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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체제 선포를 앞두고 이 사실을 김일성에게 두 차례나 예고하고 또 그 배경까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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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일성에게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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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일과 4시간 동안 밀담을 나눈 뒤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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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 대학교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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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씨의 회고록 내용을 가지고 또 다시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병우와 최순실 게이트, 즉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우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폭락하자 위기 탈출용 카드로 낡고 더러운 수법을 또 꺼내든 것입니다. 

즉, 있지도 않는 빨간 허수아비를 세워 놓고 '저것이 빨갱이'라며 국민을 현혹하는 것인데 어쩌면 우리가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의 의도에 말리는 것 아닌가 싶어 주저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에 북한 권력과 대한민국 대통령, 그리고 주요 정치인들이 그동안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제대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박정희는 왜 김일성에게 유신 선포를 미리 알렸나

새누리당의 뿌리와 줄기에 해당하는 인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박정희와 전두환입니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후 지독한 독재로 권력을 연장해 온 이 두 사람은 '흔히 북한 권력과 강경하게 대치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실상을 알게 되면 충격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가 기획한 두 번째 쿠데타인 '10월 유신체제 선포' 직전의 일입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는 이후 3번이나 더 대통령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대한민국 헌법을 제 욕심대로 고치는 등 국헌 문란행위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종국에 벌인 일이 유신체제 선포였습니다. 이는 쉽게 말해서 국민이 직접 뽑던 대통령을 '박정희 지지자로만 구성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의 간접 선거로 뽑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그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는 박정희 혼자였습니다. 

유신헌법이 무엇보다 악랄한 것은 이 잘못된 제도를 비판하거나 또는 개정하라고 요구하는 행위 자체를 탄압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민간인이라 할지라도 군사법정에 세워 최소 15년 이상 감옥에 넣겠다는 것, 전형적인 독재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유신체제 선포는 박정희가 1972년 10월 17일 갑자기 텔레비전에 나와 국민에게 위협하듯 발표하기 전까지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몰랐으나 먼저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사람, 북한의 김일성이었습니다.

박정희는 유신체제 선포를 앞두고 이 사실을 북한의 김일성에게 두 차례나 예고하고 또 그 배경까지 친절하게 설명한 것으로 기록에서 확인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당시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전달한 메시지의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충격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72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을 통해 북한 김일성에게 전달된 메시지 내용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내각 수상이 권력을 갖고 있는 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을 이룰 것"이라며 "하지만 남측 다수가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질서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며 "17일 북한이 주의해서 들어야 할 중요한 선언을 발표할 것"이라고 유신체제 선포를 미리 예고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내각 수상이 권력을 갖고 있는 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을 이룰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말은 사실상 '북한의 김일성이 원하는 방식의 통일을 하겠다는 약속과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1972년 10월, 박정희는 김일성에게 무엇을 약속했나?

그 증거는 박정희가 쓴 메시지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박정희는 "하지만 남측 다수가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고 썼는데,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 당시 대한민국 국민은 통일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이 원하는 통일 방안과 다른 이른바 '흡수 통일'을 지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박정희가 말하는 것처럼 '남측 다수가 반대한다는 통일은' 바로 북한이 말하고 있는 '연방제식 통일 방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남북 총선거로 하나의 정부를 선택하자는 취지의 북한식 통일 방안, 이것을 남측 다수가 반대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서를 먼저 구축해야 하니 유신체제의 선포가 필요하다는 설득이 담긴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 송민순씨 회고록 파문과 관련하여 '내통' 운운하는데 그 논리라면 1972년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보낸 이 메시지야말로 진정한 내통 행위가 아닐까요?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지지하는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으로 사법처리 대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으로 무수히 많은 이들이 감옥을 갈 때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의 판결문에는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토론하고 이를 지지했다'며 유죄의 근거로 삼곤 했습니다. 그런데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연방제 통일방안으로 통일할 것을 다짐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러한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박정희와 김일성이 공감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또 있는데 그중 하나는 1972년 9월 22일 북한 정준택 부수상이 김일성의 지시로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당시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발언에서도 확인됩니다.

정준택은 차우셰스쿠에게 "우리가 잘 싸운다면 박정희가 남북연방제를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다"며 1972년 7. 4 남북공동성명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내각 수상이 권력을 갖고 있는 동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을 이룰 것"이라며 언급한 것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보다 더 심각한 행위를 한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었습니다. 1985년 10월 15일, 전두환 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에게 보낸 친서 내용을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보냈다면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전두환의 밀명을 받고 당시 김일성을 면담했던 박철언(노태우 정부 당시 정무장관)씨가 쓴 자신의 회고록에 따르면 전두환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하는 친전을 김일성에게 보냈습니다.

"(김일성) 주석님께서는 광복 후 오늘날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충정을 바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위해 애쓰신 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습니다."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광복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라는 대목입니다. 새누리당 식으로 해석하면 이 문장은 '1950년 벌어진 한국전쟁마저도 김일성이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한 행위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과 대표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더구나 전두환 대통령이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며 김일성에게 바친 이 헌사에 대해 이후 김일성이 '평양에 자주 오시라'며 화답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이야기가 아닐까.

박근혜와 김정일의 4시간 밀담, 이것도 같이 조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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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의원의 2002년 방북 사진들. 이 때 박근혜 의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전용기를 타고 방북하여 그를 독대했으며, 방북후 김위원장에 대해서 약속을 잘 지키는 합리적인 지도자라는 식으로 칭찬했다. 만경대와 주체사상탑에도 갔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우습게도 이 사진을 근거로 중국의 어느 언론에서는 박근혜 의원을 김정일 위원장의 부인으로 소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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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저는 이러한 박정희와 전두환의 행위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독재 권력 하에서도 남북 대화를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었음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화적 노력을 가지고 누가 한 것은 문제없고 반면 다른 권력에 대해서는 때만 되면 용공 덧칠용 물감으로 가져다 악용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님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누리당과 이정현 대표에게 충고합니다. 지금 우리가 밝혀야 할 것은 우병우와 최순실이 어떻게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공권력의 잘못을 드러내어 국민의 분노에 화답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권력형 게이트를 파묻고자 일정한 시기에 있었던 남북 관계에서의 외교 통치 행위를 두고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본질을 훼손하고 왜곡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더구나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지난 2002년 5월 당시 일개 야당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 방북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4시간 동안 독대하고 돌아온 일에 대한 것입니다. 그 당시 4시간 동안 속기사 한 명만 두고 김정일과 박근혜 대통령이 밀담을 나눴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새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김정일을 만나고 돌아온 박근혜 당시 의원이 전 국민을 상대로 말한 김정일에 대한 찬사입니다. 예를 들어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믿을 만한 파트너"라는 등등의 칭송 발언은 지금도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행위 하나 하나를 따지고 보면 도대체 새누리당과 이정현 대표가 말하는 종북세력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열한 색깔론, 이제 국민이 심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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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송민순 회고록' 관련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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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은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앞서 민주정부 10년은 일본 극우 권력의 도발 행위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이 공동 번영과 평화를 지켜나가자고 설득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앞서 두 정부와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독도 문제에 대해 이명박은 "지금은 곤란하다.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로 일본에게 화답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한을 돈 10억 엔에 팔아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반면 북한과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내몰며 국민에게 극심한 전쟁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현명한 국민이 선택해야 합니다. 일본의 부도덕한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면서 북한과는 평화적인 해법을 찾는 정치 세력을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 극우 세력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반면 북한과는 전쟁이나 한판하자며 온 나라에 사드 배치나 강요하는 정치 세력을 선택할 것인지. 

결국 오늘날 제기되는 이 논란의 모든 귀결점은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있지도 않은 빨간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매번 반복하는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에 대해 이제 유권자인 국민이 속지 않을 것을 기대합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새누리당에게 줄 것은 단호한 심판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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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가 공개한 최순실씨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영상. 1979년 6월10일 제1회 새마음 제전 당시의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음봉사단 총재였고, 최순실씨는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회장이었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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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은 거의 완성됐다. 확인된 사실과 의혹들을 조합한 '스토리'는 이렇다. 웬만해선 사람 안 만나는 대통령의 유일한 친구는 '최순실(개명 최서원)'이다. 40년 지기에,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다. 일심동체다. 청와대는 '국기문란'을 그 동안 딱 세 번 얘기했는데, 그 중 두 번이 최순실과 연관된 일이었다. 한 번은 정윤회 사건 때, 또 한 번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 

그러니까 대통령이 국기가 문란하다고 여길 때는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위협받을 때다. 스스로를 국가와 동일한 존재로 여기는 대통령, 최순실은 그와 일심동체이므로 역시 국가 수준으로 격상된 존재가 됐다. 최순실의 말은 통치자의 말이요, 법이다.

최순실은 어떤 기회에 차은택과 '각별한 사이'가 됐다. 사업상 가까운 사이였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 맞춰지지 않은 첫 번째 퍼즐이다. 최순실은 자신의 딸과 차은택을 위해,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를 위해 재단을 만들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문화'를 다루는 재단, 또 하나는 스포츠 재단이다. 

오랫동안 실력있는 CF감독이었고, 2014년 5월까지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와 유족들의 집회 소식을 자신의 SNS에 올렸던 차은택은 석 달 뒤인 2014년 8월, 별안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임명됐다. 

그 한 달 전 최순실이 정윤회와 이혼을 했고, 최순실과 차은택이 '각별한' 사이라는 게 차은택의 느닷없는 노선 전환에 힌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까진 지나친 추측이다. 차은택 주변 인물도 차은택과 함께 약진한다. 차은택이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되던 바로 그 달에,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임명된다. 김종덕 장관은 차은택의 대학시절 스승이었고, 차은택이 다녔던 회사 '영상인'의 대표였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문체부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게 바로 김종덕 장관 하에서였다. 차은택 관련 문체부 내의 불법 행위와 비리 역시 이 시절 얘기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이번엔 차은택의 외삼촌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된다.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다. 그의 임기는 2016년 6월까지였는데, 역시 차은택의 위세가 고공행진을 하던 때와 맞물린다.

그 한 달 후인 11월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송성각이라는 인물이 취임한다. 송성각은 차은택의 '소울메이트'다. 송성각은 취임 전까지 '머큐리 포스트'라는 회사의 대표였다. 이 회사는 차은택이 '늘품체조'를 촬영하면서 동원한 유령회사 '엔박스 에디트'와 주소가 같다. '유령'회사의 주소를 같이 나누는 사이, '소울'메이트라 부를 만하다.

2014년 8월 이후 차은택은 'VIP 관심사'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 시작은 '늘품체조'다. 차은택은 자신과 친분이 있던 헬스트레이너 정아름이 개발한 늘품체조를 김종 문체부 제2차관에게 소개한다. 문체부는 그 전 1년 동안 개발하던 '코리아체조'를 미련 없이 버리고 '늘품체조'를 새로운 국민체조로 선정한다. 대통령은 이 체조를 11월 26일 시연행사장에서 사전에 몇 차례 연습까지 한 느낌으로 직접 따라한다.

이 과정에서 차은택은 유령회사 '엔박스 에디트'를 거쳐 실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아프리카 픽처스'로 영상작업비가 흘러들어오게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던 시절 유은혜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2015년 2월 : 창조경제추진단장, 더플레이그라운드, 천인보

차은택은 2015년 4월 3일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된다. 그 직전인 2015년 2월 11일, 대통령은 차은택이 주요 역할을 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 참석하여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상을 극찬하였고, 보름 후 미래창조과학부는 시행령을 바꿔 창조경제추진단장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린다. 늘어난 한 자리는 차은택이 차지했다. 차은택 레이스의 본격 시작이다.

창조경제추진단장이자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서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때부터 그는 거대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한다. 한 가지는 힘을 이용하여 각종 이익 챙기기, 그리고 하나는 미르 재단 만들기다. 

우선 이익 챙기기. 1월에 그는 '더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고, 2월엔 '모스코스'를 설립했다. 둘 다 회사다. 두 회사 모두 대표는 김홍탁이었다. 역시 차은택과 매우 가까운 사이. '더플레이그라운드'는 설립 3개월 만에 문체부로부터 '국민들의 온라인 놀이터 K플레이그라운드'라는 사업을 따낸다. 별도의 입찰 절차는 없었다. 이름이 비슷해서 사업을 줬나? 이때의 문체부 장관은 당연히 김종덕이다. 

2월에 만들어진 '모스코스' 역시 국책사업을 따내려고 만든 회사다. 이 회사에서 한 일은 '천인보' 구상 정도가 지금까지 확인된다. 대통령이 천 명의 서민들을 만나서 소통행보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실현되진 않았고, 나중에 청와대는 '만인보'라는 사업을 진행한다. 

김홍탁 대표는 최근 JTBC와 인터뷰에서 "당시 차씨로부터 벤처단지 조성과 관련해 청와대와 미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실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계획이 확정된다.

2015년 3월 : 재단 구상과 대통령의 직접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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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2014년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융복합 공연 '하루(One Day)'를 관람하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차은택 공연 총연출자, 오른쪽은 사회자 허경환. 이 공연은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주제로 한 것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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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탁 대표가 말한 또 다른 내용이 있다. 
"차 감독이 돈 들어올 데가 있다고 했다. 그게 재단이라고 말했다." 

이때가 2015년 3월께였다. 재단 구상은 그러니까 최소한 차은택이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되기 전 시점부터 존재했다는 얘기다. 요컨대, 차은택은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되기 전에 이미 '모스코스'와 '더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었고, 회사의 물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국책사업과 함께 '향후 설립될 재단'을 누군가와 구체적으로 의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은택이 문화창조벤처단지에 대해 청와대와 미팅을 했다는 김홍탁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다른 국책 사업 전반에 대해 그리고 재단 설립과 그 이후 운영에 대해서도 차은택이 청와대와 의논했을 가능성이 당연히 크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그로부터 몇 달 후인 7월, 청와대에서 재벌 총수들과 밥을 먹으며 미르재단 설립에 대한 의중을 전달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또, 그 후엔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한중을 하나의 문화 공동시장으로 만들고 세계 시장에 함께 진출하자"고 약속했다. 2000억 원짜리 펀드 조성 약속도 했다.

대통령은 그 후 리커창 총리의 10월 31일 방한에 맞춰 미르재단 설립을 점검했다. 10월 말 전경련과 대기업, 문체부의 그 난리법석의 원인은 이것이었다. 

대통령이 중국 총리와 한 약속은 사실 다른 루트로 이행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문예진흥기금이 있다. 망상 수준에 가까운 얘기라 꺼려지지만 2000억 원짜리 펀드를 한국과 중국이 공동 조성하고, 그 핵심에 차은택이 서겠다는 구상? 그렇다면 대통령은 중국 총리를 만나서도 자기 사람 챙기기에 몰두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최초에 모은 770억 원 이외에도 앞으로 3~5년 동안 기업 등으로부터 추가로 400억 원가량을 더 모을 계획이었다. 대략 1000억 원대의 재단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애초 박 대통령이 중국과 약속한 2000억 원짜리 펀드 공동조성 계획을 감안하면 두 재단의 모금 목표액이 그 절반이 되는 건 타당해 보인다.

2015년 5월~7월 : 문화창조벤처단지

2015년 5월 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엑스포가 열렸다. 그런데 준비가 한창이던 2014년 11월, 엑스포 소관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뀐다. 김종덕 장관 취임 직후다. 예산도 대폭 늘었고, 무엇보다 차은택 감독 작품이 한국관에 설치된다. 이때 전시위탁대행사는 시공사였고, 한식관 운영은 한식재단이 했다.

2015년 3월에 한국관광공사가 원주로 옮기면서 서울 사옥을 새롭게 꾸미기로 한다. 한류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이른바 'K스타일 허브' 구상이다. 사옥 전체를 신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미 전 해에 설계비 26억 원이 책정됐다.

그런데 느닷없이 계획이 바뀐다. 문체부는 사옥 신축 대신 건물 리모델링을 하기로 한다. 리모델링한 건물에 문화창조벤처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문화창조융합본부는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융·복합 문화 콘텐츠로 구체화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문화창조융합센터를 두는 데, 여기서 구체화된 콘텐츠는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사업화를 돕는다.

바로 이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계획에 따라 7월에 예산이 171억 원으로 늘어난다. 애초보다 146억 원이나 많은 액수다. 이 돈을 문체부는 관광진흥기금에서 끌어온다. 문체부의 요청을 기재부는 하루 만에 승인했다. 관광진흥기금은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말 그대로 관광을 진흥하는 사업을 위해 조성된 돈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기재부는 승인했다.

늘어난 돈 가운데 80억 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교부됐고,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에 쓰였다. 더민주 김병욱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차은택의 '소울메이트' 송성각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 올해 예산은 390억 원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에는 현재 9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지만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선정과정에서 차은택과 이래저래 관련 있는 업체가 주로 특혜를 얻었다는 소문도 있다. 

2015년 9월 한식문화체험관

문체부가 기재부로부터 관광진흥기금 145억 원을 새로 받아내고 두 달 후, 이번엔 새로운 20억 원을 또 요청한다. 역시 기재부는 하루 만에 승인한다. 명목은, K스타일 허브에 한식문화를 알리는 전용 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 계획은 '한식+다양한 한류문화 체험'이 콘셉트였다. 그러나 7월, 그러니까 K스타일 허브 구상에 문화창조벤처단지 계획이 추가되고, 한국관광공사 건물 관련 계획이 신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바뀔 즈음에 차은택의 외삼촌인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콘셉트 변경을 문체부에 직접 지시한다. 요지는 한식 단일 주제로 가라는 것. 이에 따라 9월에 문체부가 20억 원을 더 요청하고 기재부가 승인하게 된 것이다. 문체부는 이때 문화창조융합본부(본부장 차은택)에서 마련한 안을 근거로 예산 증액을 요청한다. 

그 이후 밀라노 엑스포 주연 인물들이 그대로 재등장한다. 한국관광공사는 한식문화시설 조성 용역을 시공테크와 체결한다. 밀라노엑스포 전시위탁대행사다. 선정 심사에는 한식재단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운영 당사자가 한식재단이었다. 조성된 시설에 설치된 건 차은택의 작품이었다. 밀라노엑스포에 설치된 차은택의 작품이 재활용되었다. 애초에 이 구상이 차은택 본부장의 문화창조융합본부에서 나온 것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한식문화체험관은 차은택의 것이었다. 이게 2015년 9월의 이야기다. 

2015년 10월 미르재단

2015년 10월. 미르재단이 드디어 탄생한다.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둘 다 재단 설립 허가증이 나오는 데 하루가 걸렸다. 보통 21일 넘게 걸리는 일이다. 미르재단이 만들어지던 작년 10월 25일~27일 3일간은 드라마틱했다. 세월호나 지진에 대한 정부 대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체부와 전경련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경련은 이메일과 전화를 돌렸고, 재벌 계열사의 높으신 분들은 허겁지겁 출연증서와 법인인감을 들고 팔레스 호텔에 모였다. 무슨 동창 번개 모임도 아닌데 그렇게 느닷없이 사람들이 많이도 모였다. 돌아가는 꼴은 회합이라기 보단 '집합'이었다.

기업들이 헐레벌떡 움직이는 동안 정부도 바빴다. 문체부 담당 주무관은 신개념 출장 서비스를 선보였다. 법인설립허가가 통보도 되기 전에 등기 신청이 이뤄졌다. 그리고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현판식이 열렸다.

이 모든 과정에 대통령의 '점검'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관심사에 재벌그룹과 전경련이 군대 훈련병처럼 몰려다녔다. 기업들은 내부 규정도 어겨가며 돈을 냈고, 박병원 경총 회장 같은 사람도 포스코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재벌그룹을 부당하게 갈취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어이없는 건 또 있다. 차은택과 '형동생'하는 김성현이라는 사람이 미르 재단 사무실을 계약했다. 이 사람 직업은 그래픽디자이너다. 재단 사무실 임대 계약에 그다지 안 어울린다.

그로부터 딱 3일 후 차은택이 만들고 김홍탁이 대표였으며, 김성현이 이사로 참여했던 '모스코스'는 해산한다. 아마도 돈 벌이 통로를 '미르재단'으로 집중하기로 했을 터였다. 김성현은 나중에 미르재단의 사무부총장이 되어 억대 연봉을 받는다.

미르재단의 이사장부터 이사진 다수, 사무부총장 등이 전부 차은택 측근들로 채워졌다. 심지어 차은택 감독의 회사인 '아프리카 픽처스' 직원들 중 일부가 '더플레이그라운드'로 갔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또 미르재단으로 이동한다.

K스포츠재단은 나중에 이사장이 최순실의 지인 스포츠마사지센터장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공무원'이 아니라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이 이행했다. 이럴 때 우리는 '비선실세'가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2016년 비선실세의 위용

이후 '비선실세'의 위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미 차은택과 최순실은 자신들의 위력을 수차례 선보인 바 있었다. 문체부의 문화창조벤처사업단지 및 한식문화전용 시설을 위한 예산 증액 요청을 기재부는 하루 만에 승인했다. 문체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를 역시 하루 만에 내줬다. 기재부는 두 재단의 지정기부금 단체 승인을 서류 미비에도 불구하고 통과시켜줬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그 뿐인가? 한국관광공사는 기재부에서 예산 증액 승인이 나기 열흘 전에 서울사옥의 리모델링을 위한 설계용역 계약을 건축사사무소와 체결한다. 설계 용역 계약을 하고, 예산 신청을 하고, 기재부 승인을 받은 것이다. 보통은 예산 신청, 기재부 승인, 설계 용역 계약 순이 정상이다. 미르재단이 설립허가통보도 받기 전에 법인 등기 신청을 한 일의 재판이다.

차은택은 '허가'나 '승인' 따위는 하루 만에 해치운다. 허가나 승인이 나기 전에 할 수 없는 '계약'이나 '신청' 쯤을 역순으로 진행하는 기적도 행한다. 심지어 차은택 후임으로 왔던 여명숙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차은택 감독과 갈등이 생겨 한 달 만에 경질됐다. 그 어려운 일들을 차은택은 다 해냈다.

최순실의 드러난 위용은 딸, 정유연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대가 입학 규정을 바꾸고, 1년에 하루씩 밖에 학교에 나오지 않은 딸을 위해 학칙을 개정했다. 더민주 노웅래 안민석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지도교수는 교체됐다. 대신 이대는 각종 정부 지원 사업을 석권한다.

대한승마협회는 삼성계열사가 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3일, 삼성이 10몇 억 원 하는 명마를 정유연에게 사주고, 독일에 승마장도 지원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승마협회는 수십억 지원 계획을 세웠다 철회했다. 승마협회의 요청으로 한국마사회는 한 감독을 독일 현지에 파견했다. '딸바보' 최순실에게 재벌도, 대학도, 승마협회도 모두 줄을 섰다. 모두 2015년부터 올해까지 벌어진 일이다. 

2016년 5월 본격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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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마장마술 경기 지켜보는 최순실과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왼쪽)씨와 전 부인 최순실씨가 2013년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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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두 비선실세의 존재를 모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부처든 민간기업이든 이제는 모두 '알아서 기기' 시작한 해로 보인다. 5월에 대통령의 이란 및 아프리카 순방이 있었다. 미르재단은 '케이타워 프로젝트'사업의 주체로 선정된다. 이란에 한류문화 교류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전 추진됐던 식품개발원조사업 '케이밀 사업'도 주도하게 된다. 

K타워프로젝트와 관련된 청와대회의에 미르재단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코트라, LH와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이밀 사업 용역입찰에는 미르재단 관계자가 유일한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기 재단을 용역업체로 선정했다. 미르재단은 이 사업의 입찰 공고가 나기도 전부터 미래를 예견하고 이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케이밀 사업의 핵심 제품 중 하나인 쌀과자 등을 개발해 왔다. 이화여대는 여기서도 등장한다.

이 밖에도 미르재단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시 진행된 태권도, 사물놀이 등 각종 공연의 행사 연출 사업비를 국고보조금으로 신청한다. K스포츠재단은 아프리카 순방행사에 포함된 태권도 공연을 운영한다. 

같은 시기 '차은택 계열사'들도 큰 이익을 얻는다. 아프리카픽쳐스와 더플레이그라운드는 KT 광고를 대거 제작한다. 두 회사는 2015년에 KT광고 62편 중 3편을 만들었다. 올해는 9월 현재까지 47편 중 20편을 제작했다. KT 마케팅본부 이동수 전무는 과거 차은택이 활동했던 '영상인'의 기획실장이었다.

민간기업 뿐 아니라 정부기구도 광고 몰아주기 대열에 동참했다. 금융위원회는 아예 예정에도 없던 금융개혁 캠페인 광고를 아프리카 픽쳐스에게 제작하도록 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주장이다.

2016년 10월 현재

국민은 두 재단 사태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흑막의 맨 뒤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점도 확연히 드러났다. 두 재단에서 모은 돈이 대통령의 퇴직금이라는 얘기는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각종 증거인멸 시도들을 보면 의심은 확신이 된다. 전경련은 권한도 없는 주제에 두 재단의 해산 및 통합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국정감사에서 한국경총 박병원 회장이 문예위 회의를 하면서 미르재단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린 부분을 삭제하고 자료를 제출했다. 한겨레신문(10.10)이 보도한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노력은 눈물겹다. 이정현 대표는 역사상 가장 코미디 같은 단식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기 저기 상임위원회에서 핵심 증인 채택을 무산시켰다.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를 후진시키는 최상의 방법을 선보였다. 

자, 이제 보다 합리적 의심 몇 가지를 말씀드린다. 합리적 의심 첫 번째, 차은택은 미르재단을 통해 자기 이익을 확실히 챙겼다. 그렇다면 최순실은? 

K스포츠의 경우 최순실이 기획 단계부터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재단이 발족하기 전부터 주변에 재단에 참여하라는 얘기를 하고 다녔고, 잘 다니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정동춘 사장에게 이사장을 시킨 것 따위가 정황 증거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사안은 이렇다. 정동춘과 함께 스포츠마사지센터를 공동운영하던 이아무개씨는 최순실의 이사장 제안을 개인 사정으로 거절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다른 지인에게 "재단을 설립하는 데 필요하니, 퇴직(올림픽 등) 메달리스트들이 꿈나무 어린이 선수를 육성하는 방안을 자료로 준비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지인이 부탁을 들어줬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쩌면 최순실은 K스포츠 재단을 자신의 딸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둔 건 아닐까? 딸을 위해 대한승마협회에 압력을 넣고, 대학 학칙을 바꿀 정도의 열정이라면 역시 딸의 미래를 위해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합리적 의심 두 번째는 이것이다. 미르재단은 재단을 설립하고 나서 정관을 3번 바꿨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꾼 정관의 8조 3항은 "운영재산을 이사장이 정하는 대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관 별지에 기록할 재산 목록에는 그런데 기본재산말고 운영재산은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단다. 더민주 김영주 의원이 지적한 내용이다.

현재 미르재단의 기본재산은 100억 원, 운영재산은 388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에 추가 모금을 더 할 예정이었고, 재단이 통상 영리 사업을 하지 않는 데 비해 미르재단은 각종 돈 버는 사업에 뛰어 들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운영재산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었다.

이 돈을 마음대로 쓰고,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권위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런 정도의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로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정도이다. 참고로 박근혜 대통령은 인생에서 상당 시간을 '이사장'으로 보냈던 분이다.

합리적 의심 세 번째, 김홍탁 더플레이그라운드 사장은 2015년 3월의 녹취록에서 이런 말도 했었다.

"차 감독이 자신을 믿어 달라, 확실히 조직을 이루는 단체가 있다"라고 말이다. 그 시점에서 차은택이 김홍탁을 안심시키기 위해 꾸며낸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차은택 이외에 추가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긴밀한 네트워크가 존재하거나, 박근혜-최순실-차은택의 관계가 '조직'에 비유할 정도로 매우 끈끈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게 불필요한 일은 아니다. 이미 우리가 봐왔던 대로 말이다.

합리적 의심 네 번째는, 그냥 몰아서 쓴다. 이석수 감찰관이 사표를 수리하자 인사혁신처가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 6명을 통째로 잘랐다. 법무부의 요청이 있었다. 법무부는 누구의 명령을 받은 것인가? 우병우인가? 

일련의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재벌들의 위법행위는 또 어디까지인가. 드러나지 않은 출연금은 없는가. 이화여대는 대체 이번 사태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가. 아, 애초에 최순실과 차은택은 무슨 관계인가. 

특검이 필요하다

결국 사태의 모든 진실은 특검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일해재단* 때 특별조사위원회도 하고 청문회도 했지만 결국 의혹을 끝까지 못 밝혔었다. 그러므로 특검이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발 사건 유족 지원과 스포츠 유망주 육성 목적으로 발족, 5년간 조성된 자금 598억 원 대부분을 재벌이 출연).

검찰은 이미 권력수호의 충견이 됐다. 임기 말에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살아 있는 권력과 한 판 붙어볼 만도 한데 그런 결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니 특검이다.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야 온천하가 아는 일이다. 수사를 안 한다니 이참에 아예 수사권을 뺏자. 검찰에게는 기소권만 줘도 된다. 그런 나라 많다. 아니면 다음 대선에서 야권 후보의 공약으로 삼는 건 어떤가. 어쨌든 특검이다.

어떤 양보도 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가 혹시 최순실을 지키기 위해 차은택이나 우병우 정도를 내치는 선에서 이 사태를 마무리할 지도 모른다. 최근 TV조선이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차은택 의혹을 열심히 보도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럴 법도 하다. 어쩌면 그것도 큰 성과일 수 있겠다. 그러나 사태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특검이 최선이다.

지금까지 정리한 '스토리'는 모두 소설일 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국민들은 이를 모두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 어느 끝에 닿을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이성적인 주장이다.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과 소설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국민들의 분노를 다스리는 데 그나마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니 이제, 특검을 하자.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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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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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이 퍼주기 때문이라고? 그럴듯하다. 알고 보면 퍼주기론은 보수 세력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선동이다.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하나하나 설명해 보자.

넓은 의미의 경제협력은 세 가지로 나뉜다. 인도적 지원, 민간차원의 경제협력, 그리고 정부차원의 협력.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하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그걸 갖고 뭐라고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은 인도적 지원을 일반적인 경제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음으로 민간의 경제협력. 마찬가지로 퍼주기라고 하지 않는다. 남북경제협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게 아니다. 노태우 정부의 1988년 7.7 선언으로 시작한 것이다. 남북경제협력 통계도 1989년부터 시작된다. 북핵문제도 그즈음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처럼 말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불거지고, 선제폭격론이 제기되던 1994년 그때 집권당이 누구였는가. 신한국당이다. 그때 남북교역이나 남북 위탁가공을 중단했나? 아니다. 경제협력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중단된 적은 없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그리고 북한에 임금 주고 우리 기업이 수백 배 돈을 벌어 오는 것이다. 그 임금이라는 것도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되고, 그런 것이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주는 임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정부차원의 경제협력. 북한에 쌀을 줬다. 그런데 강연을 다녀보면, 이 쌀을 그냥 공짜로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니다. 그거 차관으로 준 것이다.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우리가 제3세계 국가에 공적개발원조(ODA)할 때 차관으로 줄 경우와 똑같은 조건이다.

빌려준 것은 받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10년 거치 기간이 끝나고 분할상환 기간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도 칼럼을 썼다. 빌려준 돈 받는 것도 정부의 능력이라고. 통일부가 그냥 독촉을 하긴 했다. 팩스 한 장 덜렁 보내서 돈 갚으라고. 그렇게 해서 어떻게 받나? 상담을 하고, 상환능력이 있는지 알아보고, 기간을 재조정하든지, 아니면 광물로 받든지 해야지.

우리가 2007년에 경공업 원자재를 차관으로 북한에 준 적이 있는데, 그때는 광물로 2번 상환을 받았다. 북한이 준 아연괴를 시장에 팔아서, 그 대금을 국고에 납입했다. 쌀 차관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공짜가 아니란 말이다.

철도나 도로연결, 개성공단의 인프라투자. 그건 다 우리 기업들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때도 돈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는다. 현물로 간다. 철도 레일, 침목, 아니면 도로포장재 같은 것을 물건이 들어가서 실제로 공사에 사용되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핵개발에 쓸 수 있겠나.

지금까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현금을 북한에 준 적이 없다. 딱 한번 예외가 있다. 이산가족들이 더 많이 상봉하기 위해 화상상봉을 하기로 했을 때 영상장비를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데(이산가족상봉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걸 전략물자로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야당인 한나라당에 양해를 구하고, 영상장비를 중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현금을 줬다. 한나라당도 당연히 동의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이게 퍼주기론의 실체다.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냥 거짓말이다. 악의적인 선동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저쪽은 단순한데, 우리는 길게 설명해야 하니, 설득력에서 떨어진다고. 그래서 '퍼주기' 같은 쉬운 말을 만들어야 한다고.

난 다르게 생각한다. 선동과 이성의 대결이다. 선동이 통하는 사회는 어딘가 고장이 난 것이다. 언론이나 의회나 혹은 공론의 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선동이 반복되는 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칼럼을 쓰면서, '어둠이 내리면 늑대가 울부짖는다'고 쓴 적이 있다. 다시 선동이 판을 친다. 병이 깊은 것이다. 치료가 필요하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출처:http://www.huffingtonpost.kr/yeonchul-kim/story_b_12149194.html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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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국회 개원사=정세균 국회의장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우선 국회의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20대 국회가 출범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20대, 사람에 빗대면 성년에 이른 셈입니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가 개원한 이래, 
우리 헌정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도
우리 국회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신장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함께 지키고 가꿔왔습니다.

이렇게 기쁘고 가슴 벅찬 순간이지만 
마음 한 편이 무거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기에 앞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의 책임이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성년을 맞이한 국회가
성숙하고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나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위상과 역할을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팎의 상황이 
정말 녹녹치 않습니다.

동북아는 지금 신냉전 상황입니다.
G2로 등장한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구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미일간 신밀월 관계 속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고
북한의 핵도발에 개성공단 폐쇄로 맞서면서
남북관계는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경제 환경 또한 매우 어렵습니다.
1997년 IMF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사회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복병을 만나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발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바깥 상황만 어려운 게 아닙니다.
고용없는 장기침체, 저출산 고령화, 
극도의 청년실업과 사회경제적 양극화 속에서 
한국경제의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활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부의 대물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중산층은 붕괴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살맛을 느끼지 못하고
미래 희망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답답하고 막막하지만
오늘 출범하는 20대 국회가 
전력투구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얼마 전 우리 사회에는 
슬픈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비정규직 19살 청년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대한 심각한 경고입니다.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던 그 청년의 가방에 
공구와 컵라면이 있었다는 보도를 보고
자식 가진 부모로서 마음이 울컥해졌습니다.

우리는 이 청년의 죽음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요?

반면 전관예우로 수백억을 챙기는 
검찰공무원의 행태는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합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로 인한 민심의 이반"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저는 최근 헌법을 다시 한 번 정독했습니다.

우리 헌법 10조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있고,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며 
누구든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지금 행복합니까?
우리사회엔 불평등이나 차별이 없습니까?
저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었습니다.

20대 국회는 
이와 같은 헌법정신을 수호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시민사회의 다원성을 전제로 성립합니다.
가치관이나 의견,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개인과 집단,
계층과 정파가 공존하는 것을 전제로 
자유민주주의가 성립되고 운영됩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다원성이 갈등과 대결로만 충돌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습니다.
다원성을 존중하되 국민통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통합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
'100퍼센트 대한민국'이란
다원성을 부정하는 획일화가 아닙니다.

국민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를 수렴하여,
대화와 타협, 숙의를 통해 그것을 하나의 단일한 국민의사로 결집해 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국민통합입니다.

국민통합을 이끌어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곳!
바로 그곳이 대한민국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국회는
복잡다기한 갈등적 이해관계를 통합해 내기보다는
방조하거나 심지어 부추겨왔습니다.

남북 대결!
좌우 갈등!
동서 갈등!
빈부 격차!
노사 갈등!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대기업 중소기업 불공정!
세대 갈등!
남녀 차별!
중앙 지방 마찰!
도농 격차!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20대 국회는 여기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20대 국회는 갈등, 차별, 분열, 불공정의 고리를 끊고
국민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국민은 참으로 현명합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우리 국민은
절묘한 균형을 선택해 주셨습니다. 

그 결과 다당체제로 출발하는 20대 국회는 
역설적으로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가
꽃필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당체제가 자동으로 
의회주의의 완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정의당
그리고 무소속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합심하고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점을 가슴 깊이 새기며 
20대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에서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 20대 국회가 지향해야할 최우선의 가치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에 내린 준엄한 명령은
여야의 극한대립을 청산하고
서로 합심하여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제국회'로 
위기극복에 앞장서야 합니다.

무항산(無恒産) 이면 무항심(無恒心)이란 말이 있습니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성적 경기불황에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청년실업률은 10.4%로 
4월 기준으론 역대 최고치라고 합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질실업률은 그 두 배가 넘습니다. 
청년 5명중 1명은 실업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가계부채 1200조 시대,
서민들은 더 이상 졸라맬 허리가 없을 만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650만 자영업자 문제도 심각합니다.
자영업자의 10분의 1은 창업 1년 내에 폐업하고
5년 안에 문 닫는 비율 또한 54.5%로 절반이 넘습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임대료에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소득부진, 가계부채, 노후불안, 
일자리불안, 주거불안정으로 
민간소비가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앞길이 캄캄합니다.

이처럼 당면한 경제위기는 물론이고
양극화와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같은 
이미 시작된 구조적 위협에 대해서도
국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의정활동으로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둘째, 20대 국회는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헌정은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이 
삼발이처럼 조화롭게 서로를 지지할 때에만 
활력과 능률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여 
균형을 맞추는 일에만 만족해서도 안됩니다.

국회는 정부입법을 통과시키는 기능에 머무르는 
수동적 절차주의 관행을 넘어
실질적으로 국정의 한 축으로서 역할 하는 
'능동적 의회주의'를 구현해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의회 뿐 아니라 
대통령도 함께 성공하는 길입니다.

셋째, 20대 국회는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영국 국민들은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의사당 건물을 보며
편히 잠자리에 든다고 합니다. 

우리 국회도 
1년 365일 내내 불이 꺼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횃불이어야 합니다.

지금 세계는 기술융합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인공지능이 그 한 단면입니다.

우리 국회가 
당면한 현안 해결에만 매몰되지 않고
국가의 앞날을 내다보며 
미래전략을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미래전략 연구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도 변화하는 시대를 이끌어나갈
장기적 안목의 지혜와 전략,
그리고 이를 담아낼 새로운 그릇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의 에너지를 결집시켜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여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국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나아가 통일 한국의 밑그림까지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내년이면 
소위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됩니다.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닙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닙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그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것입니다.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변화된 시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여기 계신 의원 한 분 한 분이 
새로운 역사, 
자랑스러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힘들수록, 
우리가 진지한 고민으로 밤을 새울수록 
국민들은 편안해지고 행복해집니다.

20대 국회의장으로서 
여러분의 의정활동을 돕는데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역사의 주인공인 여러분들과 함께 
새롭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달라진 국회를 국민들께 보여드립시다.

4년 후,
국민들이 20대 국회는 정말 달랐다고 
박수 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선서한 그 내용대로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맙시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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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22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뒤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2008년 4월22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뒤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이건희(74) 삼성전자 회장이 자택과 고급빌라에서 불법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돈과 힘을 쥐었던 0.1% 권력자의 ‘낯 뜨거운 민낯’입니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 을 합니다. 이러한 회장님 말씀을 받들어, 삼성은 2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일구었습니다. 삼성의 성공 요인으로 거론되는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은, 광범위한 정관계 인사 관리·경영권 편법 승계 등 법 위에 군림하던 ‘황제 경영’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여전히 2류로 머물게 한 이건희 회장의 ‘황제 경영’ 흑역사를 짚어 보았습니다.

1. 2005년 삼성 엑스(X)파일 사건

에버랜드 편법 증여와 ‘엑스파일’ 사건 등이 불거진 2006년 2월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맨 왼쪽)과 임원들이 국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에버랜드 편법 증여와 ‘엑스파일’ 사건 등이 불거진 2006년 2월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맨 왼쪽)과 임원들이 국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2005년 7월 <엠비시>(MBC) 이상호 기자의 보도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불법도청을 한 테이프,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이 세상에 드러납니다. 이 파일에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그룹 2인자 이학수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가 담겨 있었는데요. 삼성이 대선 후보자와 유력 정치인,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던 정황이나 제공 계획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해 8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전현직 검찰 최고위 간부 7명의 실명과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2015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은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을 불기소 처분합니다. 금품을 줄 대상으로 거론된 전·현직 검사나 정치인에 대해서도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반면,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에 대해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이들의 혐의는 유죄가 확정됩니다. 엑스파일 사건을 총괄했던 당시 황교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차장은 법무부 장관을 거쳐 지난해 6월 국무총리가 됩니다.

▶바로가기: “불법도청 내용, 공익기준에 못미쳐”…대법, 안기부 엑스파일 보도 ‘유죄’ 판결
▶바로가기: ‘떡값 검사’ 폭로한 노회찬은 유죄, 로비 덮은 황교안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바로가기: 떡값 준 놈·받은 놈보다 나쁜, 알린 사람?

2. 2007년 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

김용철 변호사(오른쪽 세번째)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들이 2008년4월23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특검의 수사 결과와 삼성이 발표한 경영 쇄신안을 비판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김용철 변호사(오른쪽 세번째)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들이 2008년4월23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특검의 수사 결과와 삼성이 발표한 경영 쇄신안을 비판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엑스파일 사건 당시 검찰은, 삼성의 불법 비자금 의혹에 대해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7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해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 형태로 숨기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검찰이나 국세청 등 권력기관에 로비를 해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양심선언을 합니다.

▶바로가기: “내 계좌에 삼성 비자금 50억 이상 있었다”

검찰이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2007년 11월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삼성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됩니다. 공안검사 출신인 조준웅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돼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했지요. 2008년 4월 특별검사팀은 이건희 회장이 불법적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하고,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명자산을 보유하면서 세금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을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합니다.

▶바로가기: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문 전문 요약
▶바로가기: 99일 특검수사 결국 ‘삼성에 면죄부’
▶바로가기: ‘특검 SDS 기소’에 낯뜨거워진 검찰

당시, 특검팀은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모두 내사 종결이나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특검이 삼성그룹과 우리 사회가 새롭게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며 비판합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2년 뜻밖의 사실이 드러납니다. 삼성 비자금 관련 특별검사였던 조준웅 변호사 아들이 2010년 1월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했다는 겁니다.

▶바로가기: 조준웅 삼성특검 아들, 비자금 재판 뒤 특채로 삼성 입사

3. 경영권 편법 승계

201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주최로 열린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토론회 모습(왼쪽)과 2011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 박종식 기자
201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주최로 열린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토론회 모습(왼쪽)과 2011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 박종식 기자

특검수사가 끝난 뒤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및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법정에 섭니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1990년대에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입니다.

▶바로가기: 이재용 삼남매, 에버랜드·SDS로만 12조원 벌어

1996년 에버랜드는 99억여원 규모의 무보증 전환사채를 1주당 7700원의 전환가격에 발행했습니다. 주식 시세가 1주당 7700원이 넘으면 주식으로 전환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채로 보유해 만기 때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요. 당시 에버랜드 주식 실거래가에 견줘 1주당 7700원이라는 전환가격은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대박’이 보장된 사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이거나 계열사였던 제일모직, 중앙일보, 삼성물산 등 에버랜드의 주요 주주들이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거죠. 결국 전체 전환사채 물량 중 97%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세 딸에게 3:1:1:1 비율로 배정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해 12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꿨고, 단숨에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리고 2014년 에버랜드가 상장되면서 이재용 남매는 막대한 차익을 챙깁니다. 그러나 2009년 5월 대법원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세금 없이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에버랜드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 5(유죄):6(무죄)로 무죄를 선고합니다.

▶바로가기: 이 대법원장이 1심 변론때 폈던 논리대로 ‘무죄’
▶바로가기: [카드뉴스] 나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였습니다

그런데 3년 뒤 2012년 민사 재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옵니다. 2006년 제일모직 주주 3명이 이건희 회장 등 제일모직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포기해 손해를 입었다며 137억여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는데요. 2012년 2심 재판부인 대구고법 민사3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장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회장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2심 판결이 최종 확정됩니다. 앞서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제일모직 등에 대한 이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선 기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가기: 이건희, 에버랜드CB소송 상고포기…제일모직에 130억 배상 확정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는 다르게,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부여된 채권) 헐값 발행으로 인한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선 이건희 회장의 유죄가 확정됩니다. 그런데 유죄 선고 4개월 만인 2009년말 이명박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 단 한 사람’을 특별사면시킵니다. 경제인 1명을 대상으로 한 사면은 헌정사상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은 23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합니다.

▶바로가기: MB, 이건희 ‘1인 특별사면’
▶바로가기:[전문] 이건희 삼성 회장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

4.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산재

삼상 반도체에 다니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황유미씨.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인1조를 꾸려 함께 일하던 짝궁도 같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속초/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삼상 반도체에 다니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황유미씨.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인1조를 꾸려 함께 일하던 짝궁도 같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속초/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기흥공장에서 2년간 일하던 황유미씨가 스물셋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집니다. 아버지 황상기씨는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를 찾아다니며 “딸이 산업재해로 억울하게 죽었다”고 호소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결성됐고,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모이게 되면서 삼성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2009년 근로복지공단은 황유미씨 등 5명에 대해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가족들은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삼성은 이들의 발병이 산재가 아니라고 주장했고요. 2014년 8월 2심 재판부는 1심 선고와 마찬가지로 고 황유미씨, 고 이숙영 씨의 백혈병이 산재라고 판결했고 근로복지공단이 상고를 포기합니다.

▶바로가기: 돈으로 죽음을 덮으려는 삼성
▶바로가기: 2심서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일부는 산재”

2014년 5월14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난치병 발병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해결 의지를 밝힙니다. 집단 백혈병 발병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시작된 지 무려 7년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사과가 있기 불과 며칠 전인 5월10일 이건희 회장은 쓰러집니다.

그해 11월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반올림과 입장이 다른 피해자 가족들이 꾸린 단체) 등 세 주체가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보상·사과·예방 등 3대 의제를 논의했고, 조정위는 2015년 7월 첫번째 조정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독립된 공익법인을 설립하자는 내용이 뼈대였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공익재단 설립을 거부하고, 독자적 보상위원회를 꾸려 보상 절차에 들어갑니다. 올해 1월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는 재해예방을 위한 외부 독립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닙니다. 삼성은 직업병 문제 관련 3대 의제 논의가 모두 마무리됐다는 입장인 반면, 반올림은 ‘재해예방대책’ 부분에 대해서만 해결책을 마련했다며 직업병 책임을 인정하는 차별없는 보상과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로가기: 삼성은 백혈병 개별보상중…그런데 뭔가 씁쓸하다

*참고 도서: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2014·후마니타스), <기울어진 저울-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2013·한겨레출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53578.html?_fr=mt2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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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온 국민을 경악의 도가니에 빠뜨린 흑산도 집단 성폭행 사건이 솔직히 내겐 그리 새삼스럽지 않다.

섬마을은 아니지만, 시골 오지의 학교에 초임 발령을 받았던 교사로서, 또 이 지독한 가부장 사회의 남성으로서 나는 그러한 불상사가 빚어진 인과관계라든가 그 야만적 행위의 전모가 어제 본 영화처럼 내 머릿속에서 생생한 그림으로 그려진다.

성폭행 ‘학습’시키는 사회 

가해 남성들이 그 여선생님을 술자리로 끌어들인 심리적 배경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고백하건대,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남성인 내게 그 야만적인 남성 지배적 문화는 사실 익숙한 풍경이다. 그리고 교사이기에 나는 그 여선생님이 그 술자리에 합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안다.

폐쇄적인 지역 특성상 사회적 관계망에서 고립된 이방인으로서, 오지에 근무하는 교사가 식당에서 만난 학부모가 술을 권할 때 반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다. 그가 20대의 여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남성 동물들은 바로 이러한 존재 조건상의 역학관계를 악용하여 그 극악무도한 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

João Carlos Magagnin, triton summer, CC BY https://flic.kr/p/72ffBE

João Carlos Magagnin, “triton summer”, CC BY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성적 욕망을 품지만, 강간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성욕의 본질은 철저히 관계 지향적이다. 나의 욕구 충족은 상대의 욕구 충족을 전제로만 이루어진다. 파트너가 희열을 느낄 때 나도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는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절규하는데, 그걸 보며 쾌감을 느낀다면 이는 정신병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 남성에게 이 정신병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 사회는 강간공화국이라 하겠다.

이 사회가 강간공화국인 증거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도처에 널린 룸살롱이나 마사지 시설, 그리고 노래방 보도로 상징되듯 소돔과 고모라를 방불케 하는 퇴폐향락 문화가 우리 일상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널려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강간과 이게 무슨 상관있냐 할 것이다. 밀접하게 관련 있다. 이 막장 메커니즘 속에서 강간이 ‘학습’되기 때문이다.

순박함의 이면, 폭력의 일상성 

흑산도에서 일어난 불상사를 보면서 내 초임 시절에 겪은 일이 떠올랐다. 버스에서 내려 30분을 걸어가야 닿을 수 있는 시골 학교였는데, 여느 농촌 주민들이 그러하듯 학부모들은 대체로 순박한 분들이었다. 그러나 순박함의 이면에 가부장적 폭력성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표출되고 했다. 그런 풍경이 때때로 나를 불편하게 했다.

이들의 일상은 농사일과 술판으로 점철된다. 하루의 힘겨운 노동을 알코올로 보상 받아 연명해 가는 이들의 소외된 삶은 에밀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에 나오는 딱 그 풍속도이다. 그리고 술판에는 반드시 ‘여자’가 동반되었다.

목로주점과 달리 이 촌락에선 ‘여자’가 너무 쉽게 공수된다. 야간업소에선 물론이고 벌건 대낮에 식당에서 술 마시다가도 전화 한 통이면 짧은 치마 입은 아가씨들이 커피를 들고 나타난다. 이른바 ‘다방 레지’다. 커피배달이지만 커피는 후진 욕망의 배설을 위한 매개체일 뿐, 고객의 관심은 온통 ‘여자’의 치마 속에 모인다. 거기서 빚어지는 행위나 서사구조에 대해 사실적 문체로 그려내기는 너무 불편하다. 그 속성에 대해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성폭력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외딴 섬, 순박한 섬마을 사람들의 이면에 숨겨진 폭력성을 다룬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장철수 감독, 2010)

아름다운 작은 섬 ‘무도’, 순박한 섬마을 사람들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 인간의 이중성과 폭력성을 다룬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장철수 감독, 2010)

폭력의 집단성, ‘동참’을 권하는 사람들 

여성의 수치는 다중에게 노출된 점에서 일대일로 벌어지는 강간보다 어쩌면 더욱 치욕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폭력의 성격은 담합에 의한 집단 괴롭힘이었고, 나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남성은 공동의 가해자였다.

그들은 내게 동참을 권했고 나는 얼굴을 붉히며 거부했다. 그런 나를 숫기가 없니 어쩌니 했지만, 그 시점에서 내 얼굴이 붉어진 까닭을 그들은 모른다. 타오른 의협심에 술판을 확 엎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때 내가 그들보다 나이가 한참 어렸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 자리만 벗어나면 그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엔 선량한 이웃이 룸살롱 같은 곳에서 크고 작은 성폭력을 버젓이 일삼는 페르소나는 ‘학습의 산물’이라는 논리로만 설명이 된다. 강간공화국의 남성들에게 비싼 돈 주고 술을 먹는 것은 성폭력을 저지를 권한을 구매한 것을 의미한다. 마르크스의 설명방식을 빌리면, 성폭력은 비싼 술값의 등가물인 것이다.

술 알코올 욕망

내 아내가 아닌 묘령의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품는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그것은 부적절한 상상력이 아니라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중요한 것은 그 상상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이고, 내 아내도 똑같은 상상력을 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성적 욕망의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여성을 상대로 내 욕망을 강제로 실현하는 것은 엄연한 ‘강간’이다. 더구나 그 여성은 사회적 약자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말 못할 사연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을 여성에게 성적 학대를 일삼는 행위는 사디즘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 야만적인 사디즘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자신도 망가져 간다. 강간의 정신병리는 이렇게 학습된다.

소년 시절, 우린 모두 ‘일베’였다  

돌이켜보건대, 강간의 학습은 우리 어릴 때부터 이루어져 왔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성욕이 한창인 사춘기 시절 우리는 ‘성행위’를 ‘여자 따먹기’의 의미로 학습했다. 영어로 표현하면, ‘making love’도 ‘sleeping with’도 아닌 ‘fucking’이 성에 대한 우리 통념의 전부였다. 이런 학습이 이루어진 소년에게 여성은 오직 ‘따먹음’의 대상이었다.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품는 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성욕을 금기시하지 말고 성에 대한 담론을 공론화시켜 건강한 성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성 문제를 금기시하니까 음지에서 그릇된 정보와 인식을 공유하며 왜곡된 성 의식을 학습한다.

성교육을 고리타분하게 정절이니 순결이니 하는 정신교육으로 가지 말고, 이를테면 미래에 성인이 되어 섹스할 때, 여성을 ‘따먹음’의 대상이 아닌 상호존중과 배려에 기반을 둔 의기투합의 상대로 인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사랑 남녀

다행히 나보다 젊은 이삼십대의 청년이나 청소년은 우리 때와 같은 왜곡된 마초이즘이나 가학적 성 의식으로부터 덜 오염되어 있는 듯하다. ‘일베’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사실 우리 때는 성적 감수성에 관한 한 거의 대부분이 일베였다. 지금 청년들 사이에서 일베가 찌질이 취급 받는 자체가 젊은이들의 성 의식이 진일보했음을 말해준다.

선생님의 용기에 박수를 

나는 섬마을 남성들이 특별히 악한 자들이어서 그런 야만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중 한 인물은 과거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리에게 충격을 더해주고 있지만, 이 사실로 인해 이 사건 자체의 심각성이 퇴색될까봐 우려한다.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여성학대와 성폭력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성폭행 범죄의 발발 가능성은 언제 어디서든 상존해 있다.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왜곡된 성 산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이번 사건의 가해 남성들이 보여준다. 강간 전력이 있는 자를 포함해서 세 명의 가해자들이 멀쩡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평범한 성인 남성들이다. 강간이 성욕 배설 기회의 결핍이 아니라 왜곡된 섹스 체험학습의 결과라는 것은 문제의 섬마을이 성 산업과 관련하여 어떤 곳인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폭력 공포 여자 남자 증오 혐오

한국에서 ‘업소 아가씨’는 그저 ‘상품’ 일 뿐이다. 이들의 상품가치는 중고차 시세가 매겨지는 원리와 똑같다. 나이가 들어 상품가치가 하락하면서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그리고 촌락으로 갔다가 맨 마지막에 섬으로 팔려 간다. 그리고 갈수록 이들의 노동강도는 세지고, 달리 표현하면, 성폭력의 수위도 높아 간다.

인생의 막장에 처한 가련한 여성들에게 일부 짐승 같은 마초들이 어떤 가학적 폭력을 저지를 것인지 뻔하다. 성폭력에 만성이 된 자들에겐 자기 애 가르치러 온 초임 여교사도 성적 대상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런 짐승들에게 가공할 피해를 입고도 용기 있게 대처한 선생님의 영웅적인 행위에 갈채와 존경을 보낸다. 그 자체로 그분은 이 땅의 어떠한 교사보다 훌륭한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 부디 내상을 빨리 회복하고 교단에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우뚝 서시길 바란다.

희망 행복 여자 사람

필인
초대필자. 교사. 교육학박사

경북 칠곡군 다부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교육철학을 전공하였으며 브라질의 교육사상가 파울루 프레이리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교사는 무엇보다 지성인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지역에서 뜻을 같이 선생님들과 공부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교사가 교사에게(우리교육, 2015)]가 있습니다. → 블로그

 

출처 : http://slownews.kr/5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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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돌리기 : 청와대와 정부가 뜬금없이 '한국형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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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GEUN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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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 없이 ‘한국형 양적완화’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바로 그 정책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적인 언급이 나온 이후의 일이다.

먼저 기본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현재 한국에는 한계 상황에 이른 기업들이 많다. 해운과 조선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은 대개 규모가 크다. 2차·3차 협력업체들에서 시작될 대규모 연쇄 도산·실업 사태는 지역과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기업들이 어려워진 건 경기침체 같은 일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과잉투자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무시했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된 것. 늦었지만 이제라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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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돈이다. 구조조정에는 돈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구조조정에 따르는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기업의 주주와 돈을 빌려준 은행(채권자), 임직원 등 당사자들이 그 부담을 나누는 게 맞다.

그러나 그동안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이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정부에 손을 벌린다. 그게 공적자금이든 구제금융이든, 정부는 결국 돈을 지원한다. ‘경제에 큰 충격을 미친다’는 협박성 호소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 돈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정부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돈을 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 은행들은 자금이 부족하다. 그래서 등장한 게 한국은행이다. ‘한국은행한테 돈 좀 찍으라고 하세요!’

1. 이것은 양적완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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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과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에서 시행됐거나 시행중인 양적완화는 이런 게 아니다.

양적완화는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 같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시중에 공급하는 정책이다. 기준금리가 0%대에 가까워서 더 이상 금리 조정으로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때 쓴다. 중앙은행은 다양한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푼다.

반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시중에 돈을 푸는 게 아니다. 추가로 찍어낸 돈을 오직 기업 구조조정에만 쓴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발권력(돈을 찍어내는 능력)을 동원한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아무 것도 없다. 용어부터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적완화가 아니라 구제금융아닌가요?" 한국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발권력 동원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작명부터가 잘못됐다며 이같이 일갈했다. 특정 기업의 구조조정을 타깃팅을 해 자금을 지원한다는 개념 자체가 거시경제정책인 양적완화보다 구제금융에 더 가까운데 용어를 잘못 만들어 문제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선별적 양적완화', '한국형 양적완화'는 한은 특별융자(특융)와 더 가까운 개념이다. (아시아경제 5월2일)

강명헌 단국대 교수(경제학) : “저는 우선적으로 양적완화라는 그 용어부터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지금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그런 게 아니라, 특정 산업, 특정 기업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확충을 위해서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런 면에서 저는 양적완화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고, 그냥 특정 업종, 특정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 중앙은행이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느냐? 이런 여부로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YTN라디오 김우성의 생생경제 5월2일)


2. 어디에 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돈을 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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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연차 총회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일(현지시간)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한국은행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에 돈을 빌려줬던 은행들이 부실화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장에도 큰 충격이 올 텐데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한국은행이 먼저 대응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 구조조정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온갖 복잡한 이해관계가 깔려 있고, 그 모든 고리마다 엄청난 돈이 걸려 있다. 모두가 손해를 덜 보려고 하는 거대한 게임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구조조정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매각을 할 것인지, 합병을 시킬 것인지, 아니면 청산을 해야 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자금은 몇 조원이 될 수도, 몇 십조원이 될 수도 있다.

무슨 기준에 따라 어떤 기업들을 살리고, 어떤 기업들을 버릴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고, 누구에게 얼만큼의 책임을 분담시킬 것인지도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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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구조조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가 없다. 그냥 일단 돈부터 대라며 한국은행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순서부터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은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기업의 부실이 얼마인지, 어디까지 구조조정을 할 것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런 상태에서 우리보고 산업은행을 도와주란 것인데 이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5월2일)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할 일이다. 돈이 너무 많이 필요해 정부 혼자 하기 어렵다면 그것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2일 국책은행 자본확충의 규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정부와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협의체의 논의가 시작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스터디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얼마가 필요한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한은 동원을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건지 묻고 싶다. (조선비즈 5월3일)

김기천 조선비즈 논설주간은 “방식과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정부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부 주장에는 뭘 어떻게 하기 위해 얼마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내역이 없다. 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한은은 돈만 대라는 투다. 한은에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과 순서가 잘못됐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 구상대로 해도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지, 조선·해운업이 경쟁력을 되찾고 살아날 수 있을 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에서 숱한 과오를 범하며 사태를 악화시킨 전력(前歷)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성과 없이 돈만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조선비즈 5월3일)


3. 산업은행은 누가 망가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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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이 국책은행들은 이미 상당한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이 바닥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7조원을 넘어섰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시중은행 평균의 5배를 넘는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9.44%에 불과하다.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한자릿수다. 이 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지면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된다.

이 은행들은 왜 이렇게 됐을까? 돈을 마구잡이로 빌려줘서? 경영을 방만하게 해서? 성과급에 보너스를 잔뜩 챙겨가서?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정부에게는 이 은행들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다.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때만 되면 논란을 일으켰던 각종 ‘낙하산 인사’를 기억하는가? 정치적 입김 논란은?

산업은행은 수장이 임명될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정부 지분이 100%인 산업은행은 현 이동걸 회장은 물론 전임 홍기택 회장 등이 취임할 때마다 보은 인사 비판이 일었다. 그러니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수시로 정책금융 지원 대상을 바꿔왔다. 똑같은 기업이 이명박 정부 때는 ‘녹색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정부 때는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자금지원을 받는 게 현실이다. (한겨레 4월26일)

전문가들은 정치권이나 금융당국 등 외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책은행이 산업적 고려를 명분 삼아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고 지적한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완종 사건에서 드러나듯 구조조정 대상이 대기업인 경우 정관계를 통해 구명 로비를 하면 국책은행으로서는 견뎌낼 도리가 없다”면서 “최근에는 채권단을 함께 구성하는 시중은행에 대한 국책은행의 발언력 역시 상당히 약해져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국일보 4월26일)

국민의 세금으로 직접 부실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면 정부가 좀더 신중한 태도를 취했을 것이다. 절차가 훨씬 까다롭고 정치적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급해도 정부가 공적자금 조성의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과 정치권도 함부로 지원을 요구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국에는 산업은행으로 대표되는 국책은행이 있다. 정부는 무슨 일만 나면 “당장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며 국책은행을 동원했다. 국책은행이 부실해지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어서 전혀 고려 사항이 되지 않았다. (조선비즈 5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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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산업은행은 가장 큰 구조조정 대상 중 하나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진짜 주인'은 정부라는 얘기도 된다. 거대한 부실의 책임자이기도 한 정부가 이제와서 직접 문제를 해결할 테니 중앙은행이 나서줘야겠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일보 이상철 부국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진 일을 '하이에나 카르텔'에 비유하며 이렇게 적었다.

공기업을 통상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하는데, 세상에 주인 없는 회사란 없다.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하지 않았고, 경영자가 경영자 노릇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국민 세금으로 억지로 연명시킨 대우조선에 정부, 정치권, 산업은행 그리고 경영진까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각자 원하는 부위별로 먹이감만 챙긴 형국이다. 거대한 공생 카르텔이 아닐 수 없다. 조선경기 호황 탓에 지금까지는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주민들까지도 어느 정도는 나눠가질 수 있었지만 이젠 손실과 실패를 공유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한국일보 4월27일)


4. 정부는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국책은행들이 구조조정 자금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은 많다. 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고,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 정부나 공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현물출자 형식으로 국책은행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국가의 재정을 동원하는 게 정석에 가깝다. 올해 예산은 이미 확정된 상태지만,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 편성은 국회를 거쳐야 한다. 국회가 추경예산안을 심의한 뒤, 이에 동의해줘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럴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한국은행을 끌어들인다. 구조조정이 그만큼 급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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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말 그게 전부일까? 다른 이유는 없는 걸까? 여기에 매우 유력한 가설이 있다. 국회 동의 절차를 피하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 “(...) 예를 들면 IMF 외환위기 때 정부는 160조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물론 국회의 동의를 얻었지만 공적 자금을 마련해서 투입했거든요. 그런 것도 있고 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한국은행에 인수를 시켜서 그 돈을 정부가 쓰면 되는 것이고.

또는 국회에서 추경을 통과시켜서 할 수도 있고 문제는 그걸 국회를 안 거치려고 하다 보니까 이런 논의가 생기는 거지 국회를 거친다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절차와 원칙은 지키는 것이 좋지 않으냐. 그리고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기도 하지 않느냐. 나는 그렇게 봅니다.”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 5월2일)

그러나 조선·해운업 불황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지속된 일이고, 미국과 유럽 등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이명박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박근혜 정부도 사실상 외면해 오다 갑자기 “시급하다”며 한은 발권력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은 2일 “그렇게 절체절명의 위기라면 총선 전에는 왜 가만히 있다 지금 와서 시급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재정을 투입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고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게 되니 이를 한은 발권력 동원에 기대어 피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5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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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세라 기자는 최근 칼럼에서 “구조조정 해결에 한은만큼은 나서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문제는 나설 만한 명분과 절차적 정당성”라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구조조정을 위해 한은이 돈을 찍어내는 것은 특정 기업의 부실 책임을 전체 국민이 나누어 지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이 잘나가던 시절엔 대주주를 비롯한 주주들과 경영진 등 특정 이해관계자들만 과실을 누렸다. 하지만 어려워지니 국민 모두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려면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승인이 필수적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은 부실 책임을 졌는지, 죽어야 할 기업을 한은이 돈을 찍어 연명시키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 회생에 필요한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렸는지 제대로 살펴 그 판단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가 거론한 양적 완화는 이런 복잡한 과정과 무거운 책임을 사양하려고 ‘꼼수’를 쓰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재정 투입은 국회 합의의 실타래를 푸는 데 시간도 걸리고 책임의 꼬리표도 남아서 싫은데, 한은의 돈 찍어내기는 정치적 책임도 덜 수 있고 그만큼 국회 설득도 쉽다고 여겨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겨레 4월28일)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2016/05/03/story_n_98265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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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7시간이 중요한 이유>

근 2년이 다 돼가도록 박근혜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어떤 답도 내놓고 있지 않다. 그 와중에 외국 기자가 그 문제로 기소되어 재판도 받고 출국 금지도 당하고 했지만, 여전히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 지는 아무 것도 알려진 바가 없다.
많은 이들이 상상하고 회자하는 다소 스캔들성 소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여전히 그 7시간동안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 '7시간'이 정권의 존폐와도 연결되는, 상상 외의 심각함 때문에 절대로 밝힐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최근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보면서, 어쩌면 그 7시간이 세월호 참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 아닌가 싶은 생각에 한 편의 소설(!)로써 추리를 해 본다.

당연히 아래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전부 소설이다.

박근혜정권은 이제는 누구나 알다시피 출범 초기 부터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개표 조작을 통한 부정 선거로 당선되었기 때문이고, 정권 초기 부터 이 문제에 대해 엄청나게 신경을 쓰게 된다. 새로 임명되는 총리 부터 시작해서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이르기 까지 공안 검사로 채운 것 또한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았다고 본다.
취임 첫 해에는 한복 맞춰 입고 전 세계를 돌아 다니느라 부정 선거에 대한 이슈가 크게 드러날 기회도 없었지만, 태생적으로 '부정 당선'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터 벗어날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건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고 본다.

2014년 들어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를 비롯 여러 상황으로 압박 받고 있어 정권 차원의 강력한 홍보 전략이 절실하던 때였다. 그리고 그 계획은 아마도 이명박이 재미를 본 '아덴만의 영웅'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수백명의 승객이 탄 배가 침몰하여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을때, 대통령의 일사불란한 현장 지휘로 전원 구조를 해내는 성공적인 지도력을 보여 줌으로써, 잠재된 불씨인 부정 당선의 의혹을 사그러들게 하려는 그런 작전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승객 또한 일반인 보다는 어린 학생들로 구성하는 것이 아무래도 효과가 클 것이고, 가능한 많은 인원이면 더 좋았을 것이므로 수학여행단을 택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고가 나는 과정 까지는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보여준 그대로이다. 섬 근처 얕은 바다로 가서 앵커를 내려 배가 걸리게 한 다음 방향타 돌려 넘어뜨리는, 자동차 경주에서 흔히 쓰는 그런 드리프트 기술이었다. 사고 전 세월호 선수에서 사람이 튀어나갈 정도 큰 충격이 있었다는 것은 앵커가 일차로 해저에 걸리면서 나타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세월호가 좌초된 이후 청와대에서는 몇 번 씩이나 반복해서 해경 123정에게 현장의 사진과 영상을 요구한다. 바로 VIP(박근혜)에게 보고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심지어 사진을 '카톡'으로 전송하라고 까지 했다. 얼핏 카톡이 간편한 것 처럼 보이지만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카톡' 보고를 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즉, 박근혜대통령이 카톡으로 보고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 즉 당시 청와대가 아닌 이동중인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상상을 할 수 있다.

세월호를 자빠뜨리고,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사불란한 현장 지휘를 통한 전원 구출 쇼를 하기 위해서는 현장으로 가는 도중에라도 배의 상태를 확인했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탈출하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고 한 것 또한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 구출되어야 하기 때문이었으며, 해경이 아이들을 구하지 앟고 멀거니 보고만 있었던 것 또한 같은 이유이며, 해경이 방송으로 어선의 접근을 막고 통제하라고 명령한 것 또한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현장으로 출동하겠다는 해군을 비롯, 근해를 지나던 미 해군, 일본 선박등을 배제한 것도 이러한 '구출 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구출쇼가 제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아이들도 전부 살고 박근혜대통령은 하늘을 찌르는(?) 지지율 상승으로 부정 개표에 의한 당선이라는 트라우마를 당분간 잊어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로는 너무나도 참혹한 결말을 가져오게 된 것이었다.

오전 잠깐 방송에서 "전원 구출" 방송이 나온 것 또한 이 시나리오에 의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자빠뜨린 세월호가 예상 보다 빠른 속도로 침몰하는 것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의 현장 도착이 늦어져 작전 개시가 되지 못한데 있었다. 즉, 박근혜대통령이 도착할 당시에는 이미 구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배가 기울어져 버렸고, 긴급 회의를 한 결과 '작전'은 취소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이때부터 해경 등은 헬기를 이용, 승객을 구출하겠다고 나섰으나 그것으로는 그 많은 승객을 구해내기에는 역 부족이었고 결국 사상 최대의 참극으로 이어진 것이었을 것이다.

진도 현장 부근까지 갔던 박근혜대통령은 작전이 취소 되어 다시 청와대로 돌아 오게 되고, 거기서 다시 비상 대책 본부가 있는 종합 청사까지 온 시간이 아마 '사라진 7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청와대가 죽어도 7시간의 행적을 밝힐 수 없는 이유는, 만에 하나 다른 행적을 내 놓았다가 그것이 거짓임이 들통이라도 나는 날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 행적이 들통날 때를 대비해서라면 가짜 행적으로 대처하는 것 보다는 아예 행적을 밝히지 않는 것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뒷 뜰에서 뜨고 내리는 공군 1호기 헬기의 행적은 일반 국민들만 모를뿐, 미국, 일본, 중국의 레이더는 다 알고 있다.

즉, 이들 나라는 박근혜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당시 '사라진 7시간'동안 어디에 있었는지를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무언의 무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박근혜 정권이 미국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일본이나 중국에도 꼼짝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는 이 약점 또한 단단한 한 몫을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상상을 해 본다.

그래서 박근혜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의 행적이 중요한 것이다. 어쩌면 그 당시의 행적이 세월호 참사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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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이 이야기들은 실제 이야기가 아닌 100% 상상에 의한 허구 소설일 뿐이다. 뭐가 매듭이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에는 소설로나마 답답함을 풀어 보는 것 아니겠는가.



출처 : https://www.facebook.com/VingsamKim/posts/56207467728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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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증진연구소 서리풀 논평] 누리과정은 시작일 뿐이다

[라포르시안] 기어코 사달이 났다. 중앙 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교육 공통프로그램)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미루면서 보육 대란이 현실이 되었다. 어떤 시도는 아예 예산이 없고, 그나마 나은 데라고 해야 일부를 마련했을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대통령과 예산 당국은 당장 태도를 바꿔야 한다. 누가 봐도 중앙 정부의 억지에서 출발한 사태다. 국가사업(누리과정)에서 사업만 넘기고 예산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란 이야기인가. 교육 교부금을 이전했느니, 지방재정법 규정이 어떻다느니, 이런 말을 옮기고 논박하는 것도 부끄럽다. 2012년 이후 같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만 봐도 해답은 명백하다.  

여당은 교육청과 교육감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정부, 여당이 받아야 할 몫이다. 제대로 논리를 갖추지 않은 채 노골적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면, 기꺼이 비싼 비용을 치르며 감수하겠다는 태도 아닌가. 누리과정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첫째, 복지를 완전히(!) 재정 문제로 바꿔 놓았다. 누리과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면서 결과적으로 (모든) 복지는 ‘돈 먹는 하마’,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공적으로 연대하는 사회적 협동이자 실천으로서의 보육과 교육은 없다. 돈이 드는 개인 서비스일 뿐이다. 그 돈을 누가 내는지만 중요하니, 복지는 돈이요 곧 부담이다!  

정부와 예산 당국은 누리과정 논란이 복지재정의 산 교육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복지를, 그리고 복지 확대를 밀어붙이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똑똑하게 보라.” 설마 이럴까 싶지만, 끝장까지 몰고 가서 생생한 교훈을 원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둘째, 복지 영역 사이의 경쟁과 갈등을 노골적으로 유도한다. 정부와 여당은 교육청이 누리과정에 쓸 충분한 예산을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거짓말’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예산 총액만 보면 무슨 돈이든 있긴 할 것이다. 게다가 교육 예산의 70%는 중앙 정부에서 나가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라지 않는가. 그 돈이 그 돈이니 돌려서 누리과정에 쓰라는 소리다. 언뜻 들으면, 그동안은 쌓아놓았던 돈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천만의 말씀. 교육 사업이나 교육환경 개선에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중앙 정부도 모르지 않을 터, 돌려쓰라는 소리다. 정부는 예산 운영을 개선하면 된다고도 주장하지만, 그것 역시 정도가 아니다(실무 문제를 비교적 균형 있게 보도한 기사 한 가지를 참고할 수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중앙 정부는 내부 조정과 효율화를 요구하는 모양이다. 말이 좋다. 예산 총량 안에서 보육 예산을 지출하라는 것이라면, 그 조정은 다른 데에 쓰는 예산(교육)은 줄이라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가능한지는 제쳐 놓자. 서로 다른 용도의 예산을 두고 다툴 때 자원배분의 정치가 작동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육이나 보육과 같은 사회 서비스에서 자원배분은 정치 그 자체다. 어떻게 대상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가에 따라, 그리고 재정을 누가 부담하는가에 따라, 이해관계는 나뉘고 새로 만들어진다(관련 서리풀 논평 바로가기). 지금처럼 중앙 정부가 계속 버티면 보육과 교육의 갈등은 피할 수 없고, 결국 복지를 둘러싼 분할 통치가 작동할 것이다. 
세 번째는 교육 자치에 대한 공격. 누리과정 논란을 통해 교육청과 교육감은 유례없이 큰 정치적 관심을 받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 효과는 (적어도 대중적으로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다. 자칫 교육 자치가 문제라는 생각으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근거가 희미하고 앞뒤 연결도 잘 안 되지만, 현실 정치가 언제는 그렇지 않았던가. 시비가 있고 책임을 혼란스럽게 다투는 일에서는 흔히 정치의 비효율이 공격을 받는다. 교육청과 교육감의 ‘정치성’은 교육의 ‘비정치성’을 명분 삼아 더욱 격렬한 비난 대상이 되는 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 자치를 무력화하겠다는 시도가 심상치 않다. 처음부터 이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겠지만, 정치는 역시 역동적인 것. “교육은 비정치적”이라는 가장 정치적인 주장이 이 일을 계기로 더 힘을 얻게 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에 강조점이 있든,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복지 정치를 가볍게 볼 수 없다. 복지 재정의 어려움, 그리고 복지와 부담의 이해관계는 누리과정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 소득보장은 어떻게 할 것이며, 곧 닥칠 건강보험의 재정 폭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나아가 노동과 일자리를 둘러싼 지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정화(화폐화), 선별, 탈정치화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복지를 배제하려는 역설적 복지 정치가 상황을 독점하게 둘 것인가. 가장 중요한 저항의 힘은, 다시 역설적이게도, ‘대항’ 복지 정치와 그 이념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리고 누리과정 논란의 한복판에서, 대안의 바탕이 될 “무엇이 가치이고 무엇이 수단인가”를 묻는다.        

누리과정과 그 재정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앞으로 연달아 등장할 복지와 복지 재정 논란은 또 어떤가. 재정은 좋은 삶과 사회로 가는 수단이자 방법, 즉 하나의 유력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물질적 토대를 무시하지 못하지만, 수단이 본질을 삼키게 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대항하기 위해서는 수단(어떻게)보다 가치(무엇을, 왜)를 먼저 묻자. 그리고 수단은 가치에 봉사해야 한다는 본분에 충실하게. 이것이 정부와 여당, 그리고 모든 현실 정치세력을 압박할 새로운 복지 정치의 출발점이다. 
출처: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2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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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 건국대 교수·경제학

소비절벽, 고용절벽, 인구절벽, 부채절벽, 수출절벽, (기업)성장절벽 등 온갖 절벽에 갇힌 한국경제가 생매장되기 직전이다. 절벽이 갈수록 늘어가는 이유는 정부 대책이 절벽을 부수기보다 새로운 절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절벽에서 벗어나려면 반세기 이상 지속되는 ‘한국식 산업화’ 모델의 수명이 다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대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대기업의 위기는 대외경제 환경 악화보다 제품경쟁력 약화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사업들로 구성된 대기업에 제품경쟁력 약화는 수출과 매출 부진이 수익성 악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공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도 불구하고 수출주도 성장 방식이 박근혜 정권이 탄생한 2012년부터 막을 내린 배경이다. 2000년 이후 연평균 10%에 달했던 수출증가율은 2011년 지나면서 연평균 1%로 곤두박질쳤고, GDP에서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56.3%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선택한 것이 부채주도 성장 방식이다. 그러나 부채주도 성장 방식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파산한 상태였다. 노무현 정권에서 (가계+정부) 부채 1단위 증가당 GDP가 0.62단위 증가하였으나, 이명박 정권에서 0.48단위로 크게 하락했고, 박근혜 정권 첫 2년간은 0.46단위로 추가 하락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1년간은 0.41단위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주도 성장에 따른 내수 부족을 부채(자산)로 보완했으나 2008년 이후 부채로 수요 부족을 대체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식 산업화’ 모델의 생명력이 소진된 결과이다.

한국경제가 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업체계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기존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나 새로운 수익 사업 창출이 한국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최대 과제라는 사실은 기업 스스로도 인정할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산업체계의 개편 문제가 재벌체제와 박근혜 정권의 경제철학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성장절벽’ 앞에서 골목상권 침탈, 목숨 걸고 다른 재벌의 면세점 뺏기, ‘학교 앞 호텔’ 짓기 등 ‘당장 살아남기’ 방식으로 대응하는 재벌에게, 그리고 ‘소비절벽’ 앞에서 기업의 ‘노동비용 절감’ 지원하기를 노동개혁으로 포장하고, ‘고용절벽’ 앞에서 공공서비스(일자리)를 시장(자본)에 넘겨주면 일자리가 증가하고 경제활성화가 된다는 정부에 무슨 기대가 가능할까.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과 재벌이 산업경쟁력 악화 및 고용 위기에 무능한 이유는 이들이 집착하는 ‘한국식 산업화’ 모델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과는 상극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산업화 모델은 자본 중심, 자본의 보조물로서 표준화된 노동력, 위계적 질서, 경쟁 등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21세기 사업 모델의 키워드들은 아이디어(사람), 차이(다양성, 개성), 협력, 공유 등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사업, 우버, 에어비앤비 등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도 아닌 아이디어 업종으로, 이들 21세기형 사업 및 기업들은 ‘협력의 경제’ 원리에서 작동한다. 차이와 다양성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개성을 죽이는 사회, 협력을 배척하고 무한경쟁만 요구하는 사회, 통제와 획일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는 기대하기 어렵고 사회적 기술 개발은 불가능하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가 제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노동자의 희생과 검증된 선진기술의 빠른 학습에 익숙한 재벌 대기업의 신수종 사업 찾기가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이다. 일본이 뒤늦게 장기불황의 해법을 산업체계의 전면 개편에서 찾고 90년대 후반부터 창조산업 육성을 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는데, 그 이유가 창조산업의 육성을 제조업식 사고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산업활력법’을 수입해 만든 이른바 ‘원샷법’으로 재벌 대기업의 사업체계 재편을 하겠다고 한다.

일본의 수출이 2007년 이후 하락한 이유가 강한 엔화 가치 때문이 아니라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외신의 조롱(?)을 이들은 외면한다. ‘박근혜표’ 창조경제의 결과가 명약관화한 이유이다. 이처럼 절벽에 둘러싸인 한국경제는 노동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무한경쟁만을 강요하는 ‘한국식 산업화’ 모델과 그 압축판인 재벌체제의 시효 만료를 의미한다. 청년들이 한국에서 못 살겠다고 떠나고 “붕괴 후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절규하는 배경이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142024285&code=9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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