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진짜로 경제를 발전시켰을까

2012/9/25 by 

박정희는 진짜로 경제를 발전시켰을까

 

얼마전 어느 자료에서 박정희 정권 당시의 경제 성장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서 나름대로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세계 은행 자료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세계 각국의 각종 경제 지표들이 총 망라되어 있었다. 이 자료를 받아서 들춰보다가 급한 일로 잊고 있었는데, 오늘 한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내용의 논쟁이 불붙는 것을 보고 이것을 좀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GNI와 GDP, 1인당 GDP와 1인당 GNI를 보기 쉽게 그래프로 만든 것이다. 알다시피 GDP는 국내 총생산, 즉, 한해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가치의 총 합이며, GNI는 한 국가의 국민이 국내와 국외에서 생산 활동을 통해 획득한 소득의 총 합이다. GDP는 한 국가 안에서 생산된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며, GNI는 실질 구매력을 반영하는 기준이 된다.

 

참고로 아래에 있는 모든 그래프는 누르면 크게 볼 수 있다.

 

 

위의 자료는 박정희 재임 기간 중의 1인당 GDP의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다. 이 그래프만 놓고 보면 유신 이후 획기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개발 독재와 유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 자주 사용하는 그래프로, 유신을 전후해 수치가 비약적으로 치솟으며, 마지막에 비해 초기의 수치가 매우 낮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굶주리던 국민을 먹고 살게 해줬다”는 논리가 먹히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 그래프의 범위를 좀 더 넓혀 보면 이것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변화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유신 이후 1인당 GDP의 변화가 다소 있기는 하지만 88 올림픽을 전후에 있었던 1인당 GDP의 성장, 그리고 IMF 이후 10년간의 민주 정부에서 있었던 성장세에 비하면 별로 주목할만한 성장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아무 것도 없는 시절이었으니 그만큼도 대단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 그래프를 보자.

 

 

이 그래프는 이 1인당 GDP를 세계 각국의 1인당 GDP와 비교한 “순위”를 그래프로 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주변 국가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은 확실하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래프 아래쪽의 연두색 선이 바로 대한민국의 1인당 GDP 순위다. 가장 왼쪽은 1960년, 즉 4.19가 있었고 장면 정부가 들어섰던 해다. 그런데 바로 다음 해, 즉 5.16으로 박정희가 정권을 잡은 해는 그 수치가 떨어진다. 이 수치는 장면 정부 당시의 책임이라던가 혼란기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반론을 재기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한 번 더 순위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의 성장세는 그렇게 박정희에 의해 떨어진 수준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를 다시 박정희 재임 기간만으로 좁혀 보자. 5.16 쿠데타 전 해인 1960년에 71위이던 것이 1965년에는 102위까지 떨어진다. 그리고 10.26으로 박정희가 사망한 1979년에는 다시 64위가 된다. 고작 7단계 상승에 그친 것이다. 순위만 놓고 보면 대략 10% 정도의 성장을 한 셈이다. 그것도 자기가 30위 정도를 떨어뜨려 놓은 다음에야 다시 원래 있던 자리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먼저 경제를 죽여버렸다는 비아냥을 듣는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다음은 대한민국의 1인당 GNI다. 앞서 본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별로 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88올림픽 직전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를 거치며 급격히 성장하다가 IMF로 한번 꺾인 후, 다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급격히 성장한다. 성장세만 놓고 보면 박정희 정부는 IMF를 일으킨 김영삼 정부를 제외하고는 꼴찌 수준이다. 그것도 20년간 정권을 잡으며 해 놓은 결과가 그렇다.

 

 

좀 더 보기 쉬운 그래프로 바꾸어 보았다. 정권별로 표시도 해 놓았다. 각 정권 마지막 해와 이전 정권의 마지막 해의 수치를 직선으로 함께 표시해서 해당 정부 동안의 변화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김대중 정부가 IMF를 이겨내야 했고 이명박 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이겨내야 했던 것을 고려하면 박정희 정부의 수치는 역시 꼴찌다. 물론 1, 2차 오일 쇼크가 있었고, 전두환 정부 시절 3저 호황 및 88 올림픽 특수가 있었던 것, 그리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 세계 경제의 거품 성장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박정희 정부시절의 발전은 크게 주목할만한 것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를 절대 수치가 아닌 순위로 바꾸어 보았다. 위의 초록색 원 부분은 5.16 직후, 그리고 유신 직후의 변화다. 절대 수치에서는 그런대로 유지가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세계 경제의 성장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에는 IMF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성장하거나 현상 유지를 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낙제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는 세계 GDP 대비 대한민국 GDP의 변화를 표시해 보았다. 대한민국 혼자만 보면 아주 잘 성장하거나 성장을 못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세계 경제의 변화와 비교를 해 보면 그게 세계 경제의 호황이나 불황 덕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이 잘해서 그리 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 GDP와 대한민국의 GDP는 거의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세 곳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86년부터의 88올림픽 특수, IMF로 인한 골짜기, 그리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세계 경제의 위축보다 더 큰 규모의 위축이다. 특히 이 서브프라임 사태 부분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잘 방어했다고 광고하는 것과는 달리, 세계 경제의 흐름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 있었던 강만수와 미네르바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무튼 이 그래프에서도 박정희 정권이 세계 경제 발전보다 더 가파른 성장을 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 조금 낮은 성장세에 가깝다. 세계 경제보다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전두환 정권 말기, 바로 88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그래프에서도 우리는 박정희가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이번에는 세계 GNI 대비 대한민국 GNI 그래프다. 앞서 살펴보았던 GDP 대비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세 곳의 주요 변화 포인트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으며,박정희 정권에서의 성장율은 당시 세계 경제의 성장율보다 오히려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수치가 경제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국민의 삶의 질은 이러한 GDP나 GNI보다도 지니 계수와 같은 지표들을 함께 분석 비교해 주어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을 옹호하는 이들이 그렇게도 읊어대는 GDP, GNI와 같은 수치들에서도 실제로는 박정희가 해 놓은 일이 그렇게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배 고프고 가진 게 없던 시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걸 이룩해 놓은 것이 박정희의 업적일 수는 있다. 일부의 주장대로 그런 상황에서는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보다 독재자가 밀어붙이는게 더 효율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늘상 이야기하는 이 수치들에서도, 그렇게 혼란스럽다던 장면 정부 시절 1960도의 수치보다, 오히려 박정희 정부의 시절 수치가 더 낮았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박정희 정권 당시 경제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박정희의 개발 독재가 이룩한 독보적인 업적으로 추앙받을 수 있을만큼 인상적인 수치냐는 점에 있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마지막으로 박정희 정부 이후의 Net Trade of Goods and Service 그래프다. 개발 주의자, 성장 주의자들이 늘 이야기하는 바로 수출, 무역 수치를 볼 수 있다. 파란 색은 흑자가 난 해이고, 빨간 색은 적자가 난 해다. 이 자료는 1976년부터 존재하기 때문에 그 자료 그대로 표시했다.

 

 

그래프를 보면, 박정희, 전두환 시절을 거치며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88올림픽 특수가 시작되며 노태우 중반 시절까지 잠깐 흑자가 나고, 다시 적자로 돌아서서 김영삼 정부가 끝날 때 까지 한 번을 제외하면 계속 적자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 이후 흑자가 나기 시작해서 강만수 경제 부총리 시절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흑자를 유지한다. 이 그래프 하나만으로도,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이어지는 현 여당 세력이 수출로 나라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이미지가 얼마나 허상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관련 자료는 이 세계 은행 웹사이트에서 언제나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은행 링크 : http://databank.worldbank.org/ddp/home.do?Step=12&id=4&CNO=2



http://barryspost.net/post/4379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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