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부 경제 성장률의 진실 (박정희는 진짜로 경제를 발전시켰을까 후속편)

2012/9/26 by 

박정희 정부 경제 성장률의 진실 (박정희는 진짜로 경제를 발전시켰을까 후속편)

 

앞서 이 글의 전편인 “박정희는 진짜로 경제를 발전시켰을까” 라는 글을 올린 후 트위터와 커뮤니티 등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멘션과 댓글을 받았다. 5.16 쿠데타가 벌어졌을 때 미국의 원조가 줄어든 부분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거나, 이 수치만 보면 이명박도 잘한 것 처럼 오해할 수 있느냐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고성장을 하기는 했지만, 그 기간 동안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의 지나친 개방으로 자본이 유입되어서 고성장을 하고 빈부 격차가 커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앞의 글에서 예로 든 그래프만 가지고 모든 경제 상황을 판단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해당 세계 은행 자료 웹사이트에만 가봐도 수 많은 수치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빈부격차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지니 계수의 경우 해당 자료에는 누락되어 있다. 또한, 한국과 가장 비슷한 비교 대상인 대만의 경우 해당 자료에서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이런 자료를 찾고 모든 것을 분석한다면, 그건 더 이상 블로그가 아니라 경제 관련 논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반론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전년도 대비 성장률이 누락되어 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은 해당 세계 은행 자료를 뒤져보면 바로 나오는 자료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장률 자료를 토대로 추가 분석을 해 보았다. 참고로 성장률은 GDP와 GNI 둘 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자료를 모두 정리, 분석했다. 이 자료를 볼 때 참고할 것은, 성장률이란 일정 기간 동안의 GDP와 GNI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며, 따라서 아무래도 가난할 때의 성장률이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후 보다는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에 사용한 엑셀 파일은 여기를 클릭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글 링크를 첨부하였다. 또한, 모든 그래프 자료는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먼저 연간 GDP 성장률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그래프가 훨씬 높아 보이지만 중간 중간 별로 높지 않은 구간이 존재한다. 두 번의 마이너스 성장은 2차 오일 쇼크 이후의 전세계적 불황기, 그리고 IMF 시기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에도 기록적인 저성장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이것을 세계 GDP 성장률과 비교해 보자. 우리만 잘하거나 못한 것인지, 아니면 세계 경제의 여파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래프를 보면 거의 모든 수치가 세계 경제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 우리 경제도 살아나지만, 세계 경제가 무너지면 우리 경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나마 이명박 정권의 주장대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에만 세계 경제보다 다소 타격이 적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구간에서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 보면 도대체 누가 얼마나 잘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를 정권별로 해당 정부의 집권 기간 동안 평균 성장률로 표시해 보았다. 원래대로면 첫 해와 그 이전 해의 GDP와 마지막 해의 GDP를 가지고 계산해야 하지만, 시간도 없고 귀차니즘 때문에 그냥 해당 기간 연평균 선장률을 집권 기간으로 평균해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평균을 내다보니 좀 억울해 보이는 정부가 바로 김대중 정부다. 바로 집권 전 해에 김영삼 정부가 IMF로 경제를 죽여 놓다시피 한 상황에서 맞이한 첫 해는 그야말로 쓰러졌다가 일어나 앉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성장률이 낮다고 탓하기는 좀 미안해 보였다. 그래서 집권 기간에 +1년을 한 성장률, 즉 집권한 해의 경제 여파가 다음 해에도 미칠 수 있다는 관점의 그래프를 옆에 빨간 색으로 표시해 보았다.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는 아주 큰 차이는 벌어지지 않았으니 이 부분만을 위한 자료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전두환, 노태우 정부의 차이 변화는 88올림픽이 있었던 해(3저 호황을 포함한)의 경제 성장이 누구에게 속하느냐의 차이다.

 

보이는 바와 같이 박정희 정부의 집권 기간 중 GDP 성장률은 전두환, 노태우 정부와 비교해서도 그다지 높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차이가 상당히 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는 좀 의외의 결과였다.

 

 

이번에는 GNI 성장률이다. 앞서의 GDP 그래프와 비슷한 양상을 그리고 있어 이것만 봐서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기가 좀 어렵다.

 

 

이번에는 재임 기간 중의 평균 GNI 성장률이다. 의외로 박정희 정부보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가 더 높게 나옴을 알 수 있다. 심지어 IMF 책임이 어느쪽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김영삼 정부 혹은 김대중 정부도 이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 GNI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1인당 GDP 성장률이다. 이 그래프도 마찬가지로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만 박정희 집권 초기의 마이너스 성장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1961-1962년에 걸쳐 있었던 상주 인구 조사로 인한 인구 변동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된다.

 

 

이번에는 1인당 GDP 성장률의 재임기간 평균 그래프다. 놀랍게도 박정희 정부보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의 성장률이 더 높으며, 앞서 이야기했듯이 IMF 책임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김영삼, 김대중 정부와도 큰 차이가 없다.

 

 

1인당 GNI 성장률이다. GNI에 있어서는 GDP보다 좀 더 극명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마이너스 성장 부분이나 저성장 부분도 뚜렷하다.

 

 

마지막으로 재임기간 중 1인당 GNI 평균 성장률 비교다. 박정희 추종자에게는 미안하게도 파란색과 빨간색 양쪽 모두 박정희 정부는 4위를 기록했다. 파란색 그래프의 경우 노태우 – 전두환 – 김영삼 – 박정희 – 노무현 – 김대중 - 이명박 순이고, 빨간색 그래프의 경우 전두환 – 노태우 – 김대중 – 박정희 – 노무현 – 김영삼 – 이명박 순이다.

 

이 분석의 신뢰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지 경제학도도 아니고 관련 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 언급된 자료는 앞서 이야기한 세계 은행 웹사이트에서 언제든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명확한 수치이다. 따라서, 이 수치와 그래프를 가지고 하는 판단은 이 글을 읽은 독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판단 결과와 박정희를 미화하는 세력 및 언론이 주장하는 “이야기”를 비교해 보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이러한 판단을 할 때에는 이 글에서 다루지 못한 여러 수치들도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이 글에서 전혀 다루지 않은, 박정희 정부 시절의 고성장 뒤에 숨겨진 아픔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 것이다. 이러한 기사를 통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추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 글의 목적은 무조건적으로 박정희 정부의 업적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조중동 등 언론이나 정치인들, 그리고 주변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아무 생각없이 믿어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손으로 찾아보고, 공부하고, 이해해서 정치인을 평가할 수 있어야 올바른 투표로 나와 국가를 윤택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글 : 박정희는 진짜로 경제를 발전시켰을까?

 

Barry Lee



http://barryspost.net/post/4420

Posted by skidpa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