큼 바보스러운 일도 없어.
최근에 벌어진 작은 사건 얘기를 하나 하면서 화해가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그렇게 어렵더라도 화해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를 얘기해 볼까.
민주당, 아니 이제는 민주통합당이지. 거기에 박지원이라는 정치인이 한 명 있어. 맞아, 나꼼수에 나왔던 민주당 쌍깔때기 박지원 말야.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나 이 사람 졸라 싫어해. 왜 싫어하는지 알 사람은 다 알거야. 이번 선거에 관련한 글에서도 나 이 사람 찍으라는 얘기 안했어.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찍지 말라는 뉘앙스로 얘길 했었어. 근데 이 아저씨는 싫다고 무시해버리기에는 너무 장점이 많아. 내가 싫다고 해서 부정하기 힘든 가치가 있다고. 그래서 지난번 선거 관련 글 (링크) 쓸 때 진짜 힘들었어.
모든 거 떠나서, 대북 문제에 있어서 박지원만큼 경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어?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 하던 정세현 정도라면 비교가 좀 되려나. 이론적인 면에서는 정세현이 위일지 몰라도, 실무적 차원에서는 박지원이 앞설지도 몰라. 실제로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켰고, 그 뒷감당을 온 몸으로 혼자 떠받쳐 버린 사람이야.
또 해방 이후 한국사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인이었던 김대중을 가장 근거리에서 최장시간 보좌했던 사람이 바로 박지원이야.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별명까지 있어.
그것뿐인가? 민주당이 다 죽어가는 잡초처럼 비실거릴 때, 유일하게 혼자 일어서서 가카를 향해 소총을 조준하고 발사하던 정보통 스나이퍼였어.
언론을 상대하는 자세도 이 사람만큼 프로페셔널한 사람 별로 없어. 단어 하나하나 고르는 감각도 탁월하지.
자신이 보유한 빨대는 없는 곳이 없어.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정보가 야당으로 갔다 싶으면 그건 백프로 박지원에게 간거야. 오죽 정보가 많이 흘러나오면, 슬그머니 바이패스 시켜서 다른 의원들에게 폭로하라고 선물하기도 많이 한다니까. 내가 알기로는 내곡동 가카 사저 관련 문제도, 주진우 기자가 부동산 업자들 통해서 특종을 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이미 청와대 빨대 통해서 박지원에게도 가는 바람에, 민주당 내에서도 어지간히 알려져 있었다고 하더라고.
이런 사람이라는 얘기야. 비록 맘에 안 들어도 같은 편이잖아. 심지어 저런 사람이 적이었으면 진짜 난감했겠다 싶을 정도로 실력있는 프로페셔널 정치인이라고. 뭐 그런 실력은 뭔가 좀 음습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말야. 아무리 그래도 실력은 실력이잖아.
이 사람이 어떤 꼴을 당했었나 볼까?
김대중 정부 시절 북한과 벌였던 모든 사업, 그 사업 전체가 참여정부 들어와서 대북송금특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일련의 작업을 통해 한 번 걸러졌던 적이 있어. 이거, 참여정부의 거의 대부분의 참모들이 다 반대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단적 결심으로 그냥 강행이 되었었지.
그 복잡한 내막을 다시 다룰 생각은 없지만 현실적인 결론은 모종의 문제가 있는 걸로 판명이 났어. 그 문제, 누가 책임져야 하나 하고 따져볼 여유도 없이 모든 책임을 박지원이 홀로 뒤집어 썼어.
그걸로 인해 박지원은 징역 3년형까지 선고 받고 실제로 징역을 살게 된다고. 물론 2007년에 사면되긴 하지만, 과연 박지원이 그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홀로 지고 혼자서 징역형을 받아야 됐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한 번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
이야기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되는 거야.
무척이나 마초스러운 표현이지만, 박지원은 가오를 중시하고 의리를 지키는 남자야.
일단 자신이 속한 조직이 했던 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감방을 가는 것에서부터 포스가 나오기 시작하지. 그거,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들였어. 자신이 모셨던 DJ가 한일, 그 일로 인해 벌어진 모든 책임을 자기 한몸으로 다 막아냈다고.
그리고 나서, 내가 기억하는 진짜 중요한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승냥이떼 같은 정치검사들에게 물어 뜯길 때, 심지어 친노의 적자라는 인간들까지도 모두가 다 모른 체 하고 뒷짐지고 딴 데 보고 있을 때, 혼자서 막아보려고 특유의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친노세력이라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 진짜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되는거야. DJ에게는 모든 책임을 지고 깜방에 가는 박지원이 있었어. 노무현에게는 과연 누가 있던 거지?
박지원은 보다못해 자기라도 떨치고 일어선 거야. 나약하고 비겁하게 고개를 숙이고 땅만 바라보고 있던 친노의 적자들이 보기 싫어서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뒤를 잇는 참여정부의 정통성이 이렇게 망가지면 안 된다고, 홀로 나서서 사방팔방으로 발이 닳도록 뛰어 다니던 사람이 박지원이라고.
심지어 김대중과 노무현의 5년씩을 더해 도합 “민주정부 10년”이라는 레토릭을 만들어낸 사람이 박지원이야. (사실은 그의 밑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만든 말이기도 한데, 이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할 생각임.) 난 비록 노무현에 대한 정치적인 지지를 접었던 사람이지만,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이 대목, 박지원 전 장관에게 눈물 나도록 고마워.
이렇게 노무현 주변에 사람이 없었나 하고 땅을 치면서 분통해 하던 그 시점에, 오히려 노무현에 의해 대북 송검특검이 시작되고, 노무현에 의해 감방에 갔던 박지원이 검찰에 쫓아다니면서 이래선 안 된다고 사정사정하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다녔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진짜 인생이 이렇게 힘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차해지고 민망해지고 쪽팔렸었다고. 물론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고생하고 다같이 분노했지. 그렇지만 나약했던 거… 아무도 부인 못할거야.
그런 박지원을 새로 발견하게 된 일이 생긴 거야.
이번에 민주통합당 당대표선거 했잖아.
거기에 박지원도 후보로 나서고, 나꼼수에도 나와서 후보로 나오는 바람에 점잖게 있으라고 해서 입을 다물고 얌전하게 있으려니 힘들어 죽겠다고, 한 마디라도 더 떠들어서 가카를 조금이라도 더 괴롭혀 드려야 할 텐데 안달이 나 죽겠다는 얘기까지 했었잖아.
그런데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이슈가 뭐였지? 바로 FTA에 대한 입장이었잖아.
거기에, 몇사람이 모여서 만든 작은 단체가 있었어. “한미 FTA 폐기 국민행동” 이라는 이름을 내건 단체였어. 이 단체를 주도한 인물은 FTA 관련해서 가장 전문적인 행동을 해 왔던 이해영 교수하고, 나름대로 친노의 적자 출신인 노혜경씨였어. 거기서 출마한 모든 당대표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날리고, 그 답변에 따라 가장 성적이 좋은 후보, 즉 FTA에 대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강경한 대책을 얘기하는 후보를 선정해서 당대표 선거에서 지지하겠다는 얘길 한 거야.
그리고 각 후보 진영에 질의서를 날리고 토론을 해버린 거였지. 누가 뽑혔을까?
바로 박.지.원.이야.
나도 놀랐어. 박지원이 직접 모시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FTA를 추진할 때 찬성을 했던 분이었다고. 이건 현실이잖아. 그리고 박지원은 여태껏, 한미 FTA에 대해서 뭐 특별하게 반대한다거나, 확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었거든. 최소한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그래. 난 당연히 박지원은 ‘기존의 FTA는 뭐 그럭저럭 좋지만, 이명박의 FTA는 안 된다’ 뭐 이런 약간은 물렁한 태도를 가진 걸로 간주하고 있었다니까. 나뿐 아니라 다들 그랬을걸?
그런데, 박지원의 FTA에 대한 태도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방문한 이해영과 노혜경 앞에 드러난 그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는 거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거지.
“나는 FTA는 당장이라도 파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지,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말 하기가 조심스러울 뿐이다.”
라는 거였어. FTA를 왜 반대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잔뜩 자료를 챙겨간 이해영 교수 일행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한 얘기였지. 그리고 이어지는 얘기는 이래.
노무현 대통령이 FTA를 추진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전적으로 찬성의 의사를 표시했고, 그 입장은 그 이후로 바뀐 적은 없었고, 자신은 두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과 철학들을 존중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FTA를 반대한다는 소리를 이제 와서 함부로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는 거였어.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서, 지금 FTA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면, 노무현 때문에라도 FTA에 유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던 친노 지지세력들과,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만을 바라보고 있는 세력 사이에 또 한 번 불필요한 오해와 반목이 유발될 거 아니냐고. 그래서 자신은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는 없었다… 이게 박지원의 입장이었던 거야.
그러고 나서, 이해영 교수 측에서 노무현 대통령 조차도 생전에 FTA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는 얘길 해주자, 그제서야 그러면 맘 놓고 FTA에 대해 알아봐야 겠다고 그러더라는 거야. ‘이젠 살겠다~’ 라면서 말야.
그 후, 가지고 간 질문지를 전달하고 돌아온 뒤, 박지원은 그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직접 보좌관들하고 같이 만드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FTA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 최종 토론회에서는 가장 확실한 정보와 태도를 가지고 임하게 되는 바람에 최고 점수를 받게 된거지. 거기서 ‘미국은 제국주의적이다’ 라는 표현까지 쓰게 되고 말야.
난 이 얘기를 듣고 솔직히 놀랐어. 아니, 내가 놀라기 전에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해영, 노혜경이 놀랐던 거지.
난 그 순간,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원칙’이 떠 올랐어. 내가 잊고 있었던 문제 중의 하나였지. 정치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판단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그래선 안 돼. 정치인은 그를 지지해준 사람들의 “대리인”이라고. 정치인은 자신이 어떤 발언을 할 때, 자신을 지지해줬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헤아리고 나서 발언을 해야 하는 거야. 이건 원칙이라고.
투표의 본질, 대리자 뽑기.
발언뿐 아니지. 행동도 마찬가지야. 결과적으로 말해서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발언을 해야 하고,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원칙이잖아. 물론 그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진짜 틀렸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반대할 줄도 알아야 하겠지만 그런 건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아주 희소하게 벌어져야 하는 행동이고 말야.(그러니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정치인의 기본을, 박지원은 잊지 않고 있었던거야. 아니 잊고 안 잊고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경험속에서 원칙에 더욱 가까이 접근해 갔던 제대로 된 정치인이었다는 얘기지.
여기서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박지원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박지원을 지지하는 그룹의 행보에 대해 나는 정치적으로 그다지 동의하지 않아. 하지만 박지원의 이런 행동과 언행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가 않아. 그리고 큰 바운더리 안에서 그와 그를 지지하는 그룹과 함께 가야 하는 건 당연한 현실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난 이 대목에서 정치인 박지원을 재발견했어.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졌어.
충분히 이럴 수 있는 거 아닌가?
정치적 입장과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해를 떠나, 멋진 건 멋진 거잖아. 멋지면 멋지다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 이건 아주 기본적인 인간의 행동이고,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내가 얘기하고자 했던 문제는 그 뒤에 발생을 하지.
내가 박지원을 재발견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전에 박지원의 새로운 면모를 재발견해버린 노혜경이 “한미 FTA 폐기 국민행동”의 결정, 그러니까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에 가장 강력하고 충실하게 FTA를 반대하는 후보가 다름 아닌 박지원이라는 점을 발표했어. 게다가 그 발표와 함께 “박지원의 재발견“이라는 글을 써서 공개해 버린 거야.
이 글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지. 그리 많은 사람이 본 것도 아니고 그리 많은 파장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어. 문제는 그 글을 근거로 박지원 후보의 캠프에서 노혜경이 박지원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문자를 뿌려버리 게 되는거야. 선거운동에 활용해 버린 거지.
노혜경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었다면, 이조차도 별 문제 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어. 물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었다면, 박지원 후보 캠프 측에서 선거운동에 노혜경의 글을 써먹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당대표 후보였던 한명숙을 지지하던 가장 큰 세력이 바로 친노 세력이었고, 노혜경은 노무현을 만들어낸 친노세력의 핵심이었던 노사모의 대표일꾼까지 역임하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까지 역임한 친노의 핵심 중의 한명이었다는 거야.
당장 물 밑에서는, 노혜경이 친노를 배신하고 박지원계에 붙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어. 이해는 가지. 민주당 내에서 가장 대척점에 있던 친노세력들과 구민주당 DJ계 사이에 있던 알력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노혜경이 당대표 선거라는 민감한 시점에 “박지원의 재발견” 뭐 이런 글을 쓴 것 자체가 경솔한 행동일 수도 있었지.
하지만 DJ 지지그룹에서 노무현 그룹으로 정권이 넘어오면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어야만 했던 박지원, 그 박지원의 면모를 재발견한 친노 그룹의 일원이 그 박지원을 칭찬했다는 것이, 어쩌면 노무현 최후의 순간을 지켜주고, 전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의 정책과 철학을 존중하는 바람에 자신이 FTA를 반대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조차 조심하던 박지원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던 걸까?
남북협력 사업은 김대중 정부의 큰 업적이잖아. 그 업적을 계승해야 하면서도 대북송금 특검을 해야만 했던 노무현의 결정도 존중해야 하는 거잖아. 그 사이에서 벌어진 피해를 박지원은 자신 혼자서 몸으로 때웠잖아. 박지원은 어쩌면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권력의 톱니바퀴 사이에서 몸으로 완충작용을 해낸 공로가 있는 사람이야.
김대중 지지그룹과 친노 그룹 사이에는 분명한 감정의 골이 존재하고 있어. 그러면서도 민주통합당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 공존하고 있다고. 그러면 당연히 두 그룹은 감정적인 화해를 이루어내야 하는 거야. 그 화해를 위해선 박지원이 행한 것 같은 희생이 존재해야 하고, 그 희생에 대한 칭송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
이것은 화해의 첫걸음이야.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노혜경이 박지원을 재발견했다는 것은 박지원의 희생에 대한 친노의 수용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첫걸음이 되는 거잖아. 이러한 희생과 그 희생에 대한 수용이 서로 여러 차례 오가고 나서야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는 거잖아.
그렇지만 노혜경이 이러한 행동을 한 대가는 배신자 소리를 듣는 거였어. 한명숙 캠프나 지지자 그룹 사이에서는 지금도 노혜경이 친노를 배신하고 박지원에게 붙었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 게 현실이야.
이래선 진짜 안 되는 거지.
화해는 어려워. 정말 어려워.
서로 다른 두 그룹 사이에 서운한 일은 절대 잊혀지지를 않아. 고마운 일은 의도적으로 무시 되곤 하지. 그래서 어려워. 심지어 상대가 고마운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 칭찬을 해도 배신자 취급을 받아. 그래서 더 어려워.
정말 옹졸해. 한명한명 개인을 놓고 보면 옹졸하고 속좁은 사람 하나도 없는 그룹에서도, 집단적인 감정의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을 보면 옹졸하기가 짝이 없어. 뭐 단적으로 남북간의 문제만 봐도 그렇잖아. 유치원 애들보다도 더 유치한 행동으로 서로를 자극하는 행동을 무려 육십 년 가까이 해 오고 있잖아. 물론 그 밑에 물밑으로 흐르는 권력의 거래 관계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유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옹졸한 것은 옹졸한 거고, 그로 인해 화해는 갈 수록 어려워져. 큰 경계선 안에선 서로 한 편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어려워. 이런 상황이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의 야권연대는 얼마나 어렵겠어?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힘들어. 하지만,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라도 더욱 더 힘을 모아서 이루어내야 하는 거잖아. 목숨을 걸고라도 우리가 이루어내야지. 우리가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의 목숨뿐 아니라 우리 후손의 생존까지도 위험해 질 수도 있어. 어떻게 해서든 우리 세대에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내 보자고.
화해가 필요한 곳에 화해가 있도록 해보자고.. 쫌..
그런 의미에서, 이글을 편집한
취재 과정에서 사실관계 전달에 약간 오해가 있었습니다.
이해영 교수와 노혜경 시인이 박지원 후보를 방문하게 된 것은 “한미FTA페기 국민행동” 차원의 공식적인 방문이 아니라, 박지원 후보 쪽에서 먼저 FTA에 대해 좀 알아보고 싶다는 요청을 해 왔고, 그 요청에 응한 개인적인 방문이었던 것으로 정정합니다.
질문지는 공식 경로로 각 후보들에게 전달이 되었으며, 이것은 박지원 후보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정치부장 물뚝심송
twitter: @murutukus
blog: http://murutukus.blogspot.com/
http://www.ddanzi.com/blog/archives/6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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