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시험에 들다

2012. 6. 12. 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이제는 꽤 많이 알려져버린 프레임 이론.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제 무슨 일만 생기면, 상대가 쳐 놓은 프레임의 그물에 걸리면 안 된다는 둥, 프레임을 선점해서 링 자체를 우리 편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둥, 전술 전략가들이나 할 얘기들을 자연스럽게 설파할 정도로 일반화된 개념이 되어 버렸다.

형이 그런 프레임으로 보지 말라고 얘기 많이 했잖니.

그만큼 더 경계는 허물어져 버렸고, 유사한 개념들과 뒤섞여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또 프레임 이론이다.

뭐 다 좋다. 이론이야 뭐가 어쨌건 간에 실제로 그 해석들이 좋은 결과만 가져오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이론이라도 완벽하진 않다. 자꾸 써 먹으면 반작용이 생긴다.

그 얘기를 해 보고 싶어졌다.


우리 사회는 이제 대선을 반 년도 안 되게 앞두고 있다.

멀리만 있어 보였던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제는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대선전략"과 연계되어 있는 걸로 보이기 시작했고, 다들 그런 틀을 가지고 사안들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있다. 맞는 현상이다.

이에, 이론의 여지가 없이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바로 여당의 대선 전략은 "종북"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될만큼 단순명확하다는 것이다.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의 대표는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한구다. 실질적인 당의 리더는 박근혜로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이다. 새누리당 몫으로 당선된 국회의장은 하나회 출신 강창희다. 이 멤버들에다가 실질적으로 박근혜 주변에서 부상하고 있는 측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조금 심하게 표현해서 "5공세력의 부활"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과거 회귀적인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2011년, 전두환 경호실장 출신인 안현태의 국립묘지 안장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

이들은 실질적으로 정치 일선에 등장해서 대선을 치러내는 입장에 서기에는 지나치게 심각한 결함을 가진 인물들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 마디로 구태 세력이고, 야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중간층 유권자들에게도 5공 세력의 부활이라는 단어 하나라 명확하게 각인될 정도의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과연 다가오는 미래의 5년을 책임질 수 있는 세력인가 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할 수가 있을까?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들은 과거회귀적인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과거 회귀적인 답변이 결코 녹록치 않을 수준으로 강력한 고리를 물고 대중들의 심리로 파고 들게 될 것이다.

이들의 답변이 파고들 작은 틈, 지금 현재의 대중들의 심리 속에 이들의 등장을 용납해 줄 수 있는 기전이 벌어지기 위한 작은 고리는 바로 "불안심리"이다. 어디에서 발생한 불안일까? 바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유발된 불안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이 2007년, 2008년 9월쯤에는 거대한 정점에 이르러 전세계의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그 이후 약간의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하더니, 통합된 EU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다시 노출되면서 유럽 전역이 무섭게 위기로 돌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 경제위기는 우리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우리의 미래, 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대중적 불안심리의 시작점이다.

ㄷㄷㄷㄷㄷㄷㄷㄷ

거기에 지속되는 금융위기로 인해 실물경제가 심각하게 추락하면서 물가는 갈수록 상승되고 일반인들의 경제적 삶은 어느때보다도 궁핍해지고 있다. 이것은 경제위기로 느껴지는 추상적인 불안감에다가 현실적인 살을 붙여, 바로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태로 느껴지게 하고 있다. 심각한 현실이다.

거기에 우리의 경제현실 자체가 고속 성장이 마감되면서 안정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역사적인 기로에 서있으면서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전환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 일반인들에게 다가오는 현실적 증상은 수시로 들려오는 "부동산 버블 붕괴" 등의 위기론이 된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문제점은 가진자와 없는자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가중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현실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는 쪽은 서민층이다. 물가상승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지나친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인해 소비여력이 거의 바닥난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고통보다 더 심각한 것은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부유층이 느끼고 있는 혼란과 불안은 서민층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등장하게 된다.

한 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느낌이 사회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을 가중시키기 위한 발언들도 많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무려 "대공황"까지 언급해 가면서 지금의 상황이 대공황 시절을 능가하는 위기상황이라는 언술이 바로 직전에 우리 경제를 담당하고 있던 총책임자 강만수의 입에서 튀어 나온 것은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는 발언이 된다.

이런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진보 경제, 좌파적 관점의 경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복지를 증대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면 서민층의 소비여력이 올라가면서 내수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 외부의 경제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경제의 펀더멘탈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수준의 얘기는 애석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해법일 뿐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잘 될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대중들은 과거 회귀적인 심리상태에 빠져들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전두환 때가 그래도 살기 좋았어.." 라는 혼잣말을 뇌까리게 된다는 것이다.

응? 나 말인가? 허허허허허허허허…

맞는 말이다. 실제로 전두환 때에는 살기가 좋았다. 실물 경제의 수치가 어떻다는 둥, 국제적인 호황의 덕분이라는 둥, 어떻게 해석을 하건 간에 서민들은 그 때 그 시절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았다고 "느끼고" 있고, "믿고" 있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선택한 대선 전략은 바로 이 포인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 결국 오만 가지 소릴 다 하고 오만 가지 수작을 다 부려봤지만, 그래도 우리가 하던 때가 제일 살기 좋았지?

- 민주주의고 나발이고 강력한 리더가 휘어잡고 일사불란하게 밀어 부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 아닌가?

- 물론 지금 세계 경제가 다 휘청거리고 있으니 우리가 잡아도 뚜렷한 해결책은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보다는 좋아질걸? 옛날 생각 좀 해보라고.

- 복지 같은 소리 너무 좋아하지 마라, 그거 다 세금이고 그 런거 지불할 능력이 아직 우리에겐 없어.

- 그리고 이 모든 위기가 중첩된 상황에서 우리가 잡는다면, 우리를 내부에서 방해하고 있는 사악한 무리들을 싹 쓸어버릴 수도 있어. 이러면 훨씬 더 좋아진다고.

-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총화단결을 방해하는 빨갱이 야당부터 쓸어버리자고. 쟤들에게 맡겨서 뭐 잘된 꼴 본 적 있어?

이런 속삭임들이 대중의 귀에 퍼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큰 전략은 "5공 시절로 돌아가자"가 되고, 아젠다는 "종북 문제"로 설정이 되고, 프레임은 "모든 야당은 하나같이 우리를 방해하는 빨갱이다" 라는 것이 제시되는 것이다.

전두환이 육사에 가서 다시 사열을 하고, 5공 출신, 자칭 하나회의 막내라는 강창희가 국회의장이 되고, 임수경 의원에게 녹취준비까지 완료하고 시비를 건 탈북자 백요셉의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일련의 흐름들이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보기 힘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짜라란~

이런 전략이 이미 가동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게 저들의 대선 전략이다. 아주 단순하고 명확하며 민망할 정도로 구태스럽지만, 굉장히 효율적인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분명히 먹히는 지점이 있다.

많은 수의 중간층 유권자들이 좌파, 빨갱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어떤 이미지가 있으며, 현재의 경제상황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동시에 과거에 대한 향수를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정치적 옳음이나 민주주의의 구성, 미래에 대한 비젼, 이런 복잡한 얘기는 모두 소용이 없다. 현재의 대중의 심리에 어떤 것들이 먹히는가 하는 부분이 바로 선거라는 전쟁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술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이 바로 선거를 통해 구현되는, 민주주의가 퇴행할 수 있는, 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사람이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너 때문이잖아! 이눔의 종북 아이언!

이런 전략을 설파하고 대중에게 전파해 주기 위해 사실상 모든 언론에 대한 장악도 마무리 되어 있다.

저들의 전략에는 어떤 허점도 보이질 않는다. 이대로 반 년만 가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고 있는 다시 부활한 5공세력들을 보게 된다. 정말로 탄탄하게 짜여진 시놉시스고 든든한 기반 위에 설정된 시나리오다.

과연 이대로 우리는 또 다시 5년간의 악몽을 맞이해야만 하는 것일까?


저술가 고종석씨는 최근 자신의 글에서 박근혜가 절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파했다.

전적으로 공감하며, 오히려 저 짧은 글에서 일일이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이유들, 결코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당위성만 가지고 선거에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적 방안이 없는 당위성에 대한 주장은 "당위성은 전혀 없는 현실적 선거전략"을 상대로 싸워서 절대 이기지 못한다. 이명박이 당선되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껴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당위성을 현실적인 전략으로 바꿔 줄 틈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가진 당위성을 대중에게 설득력있게 제시할 수 있는 집단감성의 포인트는 어디란 말인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미 저들의 전략은 확고하지만, 우리의 전략은 구상도 안 된 상태에 있다. 아젠다는 이미 저들에게 선점당했다. 프레임 역시 저들이 원하는 대로 구성되고 있다. 우리가 원치 않는다 해도 이미 싸워야 할 링은 저들이 원하는 대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고민고민하지 말고 올라와BoA요~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전략, 100% 성공하는 전략은 없는 법이다. 모든 전략은 붕괴하기 마련이고, 모든 시나리오는 수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더우기, 어떤 전략의 기반이 대중의 감정에 의존하고 있다면 더욱 더 위태롭기 마련이다.

저들의 전략이 가진 가장 큰 허점도 바로 거기에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 미래에 대한 걱정, 과거에 대한 향수, 빨갱이에 대한 증오, 이런 것들 모두가 다 감정이다. 감정은 매우 불안정하며 쉽게 변한다.

군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선거전략은 언제나 매우 유효하며 효율적이지만, 어느 한순간 내재된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만들어내는 열광적 흐름에는 속수무책이다.

얼마 전이 바로 6월 10일이었다.

5공에서 6공으로, 전두환에게서 노태우로 넘어가는 시점에 저들이 마련한 전략과 시나리오는 지금의 그것보다 백 배는 더 견고했으나 결국 6.29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김영삼에게서 이회창으로 이어지는 시점에 저들이 마련한 전략 역시 결코 현재의 그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했으나 김대중과 그의 지지자들은 그 전략을 뒤엎었다.

다시 전략을 보완해서 더욱 강고한 무장을 하고 나선 2002년의 이회창은 99.9%의 평론가들에 의해 집권이 예측되었으나, 무명의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에 의해 전략이 붕괴되고 정치 일선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제 아무리 강고한 전략이라 하더라도, 군중의 심리, 경제적 불안감, 과거에 대한 향수 등에 의존하는 전략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애초에 이렇게 만들면 모를까…

이제 반 년 안에 박근혜와 그 일당들이 세운 전략은 어떻게 뒤집히게 될 것인가?


역사는 언제나 진보하기 마련이다. 우리를 도와줄 구원군은 바로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지금 이 암울한 현실 상황에서 유일하게 우리 편이 되어줄 수 있는 한 단어, 역사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우리 편은 바로 "변화"다.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식상한 소리가 아니다. 이미 벌어진, 역사 속에서 벌써 이루어진 우리 사회의 변화가 바로 우리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저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 너무 낡았다. 식상하다.

- 우리 모두 일치단결하여 선진조국을 이룩하자.

- 우리는 민주주의 같은 거 모르고, 그냥 강력한 리더가 나서서 휘두르면 그게 장땡인 민족이다.

-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 내부의 적이다. 바로 머리 위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북괴와 그를 추종하는 빨갱이들, 얘들만 잡아 족치면 우리 사회는 평온해진다.

이거.. 미안하지만 너무 많이 들어서 신물이 난다.

식상한 이미지의 한 예. "다른 거 없나요?"

지금 당장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그 불안에 의해 느끼게 되는 분노를 누군가에게 폭발시켜 마녀사냥이라도 해야 만족이 될 것 같은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빨갱이 수작은 좀 심하게 식상하다.

월남한 실향민들, 50년 즈음에 월남할 당시 십 대라 쳐도 지금 현재 나이는 70대다. 그들의 자손들이 똑같은 정서를 공유한다고 해도, 벌써 3대 째로 내려가는 중이다.

북한에 대한 증오감, 많이 희석되고 있다. 전쟁 끝난지 벌써 반 세기를 넘어 60년이 넘어간다.

총화단결, 권위 존중, 정의사회, 수직적 사회구조, 하면 된다, 시키면 한다, 까라면 깐다, 군바리 정신, 밤새고 일해서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면 행복하다… 이런 가치들… 분명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십 년 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희석되어 버린 과거의 정신들이다.

창의성, 자유, 직업은 자아를 실현시키는 도구, 수평적 관계, 권위보다는 조화, 여가생활의 중요성, 디자인, 네트워크, 다양성, 경쟁보다는 협력, 통섭,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많이 들려오는 이러한 새로운 가치들이 오히려 귀에 더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장악된 언론은 바로 그 언론에 속한 언론노동자들에 의해, SNS를 무기 삼아 장악 자체를 무효화하기 위한 싸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고립되어 외롭게 격파당하는 것이 아니라, SNS를 기반으로 자발적인 연대를 하기 시작했고, 그런 연대가 무척이나 익숙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사회 저변에 그러한 연대 의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북한? 뿔달린 괴물 북괴의 이미지에서 그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못사는 나라 정도의 인식으로 대치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 많이 불안하다. 당장 일자리도 없고, 예술하다가 원룸에서 굶어죽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는 오늘의 불안감의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새로운 관점의 경제이론을 설파하는 팟캐스트에 귀를 기울이고, 주어진 답안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통섭의 관점에 의한 해답을 찾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모습이다.

저들의 전략은 이런 "변화"를 무시하고 놓치고 있다. 아니 그 이전에 그런 전략을 만든 그들 자체가 이미 이런 변화에는 엄청 뒤떨어져 버린, 경기동부 당권파를 능가하는 공룡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문화의 발전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문화인 거다. 바보들아.

It's The Cultural Method, STUPID!


저들이 먼저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선점했다. 뭐 할 수 없다. 우리는 저들처럼 일사불란한 행동체계를 갖춘 수직적인 구조가 아니니까, 그런 행동은 저들이 당연히 빠르겠지. 그건 그냥 용납하고 가자.

프레임 전쟁에서 상대가 프레임을 선점하면 싸움은 우리에게 극도로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맞다.

하지만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듯이, 프레임 이론에도 예외는 있다.

저들이 만든 프레임 안에 들어가서 동일한 프레임으로 싸워도 이기는 수도 있다. 단, 그 경우는 지극히 한정된 상황이다. 저들이 만든 프레임이 프레임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 프레임으로 가동될 경우이다.

지금 현 상황이 바로 그런 역 프레임의 작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들이 만든 "종북"이라는 프레임, 그 프레임에 기반한 저들의 대선전략, 뿌리부터 붕괴될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단 한 문장의 반론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씨바,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빨갱이 타령이야?"

저들의 프레임, 지나치게 올드하다. 저들의 전략, 하도 많이 써먹어서 이젠 식상하다 못해 구리기까지 하다. 니들은 공룡이라니까..

어쩔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을 이기는 세력은 없듯이, 저들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퇴화되고 있는 거니까. 저들의 머리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저들이 끝까지 5공 세력의 부활이라는 카드를 내밀고, 총화단결을 얘기하고, 종북 프레임을 휘두른다면 그들에게 돌아갈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공룡"이라는 역프레임이 될 뿐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남은 것은 단 하나. 나도 모르겠고, 이 사회에 속한 그 누구도 정량화해낼 수 없는 바로 그것.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변했는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얼마만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고, 그 문화를 좋아하는 유권자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다양성에 기반한 새로운 문화들이 얼마나 퍼져 나갔는가, 그 문화가 말뿐만이 아닌 실제의 패러다임으로 얼마나 자리잡았는가 하는 점이 이번 대선에서 발생하는 프레임 싸움으로 결론이 나게 될 것이다.

바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진보했는가를 측정해보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언제나 떨리고 긴장되는 어떤 측정의 순간


저들이 프레임을 선점했다고 걱정하지 말자.

저들은 우리 사회가 수십 년의 세월을 거치고도 아직도 하나도 안 변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저 먹고살기에만 정신이 팔려있고, 한국인들은 레밍떼와 비슷해서 앞장서서 피리만 잘 불면 절벽으로 다 뛰어내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진짜로 아직도 그 상태라면, 우리는 다 함께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맞다. 그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는 아직도 앞뒤 없을까?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변했고, 진보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의 주인인 젊은이들은 과거의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생각 뿐 아니라 그런 징후는 사회 곳곳에서 수두룩하게 보이고 있다. 나는 여기에 희망을 걸고, 이 변화에 베팅을 하겠다.

저들의 전략을 꺽고 향후 5년간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얘기하고 싶은 정치세력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에 이렇게 변화한 새롭고 젊은 문화를 접목시키라고 권하고 싶다.

저들이 종북 프레임으로 나온다면, 그거 쿨하게 인정하고 가자. 그래, 우리 안에 멍청한 빨갱이도 좀 있다. 그거 과거 역사의 산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빨갱이라고? 오해하지 마라..

하지만 너희들은 수십 년 동안 그 빨갱이들조차 정리하지 못한 무능한 공룡들이잖아.

니들이 한 게 뭐 있는데?

어찌 보면 불쌍한 거뜰…

니들은 결국 국제 경제사회의 변화의 흐름에서도 낙오해서 IMF나 쳐맞고 다니는 금치산자들 아니었어? 뭐 그 와중에도 지들 돈은 잘 챙기더라.

니들이 다시 빨갱이 타령 재방송하면서 고생하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설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제 우리 세대에는 안 먹히는 거다.

니들은 이제 그만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

대안은 우리가 찾을 거고, 이제 이 사회는 우리들의 결정에 따라 움직여야 되는거야. 우리가 이 사회의 주인이 된 거거든.

이렇게 당당하게 외쳤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 시간 동안 진짜로 변했다면, 진짜로 진보했다면, 저들이 설정한 프레임은 오히려 저들의 무능과 저들의 구태를 입증하는 틀로 작용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사회를 가질 자격이 있는 거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차기 5년을 담당할 대통령을 뽑는 싸움이 아니게 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좀 더 새로운 사회에 살 자격이 있는 유권자들인지, 아니면 다시 5공 시절로 회귀해서 레밍떼처럼 살아야 되는 우매한 군중들인지, 우리들 스스로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시험의 장이 될 것이다.

난 충분히 낙관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충분히 성장을 했거든.

우리는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자격이 충분히 되거든.

자,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 스스로를 입증할 준비만 하면된다.

http://www.ddanzi.com/blog/archives/91309

Posted by skid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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